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이장우 시장의 로망? ‘0시 축제 부활’ 
[김선미의 세상읽기] 이장우 시장의 로망? ‘0시 축제 부활’ 
‘대전 대표축제’ 도대체 몇 번째인가, 단체장 바뀌면 사라지는 축제들
기존 틀 답습하는 공무원 동원하고 세금 쏟아붓는 관제 축제는 NO!
유명 아이돌 가수 한 팀만 불러도 몇 만명 모으는 것은 순식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2.09.28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허망했다. 스페인 북부 피레네 산맥 기슭 바스크 지역에 위치한 팜플로나시의 산 페르민 축제(Fiesta de San Fermin).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생생히 묘사된, 그 유명한 세계적인 축제다. 

골목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쇠뿔에 받힐 위험성과 공포를 무릅쓴 채, 무섭게 돌진하는 황소를 피해 825m의 좁은 골목길을 냅다 달리는 시간은 찰나에 가까운 고작 3분여 남짓.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는커녕 소들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허망했던 그 유명한 세계적인 산페르민 소몰이축제, 재미는 다른 데 있었다

거대한 함성과 짜릿함은커녕 시야를 가로막는 바리케이드와 경찰, 안전요원, 구급대원들 사이로 소꼬리만 겨우 볼 수 있었다. 산페르민 축제의 상징이자 백미라는 소몰이(엔시에로 Encierro) 행사는 내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축제의 감동과 재미는 다른 데 있었다. 축제가 진행되는 시청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는 인산인해, 온통 축제를 상징하는 흰색과 붉은색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유모차의 아기들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어김없이 흰옷에 붉은 수건을 둘렀다. 심지어 강아지도 빨간 리본을 달았다. 구두와 핸드백까지 색깔 맞춤을 한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해가 진 뒤에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의 떠들썩함은 밤새 이어졌다. 

흰색과 빨간색의 드레스코드로 시가지 물들이며 밤새 이어진 축제의 열기

일본 시코쿠 고치시의 ‘요사코이’ 마츠리. 180여 개의 팀, 1만5000명을 넘는 춤꾼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을 헤아리는 관람객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마저 하얗게 태워버릴 기세였다. 

인구 32만여 명의 도시에서 이 많은 참가자들이 이틀 밤낮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한꺼번에 거리를 누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열기가 어느 정도일지.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폭죽 터트리듯 분출시키는 축제의 폭발력과 역동성은 보는 이를 압도케 했다. 

‘요사코이’ 축제는 참가비도 만만치 않았다. 10여 년 전 축제참가 당시 2만엔(약 2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참가비에는 의상비, 마츠리 기간 동안의 교통비, 식대 등 부대비용이 포함됐다지만 축제 참가하는데 돈을 내다니, 솔직히 아까웠다. 

그러나 공짜 축제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참가자들은 1년 동안 축제를 기다리며 기꺼이 주머니를 연다고 한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축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대전역 0시 축제 홍보 포스터.
대전역 0시 축제 홍보 포스터.

축제 참가하는데 돈을 내다니 아까웠다, 기꺼이 주머니 여는 참가자들

‘대전의 대표축제’. 도대체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지방자치 시대와 함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대전의 ‘대표축제’ 만들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대전의 정체성을 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전을 대표하는 ‘세계적 축제’”는 없다. 

한밭문화제, 대전 H2O 페스티벌, 와인 페스티벌 등 관이 주최하는 축제들이 여럿 만들어졌으나 대부분 단명하며 가뭇없이 사라졌거나 없어질 판이다. 

민선8기 접어들어 어김없이 ‘대전 대표축제’가 다시 한번 소환되고 있다. 이번에는 이장우 대전 시장 선거공약인 ‘0시 축제’의 부활이다. 

대전시는 20일 ‘대전 0시 축제 콘텐츠 개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갖고 ‘대전 0시 축제’만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 구축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에 나섰다. 

단체장 부침에 따라 널뛰는 축제, 수십년 반복되고 있는 대표축제 타령 

‘0시 축제’는 이 시장이 2009년 민선 4기 대전 동구청장 시절 처음 추진한 축제로 참가자가 20만 명이 넘는 등 관심을 끌었지만 지방선거에서 낙마하는 바람에 단 1회, 단발성으로 끝난 축제다. 

미완으로 끝난 ‘0시 축제’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지 이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0시 축제 ‘부활’을 공언해 왔다. 

지자체마다 만들기만 하면 대박이 날 듯 ‘에딘버러 축제’를 꿈꾸지만 성공적인 축제 만들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탁월한 기획력과 명분과 주제와 타깃을 분명히 하는 축제도 성공이 어렵거늘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창조적이며 경제적인 축제 만들기는 더 더욱 녹록치 않다. 

성공한 축제로 소문이 났던 지역축제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진 경우는 수도 없다. 

탁월한 기획력과 명분, 주제와 타깃 분명히 해도 성공 녹록치 않아

가장 큰 원인은 기존의 축제와 차별화되는 ‘독창성’과 ‘기획력 부재’다. 문제는 새로운 개념의 축제를 만들겠다면서도 여전히 세금을 쏟아붓고 공무원을 동원하는 획일적인 관제 축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잊혀졌던 축제의 부활을 꿈꾸며 연구용역에 착수한 이장우표 축제는 과연 어떤 콘셉트와 콘텐츠로 독창성과 차별화를 꾀할지 주목된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여름철 대표축제가 될지, 시장 임기 중 잠깐 반짝했다가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축제로 남아 뒤안길로 사라질지 말이다. 

유명 아이돌 가수 한 팀만 불러도 몇 만명을 모으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진부한 콘텐츠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