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불행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문명’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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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과학기술로 이룬 완벽한 행복의 부조리함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7.13 0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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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인간은 언제나 유토피아(utopia)를 꿈꾸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자 그 가능성과 기대는 훨씬 커졌습니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A.L.Huxley)는 1932년 공상과학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발표합니다. “인간에게 무엇이 이상향일까”라는 예언적 주제에 올더스 헉슬리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겨우 34층 밖에 안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위에는 부화-조건반사 훈련 런던 양육소라는 현판이 걸렸고, 방패꼴 바탕에는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가로서의 표어가 붙어있다.”

《멋진 신세계》는 고도화된 과학기술의 미래가 과연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utopia)일까? 고도화된 과학기술은 ‘겨우 34층’이라는 표현처럼 엄청나게 발달된 문명사회로 하나의 세계국가를 탄생시킵니다. 문명사회에서 헨리 포드(1863-1947)는 하나의 신(神)입니다. 그는 1900년대 초 자본주의 새로운 방식인 공장제 시스템으로 T형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했던 경영인으로 《멋진 신세계》의 기점으로 설정합니다.

《멋진 신세계》 문명국가에서 최고의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을 탄생시킵니다. 모든 인간은 인간 생산공장 ‘부화-조건반사 훈련 런던 총본부’에서 인공수정으로 대량으로 낳고, 양육과 교육은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집니다.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의 소유라는 관념으로 결혼과 출산, 양육이나 가족은 없으며 섹스는 그저 욕정이나 쾌락의 수단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 죽음까지도 통제하여 인격과 개성 없는 동일한 전체주의 공동체를 만들어 안정성과 평화, 쾌락을 향유합니다.

빙산의 모형을 적정인구 분포로 하여 양육소에서 태어날 때부터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지능의 차이를 두고 사회에 필요한 계급을 만듭니다. 사회 지도층인 알파 계급부터 베타, 감마, 델타와 반 백치로 일만 하는 앱슬론이라는 하류 계층입니다. 이들은 각각의 계층이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미리 결정되어 태어나고 습성 훈련과 최면 학습까지 시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계층별로 조건반사적으로 느끼는 것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은 책과 꽃을 볼 때마다 불쾌감과 고통을 느끼게 하고, 더구나 열대지방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추위에 공포를 느끼게 길러집니다. 로켓 조종사가 될 집단은 끊임없이 회전시켜 거꾸로 서 있을 때만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모든 계층은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고 자기 신분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민과 불안이 있으면 소마(SOMA)라는 마약과 같은 것을 먹습니다. 소마는 의식을 포기하는 강제수단입니다. 침울한 기분이 물러나고 평안하여 마냥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고도의 감수성을 갖지 못하여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없고, 항상 행복하여 신(神)이 필요치 않고, 사회에서 요구되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자유의지로 할 수 없습니다. 노인들은 모든 정신적인 특징이 제거되어 평생 동안 개성이 변하지 않고 일을 하며, 사람들은 오락이나 촉감 영화, 섹스와 전자 골프까지 즐기며 삽니다. 그들은 쾌락 이외의 성찰할 시간이나 여유는 낼 수 없습니다.

《멋진 신세계》 문명국가와 달리 예외적으로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 가족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답게 자아의식이 강하여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야만인으로 취급되고 특별 보호구역에서 불편한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 날 문명국가 인공부화-조건반사 양육소의 직원으로 알파 프러스 계급인 최면 학습 전문가 버나드와 베타 계급 레니나는 야만인이 사는 뉴멕시코의 특별 보호구역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부화 시 잘못으로 일반 사람보다 키가 조금 작게 태어난 버나드는 열등감으로 문명세계에 약간은 비판적이고, 아름다운 레니나는 문명국의 대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존이라는 젊은 백인을 만납니다. 존은 과거에 문명국가에서 여행을 온 현재의 인공부화-조건반사 소장과 이곳으로 함께 여행을 와서 이 지역에서 행방불명된 린다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입니다. 특별 보호구역에서 살게 된 늙고 흉측한 모습의 린다는 문명국처럼 성을 공유하는 행동으로 창녀로 인식되었고, 린다의 임신과 출산으로 태어난 존은 구세계 야만인 특성을 가졌으며 어머니 린다의 도움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었고, 이것이 그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버나드와 레니나는 문명국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가진 린다와 존을 문명국에 데리고 오지만 린다는 구역질 나는 늙은 모습으로 적응이 어려워 소마만 잔뜩 먹어 죽었고, 존은 레니나에 호감을 갖지만 성을 공유로 가볍게 인식하는 그녀와 도덕과 관념에서 간극이 너무 커서 결합할 수 없었습니다. 존은 스스로 고립하여 자책하며 고행하고, 자유의지를 외치며 문명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다 자살합니다.

과학기술로 이룬 완벽한 행복은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완벽하게 통제하여야 가능합니다. 존이 문명국가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다 그 지역을 다스리는 무스타파 몬드 총통에게 붙들려와 참다운 인간다운 모습인 ‘불행할 권리’를 외칩니다.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멋진 신세계》는 20세기 등장한 자본주의식 공장형 대량생산 체제와 파시즘 나치즘 전체주의 사상의 산물입니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상실할 고도의 과학기술에 도취된 현대인들이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체주의 체제와 결합했을 때 닥칠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라마의 행복론》에서 달라이 라마(1935-)는 내면의 수행이 따르지 않으면 자신이 바라는 기쁨과 행복을 절대로 느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행복은 각자의 마음 안에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행복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들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마음을 다스려 고요하고 평화롭다면 우리는 변함없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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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2022-07-14 13:06:13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 할수록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사라져
인간의 몰락으로 반비례하는
끔찍한 일은 없길 바래봅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는 악몽처럼 빠른속도로
현재 진행 중이기에
소설속 내용처럼...
다가올 멋진 신세계가 유토피아 일지언정
주체성 없는 이상향보다는
잠깐이라도 마음의 온도를 높이어
마음의 평화로 행복한 하루가
이상향? 유토피아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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