[신간] 고광률 작가 ‘성자의 전성시대’
[신간] 고광률 작가 ‘성자의 전성시대’
“말이 왕후장상의 씨가 된 시대, 말에 낀 거품을 걷어내야 현실이 바로 보인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6.03 04: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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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률 작가의 신간 '성자의 전성시대' 표지/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고광률 작가의 신간 '성자의 전성시대' 표지/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야합과 배신이 밥 먹듯이 반복되는, 반성과 용서 따위는 의미 없이 돼버린 무도(無道)한 세계, 성역은 없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의 문제를 짚어내는 고광률 작가가 장편소설 ‘성자의 전성시대’를 펴냈다.

성자의 전성시대는 타락한 종교계를 무대로, 우리 사회의 부패 양상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소설에는 종교인, 폭력배, 재계, 정치판, 학계와 언론계,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등장해 아연실색할 말 잔치를 벌이며, 속물적 탐욕을 제 입으로 폭로한다.

반성하지 않는 자들은 스스로 제 치부를 드러내는 법, 등장인물들의 뻔뻔한 솔직함과 자기 합리화는 고해성사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말하기’보단 ‘보여주기’에 가까운 그들의 대화는 고광률 작가의 의도적 장치다.

고 작가는 상황이나 인물을 말하기로 규정하는 대신, 인물이 할법한 말이나 인물 간 오갈 법한 말을 생생하게 그려내 마당놀이 판을 꾸린다.

인물들은 이 판 안에서 속내나 노림수가 번연하게 드러내고, 그럴듯한 말 뒤에 숨은 거짓을 폭로한다.

고 작가의 말로 말을 치는 전법은 다양한 발화 형식의 차용에서도 드러난다.

배경이 교회인 만큼 자주 등장하는 ‘설교’는 신도들을 향한 일방적 명령 하달에 가깝다. 마치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직원들의 노력을 강조하는 기업체의 ‘조회’를 연상시킨다.

또 설교에 섞여 들어간 정치 편향, 역사 왜곡, 혐오와 차별의 장광설은 자폭 테러의 양상을 보인다.

고 작가는 이같이 가식과 위선, 거짓 뉴스, 허황된 말 뒤에 숨은 진의를 폭로함으로써 말에 놀아나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이 소설에서는 섞이면 안 되는 것들이 야합한다. 정치와 종교, 경영, 문화예술, 언론 등이 각자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손을 잡고, 서로의 뒷배를 봐준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인 목사 ‘신사랑(본명 신노근)’이 꿈꾸는 ‘신정일치’의 세상은, 그의 탐욕이 활개 칠 수 있는 판을 깔겠다는 출사표에 불과하다.

인물들은 ‘판’만 다를 뿐 탐욕이라는 동일한 얼굴을 지녔다.

말의 거품을 걷어내고 가면을 벗기면 “세상이야 어찌 되건 나와 내 피붙이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민낯이 드러난다. 이익을 위해 신의를 등지는 건 부지기수다.

‘신정합일시대’, ‘혼효의 시대’는 이 아수라장의 본질을 정의한다. 섞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야합하고 얽혀 현실을 시궁창으로 만들고 있노라고.

“말이 왕후장상의 씨가 된 시대, 말에 낀 거품을 걷어내야 현실이 바로 보인다.”

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한편, 고 작가는 단편 ‘어둠의 끝(1987)’과 ‘통증(1991)’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 ‘복만이의 화물차’를, 장편소설로는 ‘오래된 뿔 1‧2’, ‘시일야방성대학’, ‘뻐꾸기 날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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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2022-06-05 05:57:11
쥴리의 전성시대.
상민이 몰락시대.
병석이 지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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