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로 알려진 수도 서울 강남 서초 등 남부지역 일대가 8일 밤 시간당 100㎜ 안팎으로 쏟아진 폭우로 사살상 초토화됐다.
하늘에 '구멍(천공: 穿孔)'이라도 난 듯 퍼붓다시피 한 물폭격에 시내는 이내 물바다를 이뤘다. 굳이 천공스승을 탓할 겨를조차 없이, 이번 물난리는 가히 역대급이다.
하지만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유명무실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앞장서 지켜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 주변이 침수, 출입이 어려워 ‘재택 점검’이라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보였을 따름이다.
오죽하면 한 네티즌이 분을 참지 못하고 푸념 섞어 경호처를 꾸짖었을까 싶다.
“경호처는 대체 무엇하고 있는 거냐. 수륙양용 장갑차라도 갖고 와서 우리 윤 대통령을 출근시켜야지, 어디서 감히 주변 침수를 이유라고 대나? 이런 일로 대통령 공격 받게 만드는 놈들이 나쁘다. 머리 좀 써라. 해병대 고무보트라도 타고 가서 대통령실에 모셔다 재난에 대처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다른 네티즌은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조 단위 혈세를 써가며 용산에 대통령실을 차려놓고 긴급 비상시에도 나가보지 않으면 대통령실은 왜 차렸느냐”며 “이 재난상황에 헬기를 타든 비를 맞든 집을 나와 대통령실이든 재난상황실에 갔어야지, 전쟁이 나도 집에서 ‘재택할 결심’으로 보고 받고 지시나 할 거냐”고 소리쳤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자택 주변이 침수돼 꼼짝없이 집에서 새벽까지 전화로 상황을 챙겼고 헬기를 타고 대통령실로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한밤중 주민 불편을 우려해 단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이 내린 지시는 “폭우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힘쓰라” “공직자들의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독려하라”는 등의 당부가 고작이었다. 재난상황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직자들 보고 늦게 출근해도 좋다고 지시하고 있으니, '거꾸로 가는 국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 시민들은 늦게 출근하더라도, 오히려 공무원들은 일찍 나와서 수습해야 할 상황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에 경제전문가인 송기훈 애널리스트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종합 상황실이 아닌 자택서 전화 통화로 지시하는 대통령을 내 살아생전에 보다니, 전무후무한 일이다. 갈수록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제 퇴근 전에 이미 기상 경보가 발령되었는데도 ‘칼퇴’를 시전하시고 집에 가시어 전화를 하시었다는 그분, 주 120 시간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비상 상황에서는 일 하는 흉내라도 보여주시라”고 말했다.
한 중견 언론인은 “국가 위기와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 지켜주라고 리더로 뽑아준 것일 텐데, 일찍 퇴근했다고? 폭우로 길 막혀서 대통령실 재난 컨트롤타워 상황실에도 갈 수 없다고?”라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한편 이번 서울지역의 물난리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하수시설 및 치수 하천관리예산 896억원을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학도 출신의 최성식 변호사는 “비는 넓은 면적에 비교적 균일하게 오는데 특정 저지대가 침수되는 이유는 배수속도 때문”이라며 “보도 옆에 있는 쇠로 된 격자무늬 뚜껑 바로 밑에 약 10m 수직갱 안에 우수관이 있는데 이게 막히면 배수가 안 된다”고 일깨웠다.
그는 "따라서 주기적으로 뚜껑 바로 아래에 쌓인 낙엽 담배꽁초 등등을 퍼내지 않으면 우수관이 막히게 되고, 장마철 이전에 서울시가 재작년까지는 다 퍼냈다”며 “그런데 작년부터는 안 하고 그냥 넘어갔다. 밑에 아직 0.5m 여유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라고 들추었다.
앞서 오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 24일 강남역 일대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대규모 지하 배수시설인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공사 현장을 찾아 “그동안 강남역 일대에 침수로 피해본 분들,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이 ‘허풍’으로 확인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SNS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빗대 ‘오세이돈의 저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