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사람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구약을 다 외우는 사람이야! 지금도 구약을 줄줄 외워!"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10일 성경책을 들고 주일 예배 참석을 위해 여의도 순복음교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이같이 말했다. 오리지널 워딩이다.
손바닥 ‘王’(왕)자에 이어 TV토론에 천공스승까지 공개되면서 '무속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돌파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곧이듣기 보다는 당선을 위해 정치적으로 내뱉은 레토릭으로 의심했다.
이에 지난 7월 1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목사고시에 합격, 정식 목사로 데뷔한 정치평론가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10일 "아내(김건희)가 교회를 열심히 나가 구약을 다 외운다"라고 발언한 윤 대통령을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 공소시효과 끝나지 않은 만큼) 아내의 주술적 무속 의혹으로 개신교계의 의구심이 커가는 시점에 후보자 윤석열이 '기독교 신앙이 깊은 아내'로 분칠하고자, 당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강력하게 의심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을 뿐, 검·경 수사는 가능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에 비춰, 현직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윤석열은 잘 알 거다. 그 논리를 만든 사람이 윤석열 본인”이라고 상기시켰다.
특히 “김건희는 남편 발언이 무혐의 처분되기를 바란다면, 수사기관에 나와 창세기 1장1절부터 말라기 4장6절까지 구약성서 39권 929장 23,214절을 안 보고 다 읊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완배 〈민중의소리〉기자는 지난해 10월 20일 평화나무가 발간하는 언론비평지인 '쩌날리즘'에 기고한 《윤석열은 왜 굳이 거짓말을 할까?》라는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짓말’로 깔아뭉갠 바 있다. 이 기자의 이날 칼럼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김건희 씨가 구약 39권을 다 외운다고? 아무렴. 왜 안 그렇겠나? 나도 소싯적 데모 할 때 드래곤처럼 입에서 막 불을 내뿜고 그랬다니까!
이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 거짓말이 황당한 이유는, 이건 누가 봐도 거짓말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열 개인데 손가락 사이에 화염병 열 개를 끼웠다”는 거짓말은 잠깐 헛갈리기라도 하지, “구약을 다 외운다”는 말은 헛갈릴 여지도 없는 뻔한 거짓말이다.
도대체 누가 봐도 뻔한 이 거짓말로 윤석열 씨가 얻는 이익이 뭐란 말인가? 이익은커녕 “븅딱 아닌가?”라는 핀잔만 듣는다. 만의 하나 윤석열 씨가 저 거짓말이 정말로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면, 그러니까 사람들이 “와, 부인 김건희 씨의 신앙심이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뭐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면 뇌가 빠가사리 수준이라는 건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