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로윈’ 참사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예견된 사고였다. 한마디로, 국가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붕괴됐음을 의미하는 대참사다.
이는 곧 사고로 희생된 책임을 일반 시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켜줘야 할 기본책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경찰력을 제대로 활용, 관리했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으나, 정부 당국의 안일한 인식에 따른 대처와 경찰력의 물리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2014년 4월 16일 발생, 304명이 숨졌던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불과 8년만에 다시 재현되면서 이번 참사는 세계 유수언론의 톱 뉴스로 다뤄졌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을 비롯 미국 워싱턴포스트(WP) NYT CNN NBC ABC와 일본 NHK, 프랑스 르몽드에 이어 중동의 알자지라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언론이 서울의 핼로윈 참사를 1면 헤드라인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참사는 이태원의 유명 클럽이 있는 해밀튼호텔 앞 언덕길을 이전까지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던 조치를 느슨하게 운영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넘어지자 몰려오는 인파에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끝내 대규모 압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진 참사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앞 사람이 넘어진 뒤에도 좁은 골목의 양쪽에서 몰려드는 인파에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옴짝달싹 할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마냥 사고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이 이 같은 리스크를 철저하게 예상하고 폴리스 라인을 설정하는 등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의 물리력 한계로 화를 더욱 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관할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처음 맞는 ‘핼로윈 데이’를 앞두고 주말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 적어도 1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 행사 기간 동안 경찰 200명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세운 바 있다.
참고로 얼마 전 부산에서 있었던 BTS 콘서트에는 5만5000명이 운집했고, 부산경찰청은 교통경찰 뿐만 아니라 기동대 8개 중대와 일선 경찰서 경찰관에, 심지어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했다. 동원된 경찰 인력만 1,300여명이었고, 이와 별도로 안전요원 2,700여명이 추가 배치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용산경찰서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오면서 과로로 인한 인력 충원을 끊임없이 호소해왔다는 사실이다.
당장 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구와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매달 60시간 안팎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집회와 시위 통제업무에 일반 형사들까지 차출되는 등 과로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5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들춘 바 있다.
요컨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가져온 부작용이 도미노 현상처럼 일파만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벌어진 불가피한 참사고, 이런 사고가 언제든지 또다시 발생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4일 발생했던 '강릉 낙탄사고'는 수백명의 국민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진보논객인 김상수 작가는 30일 “정말 안타깝다. 윤석열을 경호한다고 매일 700명 이상의 경찰이 도로 가에 동원되고, 이태원 좁은 지역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일시에 몰릴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을 위한 경찰 투입은 너무 숫자가 적었다”며 "분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