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4월의 두 죽음, 두 진실… 그리고 산 자의 몫
[편집국에서] 4월의 두 죽음, 두 진실… 그리고 산 자의 몫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4.2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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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근 편집국장

[굿모닝충청 최재근 기자]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는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탑승객 304명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급박하던 순간에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 등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는 꽃처럼 예뻤던 아이들과 누군가의 가장이고 엄마이고, 할아버지이고 할머니인 가족의 자랑들을 한 순간에 차가운 바닷속으로 내몰았다. 아직도 우리들의 꽃들과 누군가의 자랑인 9명은 어두운 바다 속에 갇혀 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일주일여 앞둔 2015년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수사로 압박을 받아 온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은 검찰의 강압수사를 비판했고, 자원외교 비리의 위축을 우려했다. 그렇게 끝날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성완종 리스트’란 폭탄이 터지면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목숨을 끊기 전 메모장에 적어놓은  박근혜 정부 유력인사들의 이름과 거액의 돈은 대한민국을 또 다시 ‘비리공화국’이란 오명으로 옭아매고 있는 중이다.

2014년 4월과 2015년 4월, 1년여의 간격을 두고 대한민국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죽음을 목도한다. 물론 두 죽음을 보면 하나는 타의에 의해, 다른 하나는 자의에 의한 죽음이라는 데 큰 차이를 보이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게 ‘진실규명’이라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겨줬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 두 개의 진실이 과연 밝혀질 수 있을지에 회의가 든다.
우선 세월호 참사를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난 지난해 5월19일 눈물을 흘리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은 절규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외면했고,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구조작업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등등 작은 진상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채 1년 동안 허송세월만 했다.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외침을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해 틀어막기까지 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무능한 국가시스템, 사고 이전에서 한 발짝도 개선되지 않은 안전불감증 등은 대한민국호의 현실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또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이 ‘성역없는 수사’를 천명하고, 검찰이 수사전담팀을 구성에 전방위 수사에 나서면서 국민여론에 밀린 이완구 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지만 진실규명 여부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가득 차 있다. 막말로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인사들이 누구인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이들이다. 과연 제대로 수사가 되겠느냐는 것이 국민들의 심정이다. 이미 수차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검찰의 전력도 이러한 불신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있기엔 두 사안이 너무도 엄중하다.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고, 비리와 부패의 썩은 내로부터 대한민국을 청정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양심있는 산 자들이 그들의 울분에 답해야 한다. 진실규명은 외면한 채 툭하면 이념적 갈등으로 몰아가고, 어물쩍 변죽만 울리고, 진실을 왜곡시키는 구태에 ‘죽비’를 내려야 한다.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도 죄’라고 했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또 다시 회자되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을 넘어 건강한 대한민국을 후대에 물려줄 책무를 가진 양심 있는 산 자들의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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