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충청북도의 발전, 청풍명월의 고장답게
[염우의 환경이야기] 충청북도의 발전, 청풍명월의 고장답게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8.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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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의 백두대간 생태문화탐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취임사에서 ‘충북은 바다가 없으나 호수가 있고, 항구가 없으나 백두대간의 산이 있고, 배가 없으나 만 갈래의 길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발언의 의도를 전부 다 헤아릴 수는 없으나 자연환경적 특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하지만 대표 공약으로 부각되어 있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와 관련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역발전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좋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개발사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보전과 개발의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충북이 지니고 있는 특징과 가치, 그동안의 과정을 재대로 파악하고 인식하여 바람직한 방향과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천하지형세시호산천(天下之形勢視乎山川)’, 고산자 김정호 선생은 대동여지도 목판에 덧붙이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하늘 아래 형세를 보고 산천이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땅은 산과 물로 이루어져 있다. 높은 곳은 산이요 낮은 곳은 물이다. 산과 물은 끊임없이 이어져 흐른다. 그래서 산줄기, 물줄기라 한다. 산줄기는 대간과 정맥들이다. 산의 중심을 이은 선을 마룻금이라 하며 위로 뾰족하게 솟은 부분을 봉우리, 아래로 오목하게 내려앉은 부분을 재(고갯마루)라고 한다. 물줄기를 하천(河川), 강과 내라고 부른다. 물줄기가 흐르다 잠시 멈춘 곳을 호소(湖沼), 물이 모이는 공간을 유역이라 한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는 말이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주분이맥본동기간(山主分而脈本同其間), ‘산은 본래 하나의 뿌리로부터 시작하여 수없이 갈라져 나가는 것’이다. 수주합이원각이기간(水主合而源各異其間)’, ‘물은 서로 다른 근원으로부터 시작하여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산은 스스로 나뉘며 물을 나누는 경계의 역할을 한다. 물은 스스로 모이며 생명을 키우는 요람의 역할을 한다. 사람도 물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사람이 모여 살면 자연스레 마을과 도시가 형성된다.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잇는 통로가 길이다. 길이 물을 만나는 곳에 나루가 있고, 길이 산을 만나는 곳에 고개가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되어 나루가 있던 곳에 다리를 놓고 고개가 있던 곳에 터널을 뚫는다. 하지만 한반도운하와 4대강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자연지리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거슬렀기 때문이다.

충청북도는 바다를 접하지 않은 유일한 내륙도이다. 그럼에도 ‘청풍명월의 고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수려한 자연환경과 올곧은 품성과 기질을 지니고 있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팔도 사람들의 특성을 표현한 사자품평에서 충청도 사람을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면적은 7,407.67㎢(국토의 7.5%), 인구는 1,600,837명(국민의 3.1%), 3개 시와 8개 군으로 이루어졌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첨단산업과 교통물류체계, 참여협력적 도민역량이 결합되어 신수도권 거점·배후지역으로 위상을 키우고 있다. 삼한시대에는 마한, 삼국시대에는 각축장으로서 백제, 신라, 고구려에 번갈아 가며 속했다. 고려 때 충청도라는 지명이 생겨났고, 조선 말인 1896년 13도제를 실시하면서 처음 충청북도의 명칭을 갖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충북은 민족 융합과 문화 통합의 중심이었다.

충북의 산줄기는 백두대간과 한남금북정맥과 그 지맥들로 이루어져 있다. 백두대간의 큰 산줄기가 경북과 도계를 이루고 있으며, 속리산·월악산·소백산 등 3개의 국립공원을 담고 있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뻗어나온 한남금북정맥이 한강과 금강의 분수계를 이루며 충북을 동서로 가로지른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 이르는 1,494.3㎞의 장엄한 산줄기이다. 국토의 뼈대이자 모든 산줄기의 근간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상징이며, 문화적 특성을 구획하는 울타리이자 국토의 중심 생태축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중 충북지역의 백두대간은 단양군 소백산 고치령으로부터 영동군 삼도봉에 이르는 약 247㎞의 구간으로 남한지역 백두대간(670㎞)의 1/3을 차지한다. 충북의 백두대간은 환경생태적,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좀 더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첫째 충북의 백두대간은 3개 국립공원이 밀집하여 빚어놓은 수려한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22개의 국립공원 중 백두대간에 걸쳐있는 국립공원은 7개이다. 이중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등 3개의 국립공원이 충북지역에 밀집해 있다. 소백산은 아고산지대로서 국내 최대의 주목군락지가 천연기념물(244호)로 지정되어 있다. 월악산 아래 조령산 일대에는 조령산 자연휴양림과 문경새재도립공원(경북)이 지정·관리되고 있다. 남쪽 구간 중 황악산-삼도봉-민주지산 일대는 국립공원 못지않은 경관과 원시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충북지역 백두대간보호구역. 사진=풀꿈환경재단

둘째 충북의 백두대간은 한강, 금강, 낙동강 등 남한 3대강을 동시에 발원하며 구획한다. 속리산의 천왕봉에서 발원한 세갈래 물줄기를 삼파수라 부른다. 충북지역 백두대간의 서북쪽으로는 한강, 서남쪽으로는 금강, 동남쪽으로는 낙동강이 각각 흐른다. 강은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잉태한 젖줄이며, 이러한 강을 잉태하는 것이 바로 산이다. 충북의 백두대간은 영남, 호서, 중원지역과 수도권에서 각각의 독특한 지역문화와 도시문명이 발달할 수 있도록 울타리 역할을 해왔다. 백두대간 천연장벽은 오랜 역사 속에서 군사적, 문화적 경계로 작용한 것이다.

셋째 충북의 백두대간은 주요 고갯길이 있어 남북과 동서를 잇는 문물의 이동과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하였다. 부산에서 서울로 향할 때 고개를 단 한 번만 넘고 갈 수 있는 길목이 바로 충북지역 백두대간의 고개들이다. 계립령(하늘재)과 죽령은 가장 오래된 백두대간 고개들이다. 조령(새재)는 영남대로가 지나가는 조선 관문이었다. 교통이 발달한 현대에는 추풍령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렇듯 민족문화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문물의 이동과 교류를 적절히 허용하는 넉넉함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충북의 물줄기는 한남금북정맥을 중심으로 크게 한강유역과 금강유역으로 나뉜다. 강원도에서 남하하던 한강은 충북도에 진입한 후 백두대간 소백산과 월악산에 부딪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우리나라 최대의 담수호인 충주호에 머무르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달래강(달천)천과 합수한 뒤 서해를 향해 유유히 흐른다. 전라북도에서 북진하던 금강은 충북에 진입한 뒤 백두대간 속리산과 한남금북정맥에 가로막혀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충청권의 젖줄인 대청호에 머무르다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의 발견지인 모래하천 미호강과 합수한 뒤 서해를 향해 굽이쳐 흐른다. 충청북도의 수려한 자연환경은 바로 한강과 금강의 물줄기가 백두대간 및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와 부딪치고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이다. 강이 빚어준 상생의 터전, 그 속에 11개 시·군과 마을과 도시가 자리 잡았다.

근대화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충북은 개발 낙후지역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후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개발사업과 기업유치에 집중하였다. 개발성장주의 정책이 지역발전전략의 주류를 차지하였다. 2000년대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에 힘입어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 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설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 등 지역발전의 여건도 변하였다. 신수도권 형성 및 통합청주시 출범과 함께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되었고 ‘경제특별도 충북’, ‘4% 경제 실현’, ‘100만 청주시 달성’라는 슬로건으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충북지역도 도시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졌으며 도내 곳곳에 130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되었다.

지역발전과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개발사업은 생태계 훼손과 환경오염을 동반하였다. 수많은 시설과 도로는 보전지역과 공원녹지 등 생태면적을 잠식하였고 산림생태계를 단절시켰다. 아파트와 공장과 농경지가 쏟아낸 부산물들은 대기, 수질, 토양오염을 심화시켰다. 대형댐과 수많은 저수지들은 하천생태계를 단절시켰고 수질오염과 부영영화로 이어졌다. 도시지역은 과밀개발로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등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농촌지역도 개별 사업장과 축사 난립 등 난개발로 시름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은 쓰레기 대란을 촉발하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 환경단체가 결성되면서 하천살리기와 백두대간보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무분별한 개발사업과 환경오염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문장대용화온천개발중단 등 환경보전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협력활동도 확대되었다.

지난 3년 코로나19 사태는 엄청난 혼란과 인명 피해를 초래한 반면 인류 문명에 대한 성찰과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기후재난은 일상생활을 침해하고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내로 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하였다. 국제사회는 탈탄소 경제사회로의 대전환을 결의하고 글로벌 그린뉴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9월 134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지지하였다. 기업들은 RE100과 ESG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망은 비관적이다. 최근 IPCC는 6차보고서를 통해 1.5℃ 상승 시기를 2021~2040년, 기존보다 10년 가량 앞당겨 예측하였다.

충청북도의 발전에 관한 고민도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방향과 방법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생의 공동체 구현,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보전과 활용,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의 과제는 ‘탈탄소 녹색전환’의 방향으로 융합·통합하여 풀어가야 한다.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도,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와 물이 살아있는 미호강 프로젝트도 이러한 관점에서 구상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충북은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민 참여와 지역사회 협력이라는 경험과 역량이 축적되어 있다. 참여협력체계는 지역사회 발전의 유력한 방법이자 수단이다. 청풍명월 고장이라는 특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하고자 한다면 방향은 ‘녹색전환’이고 방법은 ‘참여협력’이다. 민선 8기 충청북도가 이점을 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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