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별로 말하는 작가 도학회… “빛나는 영혼들의 정착을 위하여”
[굿모닝충청인] 별로 말하는 작가 도학회… “빛나는 영혼들의 정착을 위하여”
장편소설 5편 발행한 조각가이자 교수
7월 1일~10일 ‘달콤한 대지-빛 소리의 영혼’ 작품전
미술계 최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전시회… “사회후원 전시 많아졌으면”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6.2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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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대지(2022).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달콤한 대지(2022).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밤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별, 사실은 영혼이 깃들어 있는 건 아닐까?”

별을 언어로 근원적 열망을 표현하는 도학회 작가(한서대 교수)가 다음 달 1일, 열세 번째 작품전 ‘달콤한 대지 – 빛 소리의 영혼’을 선보인다.

조각가이자 학자인 도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장편소설을 5편이나 발표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5권의 장편소설은 전통문화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이자 미술가로서는 새로운 영역인 문학에 대한 도전, 그리고 나의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엮어낸 것입니다.”

조각가로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행보에 대해 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술가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미학에 대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문학적 틀로 그려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각을 관념화시킨다는 부정적 측면도 많아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술회한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도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1989년 첫 개인전을 열고 각종 단체전과 초대전 등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그는 이른 시기부터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고구려 사신상 '주작' (2000).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고구려 사신상 '주작' (2000).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한서대 부임과 ‘고구려 사신상’ 입체재현…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탄탄대로 길을 걷던 도 작가는 1998년 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서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다른 작가들과 다른 경로를 걸어가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한서대에 부임하고 만든 첫 번째 대규모 작품이 ‘고구려 사신상(이하 사신상)’ 입체재현이었습다. 당시 역사 및 학계 석학들께서 직접 자문해 주셨고, 그것을 인연으로 공주박물관에 전시를 하게 되면서 전통문화에 대해 깊이 빠지게 됐습니다.”

사신상은 ‘고구려 사신도’를 철저한 고증의 과정을 거쳐 입체 복원한 작품으로, 이후 도 작가는 조소 교육에서 소외됐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연스레 작품 경향도 전통문화를 향하게 된 도 작가는 공주‧청주‧전주‧경주 등지에서 ‘어느조각회’ 회원들과 현대미술과 전통문화의 만남을 주제로 각종 전시를 기획‧출품하게 된다.

오대산 상원사 동종(2017, 좌)봉황종 평화를 울리다(2018. 우)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오대산 상원사 동종(2017, 좌)봉황종 평화를 울리다(2018. 우)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전통문화와 불교미술… 한국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전통문화에 관한 이끌림은 자연스레 불교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도 작가는 그렇게 한국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된다.

용을 종두로 하는 기존의 한국종 양식에서 벗어나, ‘봉황’을 종두로 하는 범종을 만든 것.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저는 불교의 대표적 조각 중 하나인 범종을 만들게 됩니다. 서산 부석사 주경 스님, 팔공산 선본사 덕문 스님, 오대산 상원사 인관 스님 등의 격려로 종두를 용에서 ‘봉황’으로 바꿨는데, 범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을 받으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도 작가의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은 종의 형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종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문학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는 팔공산 선본사 갓바위종을 만들며 쓴 ‘갓바위 무지개’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본격 글쓰기에 뛰어들었다.

“다섯 권의 장편소설은 저의 작품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엮어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성덕대왕신종의 모든 비밀을 밝히겠다며 쓴 ‘성덕대왕신종 별곡’, 모든 종의 시작과 끝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만든 ‘봉황종’과 ‘봉황종 평화를 울리다’는 어느새 저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작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후 그는 다른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도학회만의 특별한 길을 걷게 된다.

“서울에서 주로 현대미술을 하면서도, 서사적이고 사변적인 작품에 집중했습니다. 사신상 이후 전통문화와 연관된 작품을 했을 때도 이러한 습관은 계속해서 유지됐고, 소설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콤한 대지-우크라이나(2022).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달콤한 대지-우크라이나(2022).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별자리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매료되다

도 작가는 사신상을 만들 적, 고구려 사신도는 고대의 천문사상을 고스란히 형상화 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별자리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실제로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별자리와 관련된 도안과 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신상은 고대 천문사상을 담고 있는데, 그 이후로 천문은 지금까지도 저의 작품에서 지속적인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언 20년을 넘어 천문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서 내가 찾은 조형이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니, 그것은 ‘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밤하늘을 가득 메운 것보다 더 많은 별들이 우주에 가득하다는 것을 박창범 교수님을 비롯한 진짜 천문학자들이 알려주었고, 석가모니의 시방삼세 우주관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별이 사실은 영혼이라는 망상이 합쳐지면서, 별들은 생명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해 자양분이 가득한 달콤한 대지로 향했고, 제 작품에서 가장 작은 조형언어가 됐습니다.”

그는 ‘별’에 대해 우리나라 미술(조소)교육에서 빠진 전통문화의 상징이자, 의식세계에서나마 타락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별자리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영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별은 영혼이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빛의 형태를 한 인간의 영혼은 광음천(光音天, 하늘나라의 이름)에 있다가, 태초의 세계가 생명이 살 수 있는 달콤한 상태가 됐을 때 건너왔다고 합니다. 종교적 가설을 따른다기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관점에서 제가 그려낸 별의 형태는 ‘별의 정신적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적 형태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현실의 물적 욕망에 빠지는 것을 타락이라고 할 때, 적어도 의식세계에서나마 타락하지 말자는 최소한의 상징으로 그린 것입니다.”

도 작가가 그렇게 그려낸 별은 조각가로서, 화가로서, 소설가로서, 학자로서 가졌던 그의 근원적 열망을 담아내는 조형언어로 자리 잡게 된다.

문득자화상(1999).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문득자화상(1999).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달콤한 대지 – 빛 소리의 영혼

이번 전시의 주제인 ‘달콤한 대지 – 빛 소리의 영혼’은 별에 담긴 태초의 영혼이 세상에 정착하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라는 게 도 작가의 설명이다.

“조각가‧화가‧소설가‧학자인 양 행세해 왔지만 ‘박복하고 어리석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짐 없이, 어쭙잖은 흉내를 내고 있구나’라는 자괴감에 빠졌던 때가 있습니다. 그때 몇 번의 붓질로 그려진 별의 형태는 이곳저곳을 헤매며 갈구해왔던 저의 질문에, 한 줄기 희망을 주는 답변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나의 질문을 거뜬히 받아준 ‘형태’가 이제야 나에게 온 것 같아 참으로 반가웠던 기억입니다.”

그는 이번 작품전에서 8~9점의 조각과 20여 점의 그림, 5편의 소설을 전시한다. 그중 도 작가는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으로 20여 년 전에 만든 찌그러진 두상 ‘문득 자화상’을 꼽았다.

“해당 작품은 제작할 당시 혼란한 마음과 조형적 갈등으로, 간신히 완성한 형상을 발로 밟아 왜곡된 형상입니다. 그동안 연구실에 방치해뒀지만, 이번에 문득 쳐다보니 그 밟혀진 모습이 마치 저의 삶을 닮은 것 같아 ‘문득 자화상’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림 중에서는 50호를 2개 이어붙인 ‘달콤한 대지-우크라이나’를 꼽았다. 당초 영혼들이 달콤한 대지로 향하는 가운데 행복한 초원에 누운 여인들의 실루엣을 그리려고 했으나,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보며 작품이 변경된 이유에서다.

도학회 작가. 사진=본인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도학회 작가. 사진=본인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특히 이번 전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 한다. 미술계 최초다.

그 이유에 대해 도 작가는 “과거 길에서 주운 몇십만 원의 돈으로 생활의 위기를 넘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만약 내가 여건이 된다면, 반드시 그 보답으로 최소한 열 배는 남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이 닿아 10년 이상 작은 기부를 하게 됐고,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졌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당시 마음먹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록우산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가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앞으로 다른 미술가들도 사회후원을 위한, 보다 좋은 전시를 가지지 않을까요?”라고 털어놨다.

작품전은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 97길 40(골프존 지하 1층) 플랜에이 A관에서 개최된다.

전시 수익금 일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어린이 후원기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도 작가는 끝으로 “이번 전시는 20여 년에 걸쳐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써왔던 저의 작품활동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새로운 조형 세계를 개척해야 하는 예술가의 자리에서, 비록 60이 넘은 나이지만 다시 새로운 예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에 서 있음을 자각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도학회 작품전 '달콤한 대지-빛 소리의 영혼' 포스터.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도학회 작품전 '달콤한 대지-빛 소리의 영혼' 포스터. 사진=도학회 작가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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