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조사원 마트·백화점 돌고 하는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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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간 커버> 주부교실 조강숙 조사원의 하루
  • 김윤미 기자
  • 승인 2012.10.24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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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대전 주부교실 조강숙 가격조사원이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김윤미 기자
19일 오후 3시 한가롭던 대전 대형마트에 매의 눈을 한 여성이 떴다. 목에는 ‘가격조사원’이라는 명찰을 걸고 한 손엔 볼펜, 다른 한 손엔 A4용지 파일을 들고 매장 내부를 휙휙 지나다니며 뭔가를 적어간다. 주인공은 전국주부교실 대전광역시지부 조강숙 가격조사원으로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해 햇수로만 12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가격조사 베테랑이다.

조 조사원이 담당하는 곳은 홈플러스 대전 둔산점과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식품관. 조 조사관은 이날 홈플러스 대전둔산점에 이어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으로 이동하며 신선식품과 공산품, 가공식품 등 50개가 넘는 품목의 가격을 꼼꼼히 조사했다.

조 조사관은 “10월 물가가 대체적으로 8월보다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달은 추석 성수품 가격 조사로 해당 마트와 백화점의 물가조사를 하지 못해 8월과 비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과일·야채 등 신선식품의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날씨 탓이라고 한다.

배추 2kg 포기배추 1포기의 경우 홈플러스 대전둔산점은 8월 1900원에서 10월 3780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8월 대전 전체 평균가 2976원보다도 604원이나 더 오른 가격이다. 백화점은 이보다 더 비싸게 판매됐다. 타임월드 식품관에서는 같은 배추 1포기가 5980원으로 홈플러스에 비해 2200원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조 조사원은 “채소는 친환경제품 비중이 많아지고 있다”며 “타임월드의 경우 상추는 친환경제품만 취급해 조사 품목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꼭 백화점이 비싼 것만은 아니라는 게 조 조사원의 얘기다.

조 조사원은 “대부분 사람들은 ‘마트니까 당연히 싸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오히려 백화점이 더 싸게 판매하는 제품군도 있다”고 귀띔해줬다.

실제 이날 조사에서 동서맥심 모카골드 믹스(100매입)의 경우 홈플러스는 1만3870원에 판매되는 반면 타임월드 식품관에서는 1만3600원에 판매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선식품의 경우엔 백화점보다 마트가, 공산품은 마트보다는 백화점이 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제품 가격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조강숙 가격조사원.

“가격 올리고 1+1, 중량 조작… 척 보면 압니다”

백화점·마트·재래시장
신선식품서 생활용품까지
직접 무게 달아가며 분석
“용기·용량 바꿔
가격 비교 막는
소비자 우롱 비일비재
단위가격 꼼꼼한 체크
주기적인 물가 비교가
현명한 소비 노하우”


매달 20일 현장서 가격조사

조강숙 조사원은 홈플러스 대전 둔산점을 먼저 방문했다.

오후 3시 직원 통합사무실에 가서 물가조사 나왔다고 이야기 하고, 신분증을 맡긴다. 그리고 방문기록에 방문 목적과 입장시간을 기록한다. 출입카드를 받고 매장 직원 통로를 통해 매장 안으로 들어가 조사를 진행한다.

보통 걸리는 시간은 40분. 조 조사원만의 동선을 만들어놔 그 동선대로 이동하며 조사 상품군별 가격과 중량을 적는다.

조 조사원은 “경력이 20년 된 선배 모니터도 많다”며 “나는 중간정도쯤 연차다”라고 쑥스러워했다.

그녀는 “가격조사는 일반 가정주부보다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어느 마트가 싸고 괜찮은 지 이제는 눈으로 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고지(?)에 올랐다고 할까요?”라며 넌지시 농담도 건넸다.

조사 대상은 배추·무 등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그리고 가공식품까지 총 54개 품목이다. 제품별 브랜드와 규격(중량), 상품상태가 명시돼 있어 같은 제품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에서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조 조사원의 왼손에 든 A4용지에는 8월 가격조사 내용이 프린트돼 있었다. 9월처럼 추석과 설 명절이 있는 달에는 생활필수품 대신 성수품 비용 비교조사에 들어간다.

조 조사원은 “지난달 가격조사 표를 가지고 오면 물가 변동 추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며 “나만의 노하우로 대체적으로 물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가격조사를 하면서 시대의 변화, 식생활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예전에는 식용유라고 하면 콩기름을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포도씨유와 올리브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가격 미표기 개선 필요”

판매가격표시제가 시행되면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일부 가격표기가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계도하는 정도에 그친다. 의도적으로 모든 상품에 미표기한 경우엔 해당 업체에 문제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조 조사원은 재래시장 가격 미표기, 단종 상품 교체 지연 등 쓴소리도 거침없었다.

조 조사원은 “재래시장의 경우 가격 표기가 안 돼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상인들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짜증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녀는 “분유 중에 남양사이언스 3단계(800g)의 경우 올해 초부터 출시가 안 되고 있다”며 “단종되는 품목은 다른 품목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그런 수습이 늦어 소비자에게 비합리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오후 5시.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품 중량이 표기가 안 된 상품이 몇몇 눈에 들어왔다. 조 조사원은 직접 저울에 달아서 무게를 확인했다. 그리고 단위가격으로 비교될 수 있도록 용량까지 표기하는 걸 잊지 않았다.

조 조사원은 “마트나 백화점은 가격표기가 잘 돼 있어 조사하기 편하다”며 “시금치는 1단 기준으로 판매되는데, 무게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저울에 달아서 무게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봉’이다? 제조사의 꼼수

조 조사원은 가격조사를 하면서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꼼수’를 발견하기도 했다.

첫째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1 행사’. 지나가던 발걸음도 멈추게 해 한번쯤은 쳐다보게 만드는데, 조 조사원은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조사원은 “제품 가격을 올려놓고 마치 덤으로 하나 주는 것처럼 ‘1+1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잘 살펴보고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째로 꼽은 건 같은 제조사에서 출시하는 같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납품되는 제품의 규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설탕의 경우 슈퍼와 백화점에는 3㎏, 대형마트에는 2.72㎏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조 조사원은 “제조사의 생산라인이 다른 것 같다”며 “소비자는 단위가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물가조사 하다보니 제조사에서 가격비교가 안되게끔 중량을 달리하는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1ℓ짜리 우유의 경우, 같은 종이팩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각 제조사별로 중량에는 차이가 있었다. 920㎖부터 930㎖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 식별될 만큼 큰 차이는 없어보였다.

조 조사원은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회사마다 규격(중량)에 차이를 보이는 제품군은 치약과 우유”라며 “미묘한 규격(중량) 차이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조사 상품군 중에는 2-3개월 만에 단품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조 조사원은 샴푸의 경우 하나의 기능을 추가하면서 이름을 바꾸고 가격을 올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또 제품명으로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조 조사원은 “식용유 제품 중에서 ‘국내에서 만든…’이라는 제품이 있는데 알고 보면 수입산 재료다”며 “표기법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그러면 다른 제품은 해외에서 만들어지나’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조 조사원은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태도와 물가안정에 힘쓰려는 판매·제조사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조사원은 “특정 참기름은 2000원 단위로 가격이 널뛰기 한다”며 “한 달 사이 2000원 올랐다가 다음 달에는 2000원 내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소비자가 ‘왜 이럴까?’라는 의문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제품별 단위가격 비교 등을 통해 꼼꼼하게 체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17명 조사원, 매달 20일 30여 곳 방문

 

 


대전주부교실 가격조사는

대전주부교실은 물가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가격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달 20일 대전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형슈퍼 등 3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다. 조사원은 17명, 1명당 2곳을 조사하는 셈이다.

조사품목은 신선식품 24개, 생활용품 7개, 가공식품 23개 등 총 54개 품목이 대상이다.

또 한 동(洞)에 2군데씩 개인서비스 요금을 조사한다. 가정용 LPG, 이·미용요금, 휘발유, 백등유 등 생활에 밀접한 요금을 조사해 물가동향 정보를 제공한다.

추석과 설 명절이 있는 달에는 생활필수품 대신 성수품 비용 비교조사에 들어간다. 이때에는 기존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전지역 재래시장 6-7곳이 추가된다.

또 제품군도 공산품과 농·수·축산물 중에서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36개 품목이 조사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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