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익 타령인가?
또 국익 타령인가?
국익 타령하며 비판을 봉쇄하는 정부와 여당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26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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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순방 중에 했던 아랍에미리트의 주적은 이란이다.”고 한 발언의 파장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시각 23일에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양국의 대사 맞초치 이후 처음 나온 이란 측 반응이다. 칸아니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최근 걸프 해역을 '아라비아만'이라고 지칭한 이라크·중국 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이란 외무부의 대응을 묻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이란 외무부는 동결자금 반환 약속 이행을 우리나라에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동결 자금 문제는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70억 달러 가량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는데 이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란 측의 반응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게 사과냐?”로 요약할 수 있다. 핵심은 자기들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가 불충분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이 같은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적대관계가 아닌 두 나라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적대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당 의원들이 무작정 대통령 편들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모름지기 여당 의원의 사명일 것인데 어째서 예스맨처럼 대통령이 하는 것은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감싸고 도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25일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 순방 발언을 비판하는 것은 성과를 폄훼하기 위해 이간질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엄청난 순방 성과에도 민주당이 집요하게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주호영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해서 장병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UAE의 안보가 우리 안보다, 여기가 여러분들의 조국'이라고 격려하는 가운데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씀하셨다""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맞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201812tbs 라디오에 나와서 아랍에미리트 주적은 이란이라 말한 바 있다""엄청난 순방 성과에도 그 과정의 발언 문제 삼아 민주당이 집요하게 순방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적을 이란으로 명시한 최근 4년 사이의 국내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아랍에미레이트의 가장 위협적인 주적은 이란이라는 말은 수없이 반복된 말"이라며 "이란이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서 아니라고 반박한 적도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레이트를 지원하기 위해 나가 있는 아크부대에게 아랍의 안보 현실이 이렇다는 걸 주지시킨 것뿐"이라며 "그런 가운데 사실관계에 기인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집요하게 이간질하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익외교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할 텐데 사실관계에 맞지도 않은 것을 확대 재생산해서 외교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까지 보이고 있다""이제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으니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바이든-날리면 청각 테스트사건처럼 또 전가의 보도처럼 국익 타령을 하는 것이다. 그럼 국익이라는 미명 하에 비판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국민의힘 의원들 당신들은 왜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걸핏하면 외교 참사타령을 했는가? 그 때는 마음대로 비판해도 괜찮고 지금은 국익을 위해서 비판하지 말라는 것인가?

우선 사실관계와 상관 없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것을 제3국의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 문제다. 이건 외교가에선 절대적으로 금기이다. 무엇보다 이란 단어는 굉장히 민감한 단어이기에 정말 주적 관계가 아니고서야 최대한 표현을 안 하려고 하는 단어다

또 주호영 의원이 예로 든 것들이 언제적 보도인가? 지금은 2023년이지 2018년이 아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이 국제 관계다. 5년이면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 줄 아는가? 당사자인 김종대 전 의원 또한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선 5년 전과 지금은 천지개벽할 정도로 이란과 UAE 관계가 변했다"면서 "그때 발언으로 지금의 사실관계를 정리해선 안 된다"고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덧붙여서 "당시 (tbs 라디오) 발언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 UAE와 비밀군사협정을 폭로하면서 나온 발언인데, 우리나라와 UAE 양국 간 협정에서 이란을 주적으로 가정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너무 솔직해서 쉬쉬하던 비밀을 다 까발려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좀 더 사례를 찾아볼까?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는 서기 551년에 함께 힘을 합쳐 고구려를 공격해 고구려 광개토태왕과 장수왕, 문자명왕 시기에 빼앗겼던 옛 땅을 되찾았다. 그 뿐 아니라 백제 성왕의 딸과 신라 진흥왕이 국혼(國婚)을 맺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과 3년 후인 서기 554년에 양국은 관산성(管山城)에서 서로 칼을 겨누고 싸웠다. 그 과정에서 백제 성왕이 전사하기도 했다. 불과 3년 사이에 동맹 관계이자 장인-사위 관계에서 적대국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약 한 세기 뒤에 백제 무왕은 신라와 함께 수나라와 당나라 등에 사신을 보내며 고구려 침공을 종용했다. 실제로 무왕 시기에 백제는 고구려와 굉장히 자주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그 아들인 의자왕 대에 들어선 고구려, 백제 양국이 서로 힘을 합쳐 643년에 신라의 당항성을 공격하기도 했고 655년엔 신라 북변의 성을 33개나 빼앗아가기도 했다.

이렇듯 고대에도 짧은 기간 사이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급변하는 외교 정세를 보여주었다. 하물며 하루하루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는 현대사회에서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2018년에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양국 관계가 안 좋았다고 해도 지금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양국 간의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정당한 비판을 국익타령하며 봉쇄하는 것에 있다. 못한 것은 못한 것대로 인정하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정부와 여당에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못한 걸 잘 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럼 비판을 하지 말라고 했으면 비판을 안 하게끔 고쳐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모름지기 외교는 한 명의 친구를 더 늘리고 한 명의 적을 더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적을 하나 더 늘리는 이상한 외교다. 비판이 듣기 싫으면 비판 받을 행위를 안 하면 된다. 사고는 사고대로 다 치고 그에 대해 비판을 하면 국익을 해친다.”는 식으로 입에 자물통을 채우려 하니 이 무슨 놀부 심보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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