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
[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2.10.05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지 오웰
조지 오웰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 (George Orwell,1903-1950)은 필명입니다. 본명은 Eric Arthur Blair입니다. 이튼 스쿨을 나올 정도로 좋은 머리를 가졌으나 가난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그는 밑바닥 생활을 한 경험으로 약자 편에 사는 삶을 살았고, 노동자 계급이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주의자로 자신을 매겼습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신문 잡지에 기고하였고, 파시스트들이 일으킨 스페인 내전에도 참전하였으며, 출판사의 편집자와 유럽 특파원으로 무명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가운데 소련이 공산주의 혁명은 성공했으나 가짜 사회주의로 무자비한 숙청과 독재적 통치방식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특히 1939년 소련이 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맺는 것을 보고서 소련 공산당 조직이 원칙 없는 기회주의적 조직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조지 오웰
조지 오웰

구 소련 스탈린의 독재체제를 풍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구 소련 스탈린의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우화 형식으로 풍자하여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입니다. 《동물농장》은 1944년에 탈고한 후 출판사를 찾지 못하고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1945년에 비로소 출판된 책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 간에 냉전이 시작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습니다. 

《동물농장》은 인간 농장주의 농장에서 생기는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1917년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으로부터 1943년 미국과 영국, 소련의 3국 정상이 주최하는 테헤란 회담까지 약 26년간의 공간이 《동물농장》의 시대적 배경입니다. 

니콜라이 2세
니콜라이 2세

이 소설의 비유되는 인물들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술주정뱅이로 동물들을 채찍으로 학대하고 제대로 먹이를 주지 않아 쫓겨난 동물농장 주인 존스는 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입니다. 이론가 메이저 영감은 카를 마르크스, 권력의지가 강한 철권통치를 하는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 이론과 조직에 능하고 창의적인 스노불은 숙청당한 트로츠키입니다. 젊은 수돼지로 선전선동에 강한 스퀄러는 소련의 기관지 프라우다 지(紙)를 상징하고, 나폴레옹이 길들인 맹견은 공포정치의 수단인 국가 비밀경찰입니다.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돼지 메이저의 공산주의 사상

존스씨가 운영하는 매이너 동물농장의 동물들에게 존경받는 연장자 돼지 메이저 영감은 밤마다 동물들을 모아놓고 동물들을 비참하게 만든 인간들을 상대로 투쟁해야 한다고 연설하고 동물들에게 체제를 전복시키는 혁명을 부추깁니다. 마르크스 레닌 사회주의 사상을 설파하는 돼지 메이저의 연설은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연상할 정도로 똑똑한 동물들에게 새로운 인생관을 심어 주었습니다. 노동가치설과 노동자와 농민을 중심에 놓는 평등사회 건설입니다.

“인간은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소비만 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인간은 우유도 만들지 못하고, 달걀을 낳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몸이 너무 약해서 쟁기질도 제대로 못하고, 토끼를 잡을 만큼 빨리 달리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동물을 지배합니다. 인간은 동물들에게 일을 시키고,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자기들이 챙깁니다. 우리는 힘들게 밭을 갈고, 우리의 배설물로 땅을 기름지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는 거라고는 벌거벗은 가죽뿐입니다.”

인간이 동물들이 생산한 것을 전부 도둑질해가기 때문에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적이고, 인간만 제거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사상을 실천에 옮긴 동물은 돼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스노볼과 나폴레옹입니다. 구소련의 레온 트로츠키와 이오시프 스탈린을 상징합니다.

동물들의 농장과 동물주의

1.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늙은 메이저가 죽은 후 얼마 되지 않아 동물들은 반란에 성공하고, 매이너 농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매이너 농장이라는 간판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연구 정리한 〈동물주의〉라는 7계명의 사상체계를 제시합니다. 이는 사회주의 사상을 비유한 것으로 이 계명 중 옷·침대·술은 인간이 누리는 특권을 말합니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다른 동물들에게는 “네다리는 좋고 두다리는 나쁘다”로 간단하게 말하여 외우도록 했습니다.

동물주의의 변질과 특권화

조지 오웰은 참 탁월합니다. 80년 전에 쓴 《동물농장》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늘날 정치가 떠오릅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쪽이나 정권을 잡으면 정권 잡기 전과 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는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만큼 가져간다’고 주장했으나 혁명이 성공한 후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이 소설은 보여줍니다. 인간을 몰아낸 후 동물농장은 이전보다 부유하고 행복한 듯 했으나 총명한 우두머리 돼지들은 거짓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들만을 위한 특권계급을 만들어갑니다.

"이것들을 가져가는 유일한 목적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유와 사과(이것은 과학으로 증명된 것입니다)는 돼지의 건강에 꼭 필요한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돼지들은 머리를 쓰는 일을 합니다. 농장의 전체 관리와 질서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린 밤낮으로 여러분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것도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우리 돼지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십니까? 존스가 돌아옵니다! 그렇고말고요."

언변에 능한 선전 선동가 스퀄러는 꼬리를 흔들고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거의 애원하듯 말합니다. 돼지들이 하는 감독 하고 농장을 경영하는 일은 농장의 복지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고, 일이 많아 한도 끝도 없다고 말합니다. 다른 동물들은 너무 무지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동물들에게 존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으로 몰고 가자 돼지들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확했고, 결국 최고의 물질인 우유와 사과는 돼지들의 몫이라는데 모두가 이의 없이 동의하였습니다. 

내부투쟁과 최후의 승자

다른 동물들의 경우 그들의 인생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예만도 못한 생활이 이어집니다. 늘 배가 고팠고, 짚 위에서 잠을 자고, 우물에서 물을 마셨으며, 들판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존스가 농장주로 있을 때보다 적은 배급량과 노동시간이 긴 최근 삶이 더 빠듯했습니다. 농장은 점점 부유해지는 반면에 동물들은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고, 돼지와 개는 식욕이 왕성하고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존스 씨는 동물농장 주위에 있는 폭스우드 농장(독일)과 핀치필드 농장(프랑스)의 도움으로 농장을 되찾으려 했지만 스노볼의 혁혁한 전투지휘로 무산됩니다. 이는 백계 러시아인들이 일으킨 내전을 상징하는 것으로 트로츠키의 활략으로 승리합니다. 

평등이라는 기치 아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것도 잠시, 나폴레옹(스탈린)과 스노볼(트로치키)은 모든 문제에 의견이 달랐고, 이로 인하여 치열한 노선투쟁을 합니다. 나폴레옹은 자체적으로 방어력을 갖추어야 된다는 국방력 강화와 일국 사회주의를, 스노볼은 모든 곳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국방력 강화가 전혀 필요 없게 된다며 세계 공산혁명과 영구혁명론을 주장합니다.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경제정책에서도 의견을 달리합니다. ‘풍차’는 소련이 공산혁명 후 지금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산업화 정책을 상징하는 것으로 처음 스노볼이 제안했으나 당시 나폴레옹이 반대하였습니다. 결국 나폴레옹은 스노볼이 이웃 농장과 결탁한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 나폴레옹이 개인적으로 양육한 아홉 마리의 개들에 의해 쫓겨서 해외 망명을 합니다. 바로 스탈린의 트로츠키파 숙청의 내막을 비유한 것입니다. 

독재정치와 우상화 

스노볼이 몰락한 후 최후의 승자 나폴레옹은 스노볼의 ‘풍차 계획’이 원래 자신의 것이었다고 역사를 조작하고, 다시 나폴레옹이 ‘신경제정책’이란 이름을 바꾸어 이어갑니다. 모든 위원회와 일요일 아침 회의 외 모든 회의를 폐지하고, 돼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모든 일을 처리합니다. 

스탈린
스탈린

이제 희대의 독재자 스탈린이 만들어져 갑니다. 나폴레옹 주위 개들이 다른 동물들을 위협하여 “내가 더 열심히 일한다” “나폴레옹 동지는 언제나 옳다”라는 구호로 독재정치를 시작합니다. 스노볼의 추종세력이 동물농장 내에 스며들어 있다고 주장하여 일요일 회의에 반대하는 돼지들과 미국 등 자본국가에 상품을 수출한다는 의미인 달걀 거래를 반대하는 암탉들을 날조된 고백을 통하여 무자비하게 숙청합니다. 공포와 살육으로 자신의 우상화 작업을 철저하게 밀어붙였고, 반란 때 불렀던 더 나은 사회로의 갈망을 표현한 ‘잉글랜드의 동물들’ 노래는 페기 처분되었고 금지되었습니다. 

돼지나 개의 특권층 지위는 돼지 이외 다른 동물들을 속여 유지가 됩니다. 그들은 돼지우리에서 본채로 이사하여 살았으며, 특히 돼지들의 말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말 복서가 농장의 일에 한평생 열심히 일하다가 나이 들어 부상당해 쓸모가 없게 되자 폐마 도축장에 보내고 겉으로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보냈다고 스퀄러를 통하여 거짓말로 선전합니다. 

이제 동물주의 7계명은 온데간데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 남아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들은 이것만 외쳐대고 세뇌당하여 진실처럼 믿었습니다. 나폴레옹 같은 독재자는 언어를 조작하여 진실을 날조함으로써 부패한 권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로 불리고, 여타 돼지들도 특권계급이 되어 인간(존스 농장주)처럼 되었고, 이제 나폴레옹의 생일 때에도 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의 우상화 작업이 완료되고 영미권을 대표하는 필킹턴씨와 회담을 가지는 것으로 소설 《동물농장》은 끝납니다. 나치 독일을 타도하기 위한 1943년 미·영·소 3국 정상의 테헤란 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이회담에서 카드 게임처럼 서로 상대방을 속이고, 격렬한 말다툼을 하고, 흥정을 합니다. 이는 독일 패망 후 2차대전 후 새로운 냉전 시대를 예고합니다.

테헤란 회담
테헤란 회담

과학적 사회주의는 탁상공론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이론을 창안하여 사유재산 없는 평등한 사회가 가능하고, 이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주창하였으나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 실패를 통하여 이는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 탁상공론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동물농장》 나온 후 1세기가 다 되어가고 있지만 ‘권력과 인간성의 문제’로 지금 읽어도 우리에 많은 감동과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