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검사의 영웅화, 왜 우려스러운가
[컬처 인사이트] 검사의 영웅화, 왜 우려스러운가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6.14 16: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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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의 [컬쳐 인사이트]를 부정기적으로 연재한다.
대중문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대중문화의 트렌드는 우리사회의 현실과 가치, 문제, 기대감 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가치를 되짚어볼 수 있고, 자성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굿모닝충청은 대중문화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처한 사회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세계적으로 검사가 영웅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에서 검사가 영웅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의 최정점에는 ‘모래시계’(1995)가 있다. 소신 있는 강골 검사 강우석(박상원)이 부패한 세력과 맞서 싸우는 모습은 검사에 관한 로망을 키우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검사가 된 이들은 모두 검찰의 모순을 감추거나 모순을 심화시키는 주인공들이었다. 사람들은 채 인식을 하지 못했다. 강우석 검사가 그렇게 영웅처럼 활약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엄청난 특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강우석 부류의 캐릭터는 검찰은 물론 검사에 대한 환상을 갖게 했다. 검찰의 문제는 몇몇 검사들의 야심과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고 소신 있는 검사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말이다.

이는 개인의 탓으로 돌릴 뿐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오로지 검사가 자신의 조직과 이익 앞에 하나가 되는 본질을 가려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과연 강우석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지 않았다.

‘모래시계’의 성공은 비슷한 아류작을 만들어내었고, 여전히 주목을 받아왔다. 범죄 스릴러 장르가 더 인기를 끄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더욱 심화하였다.

인간은 보통 자신이 비판하는 권력자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거나 그 일원이 되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검사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검사가 되거나 그의 패밀리가 된다고 했을 때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검사 사위가 주목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적어도 조폭이든 제도 권력이든 건드릴 수 없는 절대 패권을 갖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어설픈 시기에 검사에 몰아준 권력은 군부독재에서는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이제 군부독재가 없는 시기에 이르러 최고의 권능을 갖기에 이르렀음을 아직도 드라마는 문화 지체에 빠져 있다.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도 ‘모래시계’와 같이 SBS가 제작한 검사 영웅 드라마다. 20세기의 모래시계는 리얼리즘 계열이라고 하면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21세기 환타지 코드를 적용하고 있다.

김산(이준기)는 검찰 출신 정치인을 수사하다가 목숨을 잃고 다시 환생하여 치밀하게 복수를 한다. 이런 드라마는 어딘가 이런 검사가 있기를 바라지만, ‘모래시계’의 강우석과 같다. 내부 개혁은 절대 불가능한 집단이 있는 법이다. 내부의 변혁이 어렵다면 외부의 변혁적 조치가 필요할 뿐이다.

검사가 영웅이 된 드라마는 또 있었다. 2017년 ‘비밀의 숲’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황시목(조승우)이라는 외톨이 검사가 등장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해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는 검사다. 이 황 검사도 권력형 검사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현대인들의 실존적인 고민과 조직 구성원의 고민을 드러내 주며 공감을 얻으려 한다. 나름의 캐릭터 면에서 진일보한다.

물론 강우석처럼 정의를 실현하는 사도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소신과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조차도 결국에는 검찰 내부의 모순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딘가 이렇게 나름대로 소신과 실존적 고민을 하는 검사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하지만 결과는 없었다.

이런 드라마 치명적인 한계는 검찰 전체를 비판하기보다는 일부 몇몇 문제로만 치부한다. 이렇게 검사가 실존적 영웅으로 등장할 수 있고 통쾌한 복수극을 할 수 있는 것도 20여 가지의 비정상적인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검사가 이렇게 영웅으로 등장할 수 없는 것은 비정상적인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통하는 드라마 콘텐츠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검사 캐릭터를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새 자동으로 검사 영웅화를 받아들이는 문화적인 분위기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는 비정상적인 제도 권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즉 진정한 문화가 아닌 사이비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공교롭게도 이런 검사 영웅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방송사는 기업이 소유한 곳들이다. 대기업은 항상 검사의 손안에 있기 마련이다. 수사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러므로 거래 의혹의 눈초리는 항상 따라 다니게 된다.

검찰 전체를 하나의 악의 축으로 묶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 적어도 한국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아직도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 중심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대기업의 콘텐츠에 막대한 국가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미래가 너무 훤하다.

검사 영웅으로 히트한 영화와 콘텐츠가 왜 세계에 없는지 다시 한 번 숙고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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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2-06-15 10:43:51
검사가 영웅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현실은 저런 영웅은 나올 수 없다...드라마니까 가능한것...근데 그 드라마들을 보면서 막연히 검사조직의 무서움이 새삼 다가온다...현실에서는 저런 검사영웅은 없을것이니까...나쁜 검사들은 현실적으로 전부일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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