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속절없이 날아간 내 주민참여 설문조사 
[김선미의 세상읽기] 속절없이 날아간 내 주민참여 설문조사 
대전시정과 관련 반대 입장, 귀에 거슬리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대전시민
주민참여예산 반토막 ‘시장에게 바란다’ 비공개 전환, 이게 시민 우선 시정?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2.08.29 1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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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설문조사와 공지사항이 담긴 팸플릿 하나가 날아들었다. 

설문조사는 주민사업으로 가장 바람직하거나 우선 시행할 부분을 선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또 하나는 주민총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으로 날짜와 장소가 적시된 공지사항이었다. 

주민센터가 보낸 공지, 주민총회 공지, 주민참여예산 사업 우선 순위 결정 

깜짝 놀랐다. 대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수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처음 받아본 주민총회 공지는 신선하다 못해 생경하기까지 했다. 

동네에 작은 다리 하나 놓는 결정에도 주민의견 수렴으로 수년씩 걸리는 나라도 있다

주민들이 모여 우리 동네에 다리가 정말 필요한지, 예산은 적정한지 등등의 다리 건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꼼꼼히 살펴본 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까짓 작은 다리 하나쯤 후다닥 놓으면 되지, 무슨 주민동의가 필요해? 빨리빨리 문화와 여전히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숙의과정, 여론수렴을 비효율적이라고 여기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까짓 작은 다리 하나쯤 후다닥 놓으면 됐지, 무슨 주민동의가 필요해?

아직도 이런 의식과 분위기가 팽배한 행정기관이 주민들이 직접 선정하는 사업을 시행한다고?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주민자치 확대와 주민참여예산 덕택이다. 민관협치의 한 사례이기도 하다.

주민총회 참석은 못했지만 내 의견이 채택되기를 바라면서 설문조사를 성실하게 작성했다. 

뿌듯함도 잠깐, 대전시는 이장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올해 200억 원으로 책정된 예산규모를 100억 원으로 축소키로 했다. 사업비가 반토막 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와 혈세 낭비가 그 이유다. 

어쨌든 내가 모르는 사이 열심히 의견을 제시한 우리 동네 주민참여사업도 절반이 날아가게 생겼다. 

뿌듯함도 잠깐, 참여예산 절반 뚝, 주민으로서 열심히 참여한 의견 묻히다 

이미 사업을 결정하는 설문조사까지 마무리한 상태에서 사업의 전면 취소 내지 축소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다음 해 사업공모에서 배제하면 된다. 민선 8기 시정 방향에 맞는 사업을 가이드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무시한 성급한 결정은 지역사회의 갈등과 불필요한 의혹만 제기할 뿐이다.

한편 재정여건이 어려워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대전시는 주민참여예산이 줄더라도 일반사업을 통해 주민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 축소가 재정악화로 인한 것이라면서  시의 다른 사업에 반영시키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업 내용 미흡한 점 있으면 개선하고 시가 나서서 가이드 할 수도 있어

사업을 반토막 낸 이유가 재정 건전성과 혈세 낭비가 다일까? 그보다는 사업 단체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정 성향, 직설으로 말하자면 이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과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 성향의 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작용했을 거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보문산 150m 고층 타워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시민참여를 ‘시민의견 왜곡’으로 규정하며 시민단체의 반대 의견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몰아붙인 바 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주민참여예산의 절반 삭감도 이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민참여예산 삭감을 놓고 여전히 논란과 반발이 계속 되고 있으나 이 시장은 강경한 입장이다. 절반 삭감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반토막 배경에는 사업 주도단체에 대한 선입견과 부정적 시각 작용

오비이락인지 이 시장 취임 이후 대전시 홈페이지의 열린시장실 ‘시장에게 바란다’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대전시는 비공개 이유로 잘못된 여론몰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 침해, 특정 단체의 악성 민원 등을 꼽았으나 ‘시민과의 소통’의 후퇴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시민 우선 시정’을 내세운 민선 8기 시정방향과도 배치되는 일이기도 하다. 

반토막 난 주민참여예산제와 시민과의 소통창구인 ‘시장에게 바란다’의 비공개는 일례에 불과하지만 대전시정에 대한 시민참여 통로를 가로막는 전초전이 아닌가 싶다. 

반대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넘어 적대감마저 드러내는 민선 8기의 기조는 여러 면에서 불안감을 자아낸다. 

열린시장실 ‘시장에게 바란다’ 비공개로 전환, 불안감 자아내는 시민과의 소통

자칫 임기 내내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한 통찰력과 통합의지, 균형감을 가진 단체장이라면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시정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내거나 귀에 거슬리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대전시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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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선 2022-08-29 12:38:15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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