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예측할 수 있다”…검찰, 김용균 사망사고 원·하청 대표 실형 구형
“재앙은 예측할 수 있다”…검찰, 김용균 사망사고 원·하청 대표 실형 구형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2.12.08 1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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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타인 불행 발판 삼아 나아가는 사회 비정상”

피고 “컨베이어 벨트에 손대면 빨려가는 대신 튕겨 나와”

어머니 “국민 안전과 생명 지키는 국가, 사람 죽인 기업에게 책임 물어야”

 검찰은 8일 “모든 재앙은 예측할 수 있다”는 허버트 W 하인리히의 연구를 인용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혐의를 받는 원·하청 대표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사진=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검찰은 8일 “모든 재앙은 예측할 수 있다”는 허버트 W 하인리히의 연구를 인용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혐의를 받는 원·하청 대표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사진=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산재에 관련한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연구 중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사망자 1명이 나올 때 경상자는 29명, 잠재적 부상자는 300명이 나온다는 뜻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사망하기 전 수많은 조짐이 있었음에도 한국서부발전 등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 사고가 발생했다”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검찰은 8일 “모든 재앙은 예측할 수 있다”는 허버트 W 하인리히의 연구를 인용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혐의를 받는 원·하청 대표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이날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형철)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다수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와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등 책임자 14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심리했다.

먼저 검찰은 “피고들은 1심 재판에서도 ‘피해자가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 ‘작업환경은 안전했고 설비엔 문제가 없다’, ‘위험한 일인지 몰랐고 시킨 적 없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모든 재앙엔 수많은 조짐이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인용하면서 “이 사건은 원청과 하청이 서로에게 안전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에서 위험이 방치돼 발생한 사고”라며 “원청은 작업 지시와 감독을 하청은 원청 소유의 설비를 건드릴 수 없어 이 사건이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를 방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이어지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일하다 죽어도 자기 일이 아니므로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저녁 뉴스거리 정도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타인의 불행을 방관하고 이를 발판과 연료삼아 나아가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며, 하청과 원청 모두 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전 서부발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백 전 한국발전기술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으며, 그 외 책임자들에게는 벌금 700만 원~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전법원청사. 사진=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대전법원청사. 사진=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이에 피고 측 변호인들은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의 위로를 빈다”고 운을 뗀 뒤 “이물질 제거 작업은 컨베이어 벨트 정지 중에 하는 것”, “컨베이어 벨트에 손을 대면 빨려가는 대신 튕겨 나온다”, “2인1조 근무는 지침 상에 없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상당한 민사합의 이뤄졌고 피고들은 이 사고와 관련해 반성하고 있다”라며 “정당한 법적용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김 전 대표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들에게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이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 현명한 판단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최후진술했다.

백 전 대표는 “사고 이후부터 회사를 그만 둔 뒤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릿속이 혼돈 상태였다”며 “사람 만나는 것과 일자리 찾는 것이 두려웠고, 김용균 씨 사망을 두고 속죄하면서 살고 있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엄벌을 촉구하는 김용균 씨 어머니. 사진=굿모닝충청 조연환 기자
엄벌을 촉구하는 김용균 씨 어머니. 사진=굿모닝충청 조연환 수습 기자

끝으로 한숨과 함께 법정에 선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선배들이 입사했을 땐 2주간 교육받았다는데, 아들은 기본교육 2일과 직무교육 3일 후 현장에 투입됐다”며 “아들은 제대로 된 교육과 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수많은 롤러가 돌아가 조금만 실수해도 죽는 환경에서 현장 점검을 해야 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2인1조 근무는 발전사의 이익을 위해 문서상에만 있는 탁상공론이고, 위험 시 당겨야 할 안전장치는 빨려들어가는 사람이 당길 수 없다”며 “피고 측은 컨베이어벨트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실제 근로자들은 가동 중 진입해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상황이고, 이는 사고의 근본 원인이자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어머니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야할 국가는 위험을 방치해 사람을 죽인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재판부는 방대한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 내년 2월9일 오후 2시에 이들에 대한 선고를 할 계획이다.

앞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1시경 ‘김용균 4주기 추모위원회’는 대전지법 정문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발전의 엄벌을 탄원했다.

이들은 “서부발전의 잘못은 법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고형을 바란다”며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1시경 ‘김용균 4주기 추모위원회’는 대전지법 정문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발전의 엄벌을 탄원했다. 사진=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앞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1시경 ‘김용균 4주기 추모위원회’는 대전지법 정문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발전의 엄벌을 탄원했다. 사진=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한편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0분경 태안 원북면에 있는 태안화력 9·10호기에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전날 밤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장치 점검과 이물질(석탄) 제거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원심재판부는 김 전 서부발전 대표에게 “대표이사 취임 후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아며 무죄를 선고했다.

백 전 대표에겐 “피해자가 점검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 운행을 정지시키지 않아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라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원·하청 관계자들에겐 각각 벌금 700만 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며, 사회봉사 120~200시간도 함께 명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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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2022-12-09 07:59:14
안전에 관련된 판결은 집행유예 없애자.....

여의도 x들아~ 일좀하자~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태어난 젊은 사람들이라도 지키자.... 여의도 x들아~

안전도 급수가 있듯이 판결도 급수를 좀 나눠서 1급이면 집행유예 안되게 법좀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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