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4] 강인한 버드나무와 홍성인은 닮았다...홍성군 홍성읍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4] 강인한 버드나무와 홍성인은 닮았다...홍성군 홍성읍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25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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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버드나무는 어디에 던져 놓아도 산다’라는 옛말이 있다.

버드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홍성읍 오관리의 버드나무를 보러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버드나무와 홍성 주민과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고려 말 왜구 침략으로 국가가 백척간두에 처했을 때, 그 선봉에서 왜구를 무찔렀던 고려 충신 최영 장군, 단종 복위를 주도하였고 선비의 기개를 목숨 걸고 지켰던 조선 초의 성삼문이 홍성 사람이다.

구한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제의 국권 찬탈에 벼슬을 버리고 홍주읍성에서 의병항쟁을 주도한 사람이 홍성인 이설과 김복한이다.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무력으로 일본군을 응징했던 청산리의 김좌진 장군과 국내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만해 한용운도 모두 홍성 출신이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이 한 지역에서 많이 배출됐다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홍성의 옛 이름은 홍주다.

홍주는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서울 서남쪽의 방어를 위해서는 서해로 가는 교통의 중심지가 홍주였다.

삼국시대부터 성을 쌓아 왜구 침입을 방어해야 했고, 20세기 초 일제에 의해 강제로 외교권이 찬탈 당했던 을사늑약 때도 들불처럼 의병들을 모아 일본군을 쫓아냈던 장소도 홍주읍성이었다.

홍성 주민들은 예부터 자존심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홍성 출신 인물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홍성군과 주변의 예산군, 당진시, 서산시를 ‘내포’라 하는데, 해당 지역을 연결한 ‘내포문화숲길’의 홍성 코스는 ‘내포 역사 인물길’로 만들 정도로 지역 출신 인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역을 구성하는 요소는 자연과 마을, 그리고 사람이다.

오랫동안 이 요소들은 식물이 서로 연결되면서 군락을 만들고 하나의 숲생태계를 형성하는 이치처럼 요소 간의 상호관계가 지역 문화를 만들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줄기와 가지가 유연하여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만, 뿌리를 굳건히 내려 태풍에도 쉽게 뽑혀나가지 않았던 강인한 생명력처럼 홍성인도 버드나무처럼 강인해진 이유이다.

버드나무 맞은편의 홍주아문과 홍성군청에는 노거수 느티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공민왕 때 식재된 뒤, 고을에 액운이 끼면 느티나무가 밤을 새워 울었다고 전해지는 나무들이다.

고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사전에 신호를 보냈다는 것인데, 나무 하나에도 마을과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제 가을도 지나 겨울 초입을 앞두고 있다.

300년이 넘는 버드나무의 잎도 서서히 변하거나 땅에 떨어지고 있다.

찬바람에 가지는 낭창낭창 흔들리고 있다.

낙엽을 떨구고 가지가 흔들리면서 숱한 바람을 견딘 상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무의 상처도 홍성인에게는 역사적 자부심 같은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홍성군 홍성읍 오관리 112 버드나무 2본 309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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