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일상을 예술로
[김선미의 세상읽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일상을 예술로
대전시 확대간부회의에서 등장한 뜻밖의 ‘작은 미술관’
작은 문화공간, 다양성과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마중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2.09.17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제가 제2시립미술관을 짓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런 커다란 미술관도 필요하지만 대전역 주변 관사를 재개발하고 소제동 관사촌이 훼손되지 않게끔 재정비해 작은 미술관을 대거 유치하거나 대전 출신 화가들의 미술관을 유치하는 것도 검토하자.” 

이장우 대전시장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렇게 피력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큰 미술관도 필요하지만 작은 미술관 대거 유치” 

뜻밖이었다. 대규모 개발, 토목, 건설사업에 치중하며 연일 새로운 사업 구상을 쏟아내던 것과는 전혀 결이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미술관’이라는 언급은 정말 눈과 귀를 의심케 할 만큼 놀라움을 안겼다. 

이 시장은 또한 “대전이 ‘노잼도시’라는 불명예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틀을 깨고서라도 새로운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맥락적으로 보았을 때 ‘문화적 관점’ 보다는 ‘문화관광사업’의 연장선상에 놓여진 것으로 읽히긴 한다. ‘문화’보다는 ‘관광’에 더 방점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 

‘문화’보다 ‘관광’에 방점이 찍힌다해도 반가운,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

대전 시립미술관. 자료사진
대전 시립미술관. 자료사진

이 시장이 언급한 작은 미술관의 개념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표제만 같은, 내용은 전혀 다른 동상이몽이 될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설령 그렇다해도 크고, 높고, 장대한 것만이 아닌 ‘작은’ 것에 대한 언급이 확대간부회의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등장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대거 유치’가 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밀착형의 작은 규모의 미술관을 조성하는 ‘작은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해온 공모사업이다. 

생활권 내에 등록 미술관, 대안공간, 미술전시실 등이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문화예술 향유 기회에서 소외된 지역이 일차적 대상이다. 

문체부 2015년부터 문화 소외 지역에 지역밀착형 ‘작은미술관’ 지원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문화공간에서 전시나 시각예술 프로젝트를 추진, 예술이 주민들의 일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최소 7000만 원 정도를 지원 받는다.  

인근 지역의 작은미술관으로는 간선급행버스체계 BRT의 환승센터를 활용한 세종시의 BRT 작은미술관이 있다. 대전에는 2017년 ‘중동작은미술관’이 개관했다. 그러나 그다지 잘 운영된 것 같지는 않다. 

이후에도 대전시는 공공 유휴공간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해 문화예술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작은미술관 조성에 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대전 2017년 ‘중동작은미술관’ 개관했으나 운영은 성공적이지 않아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 50년 전에 출판된, 독일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책 제목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이 문장은 책 제목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상징이 됐다.

책은 자원, 조직. 소유 등 경제학적 관점에서 세계의 경제 구조를 바라본 내용을 담고 있으나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문화, 사회 각 분야에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 

작은 단위를 이루는 것이 큰 것 보다 인류 공동체에 보다 더 이롭다는 인간친화적이고 자연친화적 개념은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대의 상징이 된 인간친화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미술관, 작은 도서관, 작은 서점, 작은 영화관, 소극장, 작은 축제 등등. 우리 주위에는 작아서 더 아름다운 의외의 공간들이 생각보다 많다. 

크고 화려한 공간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작은 것들이 이뤄낸 성과는 보이는 것 이상이다. 

2005년 시민단체와 동네 주민들의 후원으로 어렵게 첫 문을 연 대전의 작은 도서관은 2021년 현재 256개로 늘었다. 작은 도서관들은 대전의 도서관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작은 문화공간의 확대는 생활 속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미덕인 다양성 확장에도 소중한 자원이 된다. 

민선8기, 슬리퍼 끌고 갈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 동네마다 들어서기를

간부회의에서의 언급이 하나의 독립된 영역인 ‘작은미술관’을 염두에 둔 것인지 규모만 작은 ‘작은 미술관’을 고려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곁에는 작은 것들이 이뤄낸 눈부신 결실들이 적지 않다.

민선 8기에는 슬리퍼 끌고 어슬렁어슬 걸어서 찾아갈 수 있는 ‘작은미술관’이 동네마다 들어서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제는 크고 높은 것만이 최고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대전이 이를 실현하는 도시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