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④] “왜 쓸데없는 짓을 해요!”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④] “왜 쓸데없는 짓을 해요!”
이경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새활용공예가 회장,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12.27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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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새활용공예가 회장의 자동차 트렁크에는
이경희 새활용공예가 회장의 자동차 트렁크에는 버려진 우산이 가득하다. 이 우산들은 새활용공예가들의 손길로 거쳐 새로운 공예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사진=이경희/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이경희 새활용공예가 회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것도 만든 건가요? (네.~) 좋겠다. 손재주가 많으니까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만들어서 쓰고... 부러워요.”

이번에는 버려지는 우산에서 우산천만 따로 분리한 다음, 몇 년 동안 입던 겨울코트와 우산천을 접목해서 가방을 만들었더니 주위에서 알아보시고 하는 말이었다. 이런 부러움은 일주일에 몇 번이고 듣는 말이다. 이렇게 내가 만든 것을 알아봐 주고 관심을 보이는 분들을 만나면, 나름 어깨가 으쓱 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청주의 새활용공예가이다. 아직 재사용( reuse )과 새활용(upcycling)이 같은 것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생수를 먹고 남은 빈병에 쌀을 보관하면 이것은 ‘재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버려지는 우산을 우산으로 사용하지 않고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 해 가방을 만들었다면 ‘새활용’한 것이다.

처음 새활용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20년 전이다. 그 때는 ‘리폼(reform)’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 낡거나 유행이 지난 물건을 새롭게 만들어 보겠다고 각종 공구와 작업대까지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그리고 버려지는 물건(재료)을 ‘주워온다.’는 단어대신 ‘업어온다.’라고 부르고, ‘우리는 쓰레기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를 강조하면서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입소문이 나면서 동아리를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 왔고, ‘쓰레기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 모여서 헌 옷, 빈병, 청바지, 플라스틱, 악세사리등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서 요리조리 뜯어도 보고, 붙여도 보면서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을 때이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는지 어느 분이 빼꼼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기에 환경강사들로 구성된 동아리이며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로 교구도 만들어 보고 생활용품도 만든다며 열심히 설명을 드렸다. 그랬더니 한 마디 하셨다. 

“왜 쓰레기로 쓸데없는 짓을 해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래 그 분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쓸데없는 짓을 해야. 쓸데 있는 것을 만들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위안을 삼았었다.

요즘에는 기후위기, 탄소중립, 미세먼지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새활용공예 체험수업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반은 수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강사비의 문제가 아니라 재료 단가 때문이다. 재료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이번에는 안되겠다고 한다. 버려지는 쓰레기로 만든다는 생각 때문인지 재료비 책정에 인색하다.

새활용공예가 수업 모습. 사진=이경희/굿모닝충청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버려지는 우산을 새활용하려면 우산을 모아야 하고, 우산을 해체해야 한다. 또, 세탁기를 사용하면 천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손빨래로 빨래하고 말리기를 3번 정도는 해야 하고, 마지막 다림질까지 해야 만들 준비가 된 것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초기작업 공정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활용을 대표하는 외국브랜드 ‘프라이탁’ 같은 경우에는 화물차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이다. 가방가격은 보통 40만 원대 이상이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기꺼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대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쓰레기는 쓰레기지, 남이 쓰던 거 쓰면 부정 타, 쓰레기로 만들면 재료비가 들지 않는데 왜 이렇게 비싸.’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새활용은 개인이 쉽게 실천 할 수 있는 환경보호활동이다. 그리고 나만의 아이디어로 무궁무진하게 발전시킨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모두 새활용에 도전해보자. 재활용을 넘어 더 가치 있는 제품이 되기 때문에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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