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설화(雪花) ⑪
[연재소설] 설화(雪花) ⑪
  • 유석
  • 승인 2015.05.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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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유석 김종보] 그것도 아니면 노래방이라도 가야했다. 지수에게는 그 모든 것이 돈이 걸린 문제였기에 그녀의 욕망을 다 풀어주지 못했다. 금희의 반격은 그칠 줄 몰랐다.

“어떤 때는 지수가 기분을 맞춰주고 참을 수 없는 본능에 부부관계를 원하면 남자의 자존심이 상하도록 핀잔을 줬다며…? 너는 잠자리에만 정신이 팔려있니? 이 등신아? 그게 말이야…? 그런 말을 같이 사는 여자로서 할 말이야…?”

그랬었다. 그녀와의 섹스를 하려면 별도로 최소한의 서비스는 덤으로 지불해야 했다. 그때마다 할 수 없이 남자의 본능적인 욕구를 풀러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막아낼 수 없는 본능적인 욕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 마저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 망설였었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일찍이 금희가 지수의 모습이 안타까워 부추긴 것도 그때문이었다.

“내가 그랬어! 이놈아, 그년한테 달라지 말고 어디 가서 마음껏 풀고 와! 남자가 그걸 참고 어떻게 살 어. 그랬어! 게다가 그건 고사하고 어쩌다 다희 엄마 젖가슴조차 만지지 못하게 뿌리쳤다면서…? 나도 여자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지금 사는 게 이지경인데, 어떤 남자가 더 참고 살겠어…?
다희 아빠가 지금까지 참고 산 게 대단해… 내가 그 소리 듣는 순간, 이놈아! 차라리 젓소 키우는 목장에 가서 퉁퉁 불어 터진 암소 젖이나 실컷 주물러! 내가 그런 말까지 다했어. 이건, 말로만 부부고 잠자리만 부부지. 이미 부부가 아니야! 남보다 더 못한 사이야.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천하장사도 못 참는 법이여! 지금 세상이 금실 좋은 부부사이에도 집 밖에 나가면 모두 다른 남자의 여자,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버린 세상인데, 병신 천치처럼 왜 속만 썩고 살아! 그랬어.
그것뿐이야? 지금 정치가뿐 아니라, 대통령 비서마저 외국에 나가 추태를 부리지 않나, 전 국회의장 현직 군 장성 검사 판사 너나 할 것 없이 성폭행이다 성추행이다 나구 장창 매일 저질러대는 뉴스를 보지도 못했니…?
거기에다 더 심한 사람은 여자한테 따로 살림 차려주고 드나들고 있는데, 뭘 더 참고 기다려 이놈아! 너는 당당히 할 말 있는 놈이잖아…?
더군다나 지금 혼인신고도 못하고 있는 놈이… 법에서도 그건 당당히 이혼사유로 인정하고 있어! 이제, 너만 바보처럼 살 필요 없어! 내가 그렇게 말했어!”

“흥! 알만 하네요.”
“뭐? 알만해…?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 있다더니, 그래도 할 말이 있어…?”

그랬다. 금희는 지수를 보다보다 못해 밖에 나가 풀고 나 오라며 다그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살아 있을 때 영혼의 금빛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이나 마음껏 주고 가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었다.

그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이며 행복의 씨앗이라며 미란을 원망하면서 지수를 종용했었다.
지금 세상이 막가는 세상이다보니 마치 사랑을 휴지조각처럼 여기는 세태를 봐도 금희의 말은 한 결 같이 옳은 말들이었다. 

오늘도 거리에는 금수만도 못한 ‘인면수심’이 판을 치고 있고 내 놓으라 하는 정계, 학계, 재계, 사법부, 교수사회 할 것 없이 모두가 막놀아나는 ‘세상인데 뭘, 더 두고 볼것이냐며 싸잡아 내렸었다. 그녀가 지수를 못난 남자로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금희는 쥐고 있던 고삐를 더 세게 끌어 당겼다. 이번엔 화가 아니라 수습이었다.
화풀이를 하다 보니 후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타당성을 얻기 위한 사전 대비책이었다. 될 수만 있다면 미란과 인생을 함께 하도록 바라는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지금까지 남자가 혼자 버는 거 가지고 네 식구가 먹고 살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형편을 너무 몰라주는 미란에 대해 자중자해를 구하며 어디 일자리라도 알아봐서 시간 타임이라도 나가기를 바랐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미란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풍성한 가을 들녘에 먹을 것이 풍성한 메뚜기가 걱정 없다는 식인 양 그 자리서 펄쩍 뛰어 올랐다.

“뭐라구? 이제 와서 나더러 돈 벌러 나가라구…? 다희는 어떻하구. 그리고 누리도 이제 여섯 살인데 이건, 내 자존심을 통째로 무시하는 거 아냐?”
 “무시하기는, 사정이 그러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지금 고모가 다희를 봐 주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고모도 지금 직장을 나가 벌어먹고 살고 있으니까 잘 알잖아…?”

말은 그럴 듯 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살려고 하는 의지가 전혀 없는 미란의 말은 여전히 핑계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금희는 그 말을 해놓고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녀역시 남편 없이 살아가는 현실에서 대책 없는 자신이 모습이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낭비 좀 그만하라는 말도 할 수도 없었다. 자칫 불난 집에 기름을 쏟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서 그냥 넘어가기에는 억울했다. 진퇴양난이었다. 그냥 내버려 두다간 또 다시 양가 부모들끼리 실제로 큰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갈등이 밀려왔다. 그때는 모두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지만 미란은 여전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히 나왔다. 오히려 다급한 것은 지수 쪽이었다.

지난날 한순간의 실수로 너무 큰 댓가를 치르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핏줄을 끊고 돌아서야 할지, 아니면 토막 난 또 다른 반쪽을 끌어안고 평생 한 맺힌 원망을 들으며 살아가게 내 버려둘지에 대한 갈림길에서 자신의 운명마저 점점 추락하는 느낌이 들자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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