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 사랑나무 따라 연인과 걷기 좋은 길
[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 사랑나무 따라 연인과 걷기 좋은 길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둘레길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2.07.0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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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일상의 회복과 치유,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 1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 정상.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 정상.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글·영상=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백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땅, 세계문화유산도시 충남 부여군.

부여 남쪽 백마강 건너 나지막한 산 가운데 제법 높은 편에 속하는 산이 있다. 높이 268m인 성흥산이다.

성흥산이라는 이름보다 ‘사랑나무’가 자리한 곳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곳에도 둘레길이 있다. 무더위를 피해 선선한 솔바람과 함께 걷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둘레길 출발지점. 임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림성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둘레길 출발지점. 임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림성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출발지점은 임천면 행정복지센터 입구다. 안내판을 살펴보고 신발 끈을 조여 맨 뒤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가림성길이라고 하는데, 길이는 1.8km고 주로 완만한 오르막이다.

천천히 둘러보며 올라 가보자.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데, 부담스럽다면 승용차를 타고 올라가도 좋겠다.

임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림성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임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림성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능선을 따라 울창한 솔숲 사이로 난 오솔길, 그 풍광이 무척이나 정겨웠다.

가림성(성흥산성)을 향해 오르다 보니 중턱에 대조사라는 사찰이 있어 들렀다.

사찰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있다.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도 않았다.

대조사 돌계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대조사 돌계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돌계단을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속세와 떨어진다는 기분도 들었다.

대조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일주문이나 해탈문, 천왕문이 없었다. 매끄러운 곡선의 계단 한줄기만 깔끔히 보였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작은 절’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조사 뒤로 펼쳐진 성흥산의 푸른 숲과 양쪽으로 감싸고 있는 산세 때문이었다.

대조사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대조사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계단을 다 오르니 아담한 대웅전과 3층 석탑, 범종각, 주지스님이 머무는 요사채가 눈에 들어왔다.

대웅전 뒤편에는 보물 217호로 지정된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연석 바위에도 몸통을 새기고 머리 보관은 다른 돌로 만들어 얹었다.

목 부분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소나무는 키 10.6m, 둘레 250㎝다.

대웅전 뒤편에는 보물 217호로 지정된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대웅전 뒤편에는 보물 217호로 지정된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크고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뿌리목으로부터 5m 높이에 있는 굵은 가지가 남쪽으로 뻗어 마치 미륵보살상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미륵보살상과 소나무는 잘 어울리는 커플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 살고 있다.

대조사는 백제 성왕 5년부터 5년간 걸쳐 지은 고찰로, 황금새의 전설이 전해온다. 자세한 내용은 사랑나무를 보기 전 대조사를 찾아 안내판을 읽어보길 권해본다.

대조사에서 가림성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대조사에서 가림성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햇볕이 따가웠다. 대조사를 나서기 전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신 뒤 가림성으로 향했다.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 길 찾기가 쉬웠다.

가림성 바로 아래 주차장이 있다. 한쪽엔 각종 마실 거리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매점 등이 보였다.

건너편에는 나당 연합군과 최후까지 맞서 싸운 무명의 백제 군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충혼사가 있다.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주차장에서 큰 바위 옆으로 난 돌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사랑나무를 만날 수 있다.

다만 돌계단을 바라보니 “또 계단이야?”라는 생각이 들며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하지만 커다란 바위 사이로 나 있는 좁은 돌계단은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바위를 따라 자란 소나무는 노송이 됐다.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길 돌계단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길 돌계단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단풍나무 몇 그루가 보였다. 단풍이 빨갛게 물들 무렵에 이곳을 방문하면 멋진 경치 감상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계단의 끝에서 서서히 성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에 오르니 힘듦이 사라졌다. 주변에 높은 봉우리가 없어 사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기 때문이다.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가림성 혹은 성흥산성이라 불리는 이곳은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과 사비를 방어하기 위해 동성왕 23년 쌓은 석성이다.

전체적으로 긴 네모형태인데, 둘레가 1.5km로 길지 않고, 산꼭대기 부분에 테를 두르듯 쌓은 성이라 걷는 내내 주변 풍광을 감상하기도 좋다.

잠시나마 일상의 시름을 덜어 놓기 딱 좋다.

부여 사랑나무.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부여 사랑나무.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커다란 느티나무 고목 한그루가 눈길을 끈다. 바로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사랑나무다.

주변에 그늘이 없어 햇볕을 피하기 위해 나무 밑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400여 년 이상 된 나무는 높이 18.5m, 둘레 518cm에 가지 뻗음은 동서 26m, 남북 23m로 넒은 원뿔 모양을 하고 있다.

부여 사랑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부여 사랑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수령이 오래되고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서 그런지 신비로우면서도 기품이 더해져 사랑스러워 보였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연인들의 인생샷 명소로 사랑받는다. 매년 일출 행사도 열린다.

오른쪽 아래 나뭇가지와 지면이 절묘하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낸다. 사랑나무 아래에서 각자 사진을 찍고 좌우를 합치면 하트 모양이 생긴다.

나뭇가지가 가슴 설레는 사랑을 이어주는 것 같았다. 연인이나 예비부부라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무 앞에 서서 꽃길만 걸을 날들을 기원해보자.

가림성 안쪽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가림성 안쪽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유필금 사당.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유필금 사당.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남문지로 추정되는 방향에는 성벽이 차광막으로 덮여있었다. 이곳을 돌아가면 동문지가 있는 것 같은데, 보수 공사로 어수선해 바라만 본 뒤 성 안쪽을 살펴보기로 했다.

성 안쪽의 유필금 사당으로 향했다. 성의 중심으로 자연스레 그곳으로 오르게 되어있다.

사당을 돌아 오른 정상의 팔각정자 ‘성흥루’는 위치와 달리 주변의 울창한 나무숲 떄문에 조망이 막혀 아쉬웠다.

가림성 성흥루.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가림성 성흥루.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가림성 성곽.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가림성 성곽.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낙엽이 떨어지면 백마강과 어우러진 부여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에 더없는 명당일 것 같다.

성 안쪽을 살펴본 뒤 온 길을 따라 되돌아 충혼사 앞으로 갔다. 이정표를 따라 산림욕장 대나무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에 좋다.

숲길을 걷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길은 천천히 오래 걸을수록 좋은 것 같다.

산림욕장 대나무숲으로 가는 길에 만난 충혼사.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으로 가는 길에 만난 충혼사.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 입구에 있는 다리.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 입구에 있는 다리.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보니 대나무숲 진입을 알리는 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나무숲에 진입했다. 대나무의 큰 줄기는 휘지 않고 곧았다. 댓잎들은 어지럽지 않고 얽혀 있는 듯 보이면서도 무성하고 힘차 보였다.

산림욕장 대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바람이 불자 시원한 공기도 느껴졌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산림욕장 대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산림욕장 대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대나무숲을 지나 내리막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만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마을로 들어가려면 사유지 구간을 조금 걸어야한다.

정확한 길로 마무리했다면 좋았겠으나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생기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출발지였던 임천면 행정복지센터에 다다랐다.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임천면 행정복지센터 옆 임천 관아터에 자리한 소나무.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임천면 행정복지센터 옆 임천 관아터에 자리한 소나무. (사진=굿모닝충청=채원상 기자)

센터 옆에는 세월의 무게를 안고 있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임천 관아터의 수령 320여 년 된 소나무인데,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남겨보길 바란다.

길을 걸으면서 얻는 것이 참 많았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도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땅의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부여에 왔으니 서동요의 전설이 깃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 ‘궁남지’를 비롯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정림사지, 백제문화단지 등도 둘러보면 좋겠다.

※ [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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