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경기지사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청년광장] 경기지사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동연 후보의 승리와 김은혜 후보의 패배가 남긴 교훈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6.06 18: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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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로 끝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가 펼쳐졌던 곳은 바로 경기도였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나자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강용석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석 달 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심상정 책임론을 들고 나선 게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물론 심상정 책임론을 제기한 사람 중에는 필자도 있었다. 그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석 달 전 대선과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같은 듯 다르다. 석 달 전 대선에서 이재명과 심상정 두 사람 득표율 합은 50.2%로 과반을 넘겼다. 그렇기에 심상정의 완주가 이재명에게 손해가 되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과 타당성이 있다.

반면에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은혜와 강용석 두 사람의 득표율 합은 49.86%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정의당 황순식 후보, 기본소득당 서태성 후보, 진보당 송영주 후보 3명의 득표율 합은 1.06%로 강용석의 득표율인 0.95%보다 더 높았다.

따라서 김은혜 후보만 표 분산의 피해를 본 게 아니라 김동연 후보도 표 분산의 피해를 보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범진보 후보와 범보수 후보 간 합산 득표율 비를 계산하면 50.12% : 49.86%로 범진보 쪽이 근소하게 더 높았다.

혹자는 저 3명의 진보 정당 후보들이 중도사퇴한다고 해서 그 표가 김동연 후보에게 흡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건 보수 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강용석의 표가 김은혜에게 흡수되더라도 기존에 김은혜를 지지했던 중도보수 측에서 이탈 표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강용석 책임론은 그다지 타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실제 강용석도 위 선거 결과를 인용하며 패배의 원인은 김은혜의 자질 부족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가 승리를 거둔 것은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뻔한 걸 기적적으로 막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하게 우세를 점한 곳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와 제주특별자치도 단 4곳이었고 그 외에 경기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3곳이 오차범위 내 경합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3곳도 모두 경합 열세였다. 출구조사대로 흘러갔다면 결국 호남 3곳과 제주도만 빼고 전패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김동연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나마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걸 막아냈으며 아울러 수도권 지역의 최대 기반을 수성했고 이는 향후 선거에서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낳았다.

이 점은 패배감에 젖어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한가닥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희망에 취하지 말고 당 내 쇄신과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 패배하면서 화룡점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만약 김은혜가 이겼다면 2006년 4회 지선에 이어 무려 16년 만에 수도권 싹쓸이에 성공할 뿐 아니라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 타이틀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김은혜가 근소한 차이로 석패하면서 수도권 싹쓸이도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 타이틀도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일부에선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개표 과정이 워낙 드라마틱했고 김동연 후보가 그 드라마틱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되었기에 다른 국민의힘 당선자들보다 더 압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은혜의 패배는 대통령의 후광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서 김은혜는 역대 보수 정당 출신 경기도지사 후보들과 비교하면 너무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이다. 김문수조차도 김은혜보다는 월등히 개인 스펙이 높은 사람이다.

그녀는 MBC 기자 출신으로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설계도면을 입수해 붕괴 원인이 부실공사임을 밝힌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갑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그리고 대선 때나 대선 이후 인수위 때나 윤석열의 입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이력은 이것이 전부다. 아주대학교 총장 출신인데다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후보에 비하면 너무도 스펙이 달리는 수준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대로 만약에 유승민이 후보로 나왔다면 김동연이 패배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경선 당시에도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는 유승민이 우세를 점했다. 그러나 당원 투표에서는 김은혜가 승리했고 결국 당심이 민심을 이겨버리며 김은혜가 후보가 된 것이다.

그리고 김은혜가 후보로 올라오는 동안에는 대통령 윤석열의 후광 효과가 굉장히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보수 진영 후보이자 사적으로는 법조계 후배라 할 수 있는 강용석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 단일화를 종용하면서 까지 대놓고 김은혜를 지원했다. 당선인 시절엔 공직자가 아니라는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 효과는 당 내 경선까지였다. 본선에서는 김은혜 본인의 경쟁력으로만 승부해야 했다. 그러나 김동연 후보와의 토론회에서 김은혜는 지역 현안이나 도정에 대해서 좀 무지한 모습을 보여 도지사 자리에 오를 만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낳게 했다. 거기에다 취업 청탁 논란에 ‘경기맘’이 아닌 ‘미국맘’이었다는 논란, 결정타로 재산 축소 신고 사실이 선관위가 인정하면서 투표소마다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으니 결국 패배로 귀결된 것이다.

이렇게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큰 인물의 후광 효과에 기대어 선거를 치르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걸 김은혜가 몸소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특히 그 중에서도 서울특별시장과 경기도지사는 인구 1,000만 내외의 대규모 광역자치단체를 운영하는 자리이어서 선거 당락에 따라 본인 정치 생명이 달라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당선되면 대권 주자로서 발돋움할 수 있지만 낙선하면 정치 생명이 아예 끝나버릴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 7회 지선 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남경필은 1965년 생으로 만 57세에 불과한 사람이라 아직 현역에서 충분히 더 활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 논란과 함께 결국 정계에서 은퇴해야 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송영길 역시 1963년 생으로 아직 만 59세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정계 은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판이다. 남경필과 송영길 모두 5선 중진 의원 출신인데도 이렇게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제 초선에 불과하고 임기도 반밖에 못하고 중도 하차한 김은혜에게 과연 재기의 발판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향후 국민의힘 계파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은 본래 윤석열의 강력한 대권 경쟁자였고 당 내 경선 당시 윤석열을 가장 심하게 공격했던 사람이었다. 윤석열이 대놓고 김은혜를 경기도지사 후보로 내려보내다 못해 강용석에게 후보 단일화를 종용한 것은 결국 유승민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은혜를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로 차출하면서 그 빈 자리는 안철수가 채우도록 해 단일화에 백기투항해 준 포상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은혜가 승리했다면 그 시나리오는 완성되었겠지만 결국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고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되었다. 윤석열계인 김은혜가 민심이 아닌 당심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패배했으니 유승민계가 이 결과에 책임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향후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내놓은 분석인데 미래에 대한 예측은 함부로 할 수 없어서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분석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양 당 모두에 크나큰 숙제를 남긴 것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기의 씨앗과 희망은 남겨두는데 성공했지만 그렇게 지킨 발판을 토대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마지막 승리의 마침표를 찍는데 실패한 점과 대통령 후광 효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받아들게 되었다. 앞으로 두 당이 어떤 식으로 향후 정치를 이끌어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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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2022-06-06 19:34:03
요즘 충청일보 빼고는 볼만한 언론사가 없네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루탄 2022-06-07 02:37:35
글쎄요, 송영길은 남경필과 다르지 않을까요? 일단 지금까지 비리가 없고 낙선후 희생정신을 높이 사고 있는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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