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옛것과 새로움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곳 ‘포르투갈 포르투’
[기고] 옛것과 새로움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곳 ‘포르투갈 포르투’
  • 최영희 박사(관광학/독일 거주)
  • 승인 2023.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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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박사(관광학/독일 거주)/ 전 세종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오래된 건축물에 각 시대 사람들의 예술을 덧대 '재창조'"

상벤투역 아줄레주(굿모닝충청=포르투갈 포르투 최영희)
(구)아베이루역 아줄레주(굿모닝충청=포르투갈 포르투 최영희)

[굿모닝충청=최영희]

최영희 박사(굿모닝충청)
최영희 박사(굿모닝충청)

독일은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초까지 약 2주 동안 많은 기업과 학교가 크리스마스 방학을 갖는다. 독일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동안 일용할 양식을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떠난다.

우리가족은 현실적인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한국 대신 따뜻하고 바다가 있는 포르투갈 포르투(Porto 또는 Oporto)로 떠났다.

유럽의 서쪽 끝, 이베리아 반도에 자리 잡은 포르투갈.

그 포르투갈 북부 중심은 항구도시 포르투로 리스본에 이어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도시이름 ‘포르투’는 로마인들이 ‘항구’라는 뜻의 포르투스(Portus)라는 별칭을 사용하면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곳은 역사적으로 포르투갈이 빛났던 대항해 시절을 연 항해왕 엔히크(Infante Dom Henrique)가 태어났고, 대항해 시절에는 도루강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주요한 항구였다. 17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으로 프랑스와인 수출이 어려워지자 영국으로 가는 달콤한 와인 생산지가 되어 포트와인 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천년여 동안 포르투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포르투의 복잡한 지형적 특징을 반영한 건축이 이어졌다.

도심 한 가운데 상 벤투 역(Estação Ferroviária de Porto-São Bento)주변 포르투 역사지구(Centro Histórico do Porto)를 걷다보면 각 시대별 다양한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지역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 UNESCO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내게 도시 첫인상은 투박하고 친숙했다. 한국에 있는 여느 항구 도시처럼 가파른 언덕에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어우러져 있고, 베란다에는 빨래가 널려있고 바람에 날린다. 빨래와 함께 건물은 오래된 도시 느낌을 숨기지 않고, 그저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포르투 주택가(굿모닝충청=포르투갈 최영희)
포르투 주택가(굿모닝충청=포르투갈 최영희)

느낌만으로 말하면 포르투 건축물은 세월이 그대로 내려앉은 것 같다. 건물에 박힌 낡은 돌맹이와 풀이 자라는 지붕이 시간을 말해주지만 억지로 만들어진 흔적은 없다.

또 천년이 넘은 건물부터 최근에 만들어진 건물까지 조화롭다. 다시 천천히 돌아보니 포르투 사람들은 오래된 건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길고긴 세월을 지내 온 건축물에 각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예술을 다시 입히는 방식으로, 옛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하는 식이다.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은 아줄레주(Azulejo)라는 포르투갈 도자기 타일이다. 아줄레주는 단순 반복적인 색과 모양을 입힌 것부터 포르투갈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린 것 등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탄생한 다양한 아줄레주는 건물 내부 혹은 외벽에 붙여 그 건물만의 독특한 형태와 색감을 만들어 낸다. 아줄레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건물, 부서진 건물 모퉁이에 작품을 설치해서 부서진 모퉁이 자체가 작품 배경이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그 건물은 부서진 모퉁이가 있는 건물에서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언덕위로 이어지는 길은 벽면 가득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주요 소재는 동물, 아이들, 꽃, 배 등등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색상의 선택과 배치는 건축물 자체의 느낌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 놀랍게도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탄생한 건물은 각각이 잘 어우러져 오래되었지만 예술적인 도시 분위기가 되었다. 새로운 것을 표현하려고 인위적으로 과거의 것을 헐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 위에 덧입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상벤투역(굿모닝충청=포르투갈 포르투 최영희)
상벤투역(굿모닝충청=포르투갈 포르투 최영희)
토끼 조형물이 있는 건물(굿모닝충청=포르투갈 포르투 최영희)
토끼 조형물이 있는 건물(굿모닝충청=포르투갈 포르투 최영희)
포르투 골목길(굿모닝충청=포르투갈 최영희)
포르투 골목길(굿모닝충청=포르투갈 최영희)

이런 분위기는 포르투갈의 대표 음악 파두(Fado)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숙소 앞 파두공연장.

그곳은 초등학교 교실 크기로 작은 무대, 의자 50여개와 천장의 프로젝터가 전부다. 공연 시작 전 달콤한 포트와인 한잔이 모든 관람객에게 나누어지면 바로 공연이 시작된다.

이 공연은 파두가수(Fadista)이자 공연장 주인이 만든 다큐와 설명으로 파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파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각 지역별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파두 공연에 왜 모양이 서로 다른 기타 두 대가 함께하는지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코임브라식 파두를 듣고 배우며 함께 이별을 주제로 한 파두도 불렀다. 짧은 공연 안에 해설, 공연, 그리고 참여가 있는 형태이다.

설명을 들으며 우리네 판소리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상상했는데, 첫 번째 곡을 듣고 나는 트롯트와 판소리가 동시에 떠올랐다. 기타 두 대와 파두가수 목소리만이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자유로운 리듬과 해석으로 구성지고 거칠면서도 엄청나게 솔직한 가사와 감정이 느껴지는 그런 음악. 오래전부터 불러왔지만, 부르는 사람의 삶과 오늘의 감정에 따라 변화한다. 들으면서 세종시 어딘가에 작은 공연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가, 테마는 무엇으로 잡고, 공연을 매일 어떻게 올리나 고민하다가 와인 한잔을 다 비운 나를 발견하고 일단 생각을 멈추었다.

와인을 부르는 노래 파두.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파두조차 자연스럽게 매일 새롭게 탄생한다.

파두 공연장면(굿모닝충청=포르투갈 최영희)
파두 공연장면(굿모닝충청=포르투갈 최영희)

그리고 도시 골목골목 이어지는 거리 예술가 공연.

공연하는 그들에게 묻지 않았지만, 예술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행복감에 나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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