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운동가의 끊임없는 학구열
[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운동가의 끊임없는 학구열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6.25 14: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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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직무워크숍에 참여한 풀꿈환경재단 활동가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주변 사람들 중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와 우리단체의 후배활동가, 우리 단체와 밀접한 연대기구의 실무활동가, 자주 교류하고 소통하는 언론인과 행정가 등이 2022년 상반기 같은 교수님의 대학원 수업을 함께 들었다. 위기관리 법체계론이라는 과목인데 20개가 넘는 위기관리 관련 법률을 함께 분석해 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직장과 관심사는 서로 달라도 위기의 시대를 극복해 보겠다는 열망과 학구열로 뭉친 사람들, 위기관리대학원의 원우들이다.

나는 원래 환경공학과 출신이다. 1987년에 입학하여 1996년에 졸업했으니 나의 대학생활은 10년이 걸렸다. 나 때도 참 우여곡절이 많을 때였다. 환경공학개론을 몇 차례 수강했고, 총론 정도는 거의 외우는 수준이 되었다. 졸업 후 곧바로 환경단체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아는 한 전국 환경활동가 중에서 유일한 환경공학 전공자였다. 환경운동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종종, 환경공학과를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학생운동을 이수했기에 전공을 살려 환경운동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하였다.

졸업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건, 청주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우리 단체 자문위원이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던 교수님께서, 앞으로 사회활동과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공부해야 한다며 대학원 진학을 권유해 주었다. 1998년, ‘연구하는 활동가’의 모습을 꿈꾸며 도시공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특히 도시계획학은 일반적인 공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적 성격이 강하기에 환경운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용감하게 학문의 길로 뛰어들었지만 3학기를 겨우 마친 뒤 손을 놓았다. 공부가 어렵기 때문이라기보다 시간의 부족함이 더 큰 문제였다. 새로 발족한 충북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가로 역할을 변경하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정말 쫓기듯 바쁘게 일하던 상황이었다. 이후 포기했던 대학원으로 다시 돌아간 건 12년이 지난 후다. 단체활동 18년 차에 휴식년제를 갖게 되었는데, 이 기회를 활용하여 대학원을 마무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2012년 재입학하여 남은 한 학기 수강을 마쳤고, 2013년 학위논문 작성에 집중하여 마침내 도시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5년 만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때 지인들의 배려로 중앙동 도시재생센터의 빈 사무실 공간을 몇 개월 동안 빌려 쓸 수 있었다. 다들 도시재생 추진하느라 분주할 때 나는 인생 재생의 준비를 제대로 한 셈이다.

학위논문 주제는 ‘충북지역 환경갈등의 경향과 특성 분석’이었다. 1995년부터 매년 선정하여 발표해 온 충북권 10대 환경뉴스, 18년 동안 축적된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환경뉴스 중 환경갈등사례를 선정하여 흐름과 특성을 분석하였다. 논문에서 얻은 결론은 참여와 협력의 거버넌스가 확대되면 환경갈등의 빈도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경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녹색청주협의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굿 거버넌스 2년간의 실험’을 하고 있었고, 그 성과로 지속가능발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환경갈등에 관한 연구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부끄럽지만 논문 책자를 재판까지 인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드렸다.

2014년, 야심차게 박사과정에도 등록을 했다. 그러나 역시 2학기를 마치고 나서 중도 포기하였다. 휴식년제를 끝내고 단체에 복귀한 후 곧바로 풀꿈환경재단을 창립하였는데 그 새로운 일을 전담해야 했다. 풀꿈환경재단은 청주충북환경연합 전현직 대표님들의 결의로 추진하게 되었다. 청주충북환경연합은 기존의 이슈메이커 역할을 지속하고 풀꿈환경재단은 새롭게 협력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역할을 분담하자는 의도였다. 당시 실무활동가가 5명이었는데, 나를 포함하여 선배활동가 2명이 신생조직인 풀꿈환경재단을 전담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새로운 조직의 상임이사를 맡아 또다시 쫓기듯 바쁘게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022년 5월, 녹색전환 10대 정책과제 발표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학문의 꿈이 되살아 난건 그로부터 7년 후인 2021년이다. 위기관리학을 접하게 되면서다. 위기와 재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기후환경문제를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연구·고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침 풀꿈환경재단의 2대 이사장을 역임한 교수님이 바로 위기관리대학원 주임교수였다. 다행히 도시공학과와 행정학과 등 융·복합 학과였기에 전과해도 교육과정의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었다. 재입학을 한 후 박사과정 3학기를 성실히 이수하였다. 수업도, 과제물도, 발표도 열심... 모처럼 열공 모드로 코스웍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집중해서 논문을 써야겠다는 열망이 가득해졌다. 나의 새로운 학문적 관심사는 ‘기후위기’와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거버넌스’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서 수평적 참여협력거버넌스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환경운동과 거버넌스의 실질적 경험과 직관을 최대한 활용한 환경운동가의 논문을 쓰고자 한다. 환경활동가들은 이상적인 주장을 한다는, 참으로 오랫동안 들어왔던 지적을 일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똑똑한 사람인데 활동하느라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늘 안타까워하던 내 옹호자의 긍지를 조금 높여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움, 학문의 길, 공부와 연구, 배워서 남주나? 배움에는 끝이 없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어느 때 부터인가, 이런 말들은 바쁘게 사회활동을 하는 나와는 어울릴 수 없는 말들도 여겨졌다. 그리고 다시 어느 때 부터인가, 이런 말들이 나의 삶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는 환경활동가들에게 틈나는 대로 강조한다. 희생하고 헌신하느라 덜 지혜로운 활동가 보다 공부하고 연구하느라 덜 헌신적인 활동가가 되는 게 낫다. 그래야 기후위기 시대, 급변하는 세상을 뚫고 나갈 대안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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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2-07-01 12:36:10
진짜 이렇게 자화자찬에 능한사람은 우리나라에 없을거다. 실상을 아는 사람은 파안대소만 나올뿐..

장호봉 2022-06-27 06:23:37
염우센터장님...대단한 열정이십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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