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무대의 연속… ‘볼레로’ 없었다면 실망할 뻔
평이한 무대의 연속… ‘볼레로’ 없었다면 실망할 뻔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공연을 보고
  • 한은경
  • 승인 2012.07.11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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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베자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무용수이다.

2007년 그는 타계했지만 그의 ‘20세기 발레단은 오늘날 현대 발레에 신선한 비전을 제시했고 베자르 타계 이후 그의 공석을 성공적으로 이은 안무자 질 로망은 베자르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그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필자가 베자르발레단의 공연을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이였다. 그 당시 베자르발레단의 공연도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있었다. 컬럼을 쓰던 시절이 아니어서 작품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무용수들의 우수한 기량과 전체적인 완성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웠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세계는 스티븐 잡스의 아이폰시장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무용시장에도 엄청난 발전이 도래했다. 특히나 현대발레의 발전은 비약적이라고 표현해도 실로 과언이 아니다. 온도를 덥히는 대류처럼 유럽에서 미국신대륙으로 또 다시 유럽으로 그 흐름이 주도되고 있다.

이번 내한한 베자르발레단의 첫 번째 작품은 1974년 초연된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CE QUE L'AMOUR ME DIT)이였다. 말러의 교향곡 3번으로 안무된 작품은 현대와 고전이 한 시점에서 공존하는 무대로 시작되었다. 아다지오는 테크닉을 배제하고는 더 이상의 심미적인 감동을 자아내지 못하고 심연을 울리는 음악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나 평이한 서술적 구조와 분절되는 구성으로 말미암아 긴 집중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두 번째 칸타타51(CANTATE51) 바흐의 음악으로 시작된 이 작품도 전작보다 더 음악에만 충실한 동작이 연속되어 타임머신을 타고 어정쩡한 19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데칼코마니 같은 대칭적 구조의 한계와 동일한 동작의 지나친 반복도 더위에 늘어진 현악기의 줄처럼 탄력을 잃어 필자를 더욱 지치게 하였다.

마지막 작품 볼레로에 대한 기대가 없었더라면 공연장을 빠져나갔을지도 모를 시점이였다. 드디어 볼레로가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버전을 가진 볼레로였지만 역시 베자르의 볼레로는 그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작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베자르는 볼레로로 위로의 보답을 해 주었다. 역시 볼레로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처음 볼레로를 본 관객들은 더욱 더 그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임에 분명했다. ‘볼레로에 대한 필자의 첫 대면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볼레로는 단순한 동작, 지속적 동일한 구조로 이뤄지며 끊임없는 북소리의 리듬이 주를 이룬다. 시대를 뛰어 넘는 볼레로의 마력은 작곡자 라벨의 동양적이며 단조로운 선율, 관현악의 크레센도로 소리와 밀도가 증가되어 감동의 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오늘 공연에서 볼레로에 감사한다. 리뷰가 아닌 컬럼은 전문가적 시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이 조금은 주관적일 수 있겠다. 오늘날 공연이란 평가만큼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외 공연 예술 시장에서 외국 단체를 초청함에 있어 공연 성공에 대한 안정성을 중시한 나머지 작품 선별까지 모두 그들의 몫으로 맡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예우가 넘친다. 앞에 두 작품은 볼레로에 끼어 파는 상품처럼 본 상품이 나올 때 까지 긴 인내심이 필요했다. 우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온다. 세계적인 무용단에 소속된 무용수들의 실력이란 이미 검증되어진 것이라 그들의 테크닉과 기교에 환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콩쿨장을 찾아야 한다. 작품에는 감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좋은 요리를 좋은 쉐프가 만드는 것처럼 좋은 작품은 좋은 안무가가 만들어 낸다. 우리 지역 시민들에게 모리스베자르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지만 두 번째이기도 하다. 베자르의 ‘20세기 발레단1987베자르 발레 로잔으로 바뀌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로잔시절 만들어진 작품들이 아니다.

21C 새로운 베자르 로잔 발레단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못 되어서 조금은 아쉽다. 클래식발레의 정형화된 레파토리에 식상한 사람들이 표방하여 만든 것이 현대발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 바램이 있다면 다음 기획 땐 좀 더 새로운 단체 선정과 장기적인 모니터로 검증된 작품 선택의 전문성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봄의 제전이나 볼레로는 무용의 역사상 역시나 전설이였다.

예상대로 볼레로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고 관객들은 모두 기립했다. 대전예술의전당 사상 이정도의 기립 박수는 무용 공연에 있어 드문 일이였다. ‘볼레로는 검증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간 얼마나 대전 시민들이 무용 공연에 갈증했었나를 실감하였다. 객석의 관람자들이 동시간대에 같은 감동으로 뜨거운 환호를 하고 있는 그 순간 필자에게도 볼레로는 축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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