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국민이 잠재적 범죄자인가?
[청년광장] 국민이 잠재적 범죄자인가?
마약 부검 운운하며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검경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12.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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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法(법)이라는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물 수(水)’에 ‘갈 거(去)’자로 물이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순리이듯이 이 순리에 따르는 것이 바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이란 건 누가 쓰느냐에 따라 국민들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탄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속담에도 ‘소가 마신 물은 젖이 되고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물은 똑같은 물이건만 소는 그 물을 마시고 송아지가 먹고 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우유를 만들지만 뱀은 그 물을 마시고 사람과 다른 동물들을 해치는 독을 만든다.

똑같은 물인데도 마신 자가 소냐 뱀이냐에 따라 우유와 독이라는 다른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했던 명언인 “악법도 법이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악법은 절대 법이 아니다.

현대 국가는 대부분 법치주의를 따른다. 법치주의란 근대 입헌 국가의 통치원리로서, 권력 분립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국민의 주권을 대표하는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국가활동이 규율되며, 법의 지배원리에 따라 규범의 잣대로서 폭력이나 인간의 주관이 아닌 법을 적용하여 불가침성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달성케 한다는 원리이다. 법치주의에 따라 통치를 하는 나라를 법치국가라 한다.

그러나 법을 무기로 국민들을 억압하며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법으로 하는 통치’는 법치주의가 아니다. 법으로 하는 통치는 형식적 법치주의 국가 혹은 법률국가라고도 한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법조인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정부라 그런지 법을 참 좋아하는 모양인데 과연 당신들은 스스로 법치주의에 따라 통치하고 있다 자부할 수 있는가? 먼저 이 점을 묻고 싶다.

며칠 전 MBC 스트레이트에서 아주 충격적인 내용이 방송되었다. 10.29 참사 발발 직후 검사와 경찰이 장례 첫날,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부검할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그들은 왜 갑자기 유가족들에게 부검 의사를 물은 것인가? 그 이유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희생자의 마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할 것인지 물었다는 것이다.

제 정신인지 먼저 물어보고 싶다. 명백히 압사 사고로 인해 사망한 희생자 앞에서 마약 복용 여부를 확인코자 부검 여부를 물었다니 그 자리에서 안 두들겨 맞은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만약 유가족 중 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가만 있지 않았을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저조한 지지율이 고착화되자 갑자기 뜬금없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심지어 이 10.29 참사 당시에도 경찰력의 공백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가 마약 단속 때문이란 말도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에 마약 복용 범죄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건 아니다.

당장 연예계에만 해도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던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라질이나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 같이 마약 범죄가 득시글거리는 나라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은 치안이 굉장히 불안하여 밤에 혼자서 외출하기도 어려운 나라들이다.

오죽하면 부자들도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후줄근하게 다니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워낙 치안이 불안정하여 돈 있는 티를 내고 다니면 강도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 경찰들은 봉급이 워낙 박봉이어서 부패의 유혹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경찰들 중에 갱단들과 결탁하여 뒤를 봐주고 있는 자들이 매우 많다. 경찰들도 못 믿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멕시코와 콜롬비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보니 미국의 마약 수요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남미 국가 같이 치안이 불안정하고 마약 밀거래가 활발한 나라라면 모를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 꼽힐 정도로 치안이 안전한 나라고 마약 범죄도 혹 가다 한 번씩 일어날 정도로 드문 편이다.

그러므로 ‘마약과의 전쟁’ 운운하는 건 매우 오버스러운 짓이라 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마약 범죄가 그렇게 많이 일어나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쓸데없이 단속 인원을 더 늘려서 엉뚱한 곳에 힘을 쏟는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10.29 참사 사고 희생자에게 저 따위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할로윈 축제 중에 참석자들이 마약 복용을 했을 것이란 전제 하에서 나온 것이다.

무슨 꼰대들 발상도 아니고 클럽이나 축제 자리에서 마약 복용을 할 것이란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 사람들이 혹시 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아닌가 모르겠다. 간혹 미국 영화 중에 클럽 파티 중에 대마초를 피우는 장면이 나오니까 여기서도 으레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

미국에서도 대마초 흡연이 합법화된 주는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들 나름대로 지키는 선이 있다.

한국은 엄연히 대마초 흡연은 물론이고 소지 자체가 불법인지라 그들도 정말 질 나쁜 자들이 아닌 이상 그런 짓은 안 한다.

할로윈 축제는 말 그대로 청년들이 즐겁게 노는 자리인데 왜 그 자리에서 마약 복용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가?

이러한 발상이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반평생을 특수부 검사로 지내면서 범죄자들만 상대하다 보니 세상에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다 범죄자로 보이는가? 자고로 부처의 눈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는 것이다.

본 사람들이 죄다 질 나쁜 범죄자들이다 보니 거기서 시야가 좁아져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마약 운운한 것이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책임 회피를 시도한 정황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가족 중 누군가가 부검에 응했고 우연히도 그 부검한 시신에서 마약 반응이 검출되었다고 치자. 그럼 정부는 친정부 수구 언론을 동원하여 마약 복용 희생자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려 들 것이다. 이렇게 마약 복용으로 환각 상태에 빠진 희생자가 참사를 일으켰다는 식으로 해서 빠져나가려는 시도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마약 운운할 시간에 참사의 진상규명이 먼저일 것이다. 그리고 유가족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서로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유하게 도와주고 또 희생자를 길이길이 추모할 수 있게 명단 공개와 위패, 영정사진을 부착하는 것도 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 수구 언론은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한 시민언론 민들레를 향해 2차 가해 운운하며 공격했는데 당신들은 그런 말을 씨부렁거릴 자격이 없다.

유가족들이 지적했듯이 2차 가해는 정부와 여당, 수구 언론 당신들이 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스스로 위패와 영정 사진 하나 없이 꽃만 가득했던 합동분향소야말로 2차 가해로 느껴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상민 장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유가족 한 분이 직접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기까지 했다. 그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대답은 무엇인가?

유가족들 앞에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마약 복용했는가 확인해 보게 부검하시겠느냐니. 미국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나온 명대사를 당신들 검경들에게 들려주겠다.

“무슨 마약을 하셨길래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What were you guys smokin' when you came up with that?)” 이게 필자가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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