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어원 상고사] '위만' 고
[정진명의 어원 상고사] '위만' 고
정진명 시인, 어원을 통한 한국의 고대사 고찰 연재 '21-위만고'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3.0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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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서국의 영인본 사기 '조선열전' 부분.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신흥서국의 영인본 사기 '조선열전' 부분.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조선 얘기를 하는 중이니, 마무리로 위만조선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고 가야겠네요. 기자조선을 이은 왕조가 위만조선인데, ‘위만’에 대한 역사학계의 이해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심지어 선비족의 한 갈래인 ‘우문(宇文)’ 씨와 비교하여 ‘우문’과 ‘위만’이 같은 말이 아닐까 추정해보는 정도입니다.

저는 역사학자들이 이러는 게 참 이상합니다. 자신의 연구실 문을 열고 한두 층만 오르거나 내려가면 거기에 국어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연구실이 있을 텐데, 왜 그 몇 걸음을 걸어가서 묻지 않는지 그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역사학자가 국어학자에게 묻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 걸까요?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안 합니다. 이러니 노망난 늙은이한테 이런 혀 차는 소리나 듣는 겁니다. 끌끌끌.

선비족의 우문 씨는 위만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대체로 옛날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부족에 이름을 붙일 때는 특별한 뜻을 품고 붙입니다. 주로 자신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죠. 자신의 혈통을 황금 부족이라고 여기거나 하늘의 아들로 여겨서 하늘이나 황금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나라도 그렇고 흉노족도 그렇습니다. 청나라도 처음에 후금이라고 했다가 金(čin)과 비슷한 소리가 나는 청(淸[qīng])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렇지만 중국 고대 역사서에 나오는 대부분의 가문 이름이나 혈족 이름은 뜻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비롯한 지명이나 부족의 토템명 같은 것도 붙이지만, 그들 스스로 뜻을 밝히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조선이 망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낸 부족은 선비족입니다. 영웅 단석괴가 나타나 부족을 통일하고 초원을 호령하다가 자식 대에서 흐지부지되죠. 그 뒤로 선비족은 오호 십육국 시대에 들어서면 탁발, 우문, 모용 씨 같은 겨레가 두각을 드러내어 각기 나라를 세우고 명성을 떨치다가 수당을 거치면서 한화 정책으로 중국에 동화되고 맙니다. 부족 이름과 이들이 세운 나라는 이렇습니다.

탁발부(拓跋部) - 代, 北魏
모용부(慕容部) - 前燕, 後燕, 西燕, 南燕
단부(段部)
우문부(宇文部) - 北周
흘복부(乞伏部) - 西秦
독발부(禿髪部) - 南涼

맨 끝의 독발부는 이름에서 보듯이 탁발부의 일파입니다. 같은 부족이 시대를 달리하여 다른 나라를 세운 것이죠. 그런 가운데서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부족도 있습니다. 몽골족의 후예인 러시아 자치주 부리야트 공화국의 경우처럼, 투바 공화국은 탁발(拓拔[tuobá]) 족의 후예입니다. 중국 칭하이(靑海)성의 ‘siber(錫伯)’는 선비족의 후예로, ‘시베리아’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이들은 발음도 지금껏 그대로 쓰입니다. 우문(宇文) 씨의 경우 북주 시대에 스스로 한화 정책을 쓴 결과 지금은 사라졌는데, 현대 중국어 발음이 [yǔwén]이지만, 옛 표기로는 ‘uma(巫馬)’였습니다. 이들은 몽골어를 썼기 때문에 터키어를 쓴 위만과는 완전히 다른 족속입니다.

이 글을 정리하는 중에 칭(ching)-TV를 보니 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사극 드라마가 『장군재상』입니다. 중국의 송나라와 북쪽의 거란(요)이 대립한 가운데, 서쪽의 서하(西夏)가 서서, 세 나라가 다투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은 엽소 대장군인데, 엽소와 마주 싸우는 서하의 왕이 자신의 성을 ‘투바(탁발)’이라고 합니다. 신하 중에는 몰장(沒藏) 가문도 있고, 야리(耶律) 가문도 있습니다. 백과사전에서는 이들을 탕구트라고 설명하는데, 왕의 성이 ‘탁발’이니 몽골어를 쓴 세력입니다. 야율 씨는 거란(요)를 세운 황제의 성인데, 서하에도 야리 가문이 있으니, 당시 초원지대에 여러 언어를 쓴 세력들이 곳곳에서 흩어졌다가 때를 타고 일어서는 세력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위의 여러 나라에서 탁발과 동의어인 독발을 빼면 다섯 부족이라는 게 눈에 확 들어오죠? 동북아의 유목민들은 나라를 통상 다섯 지역으로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중앙과 동서남북이죠. 주로 방향에 따라 이름을 붙였죠. 위의 다섯 부족 이름에서도 방향성이 또렷이 감지됩니다.

몽골어로 북은 ‘umara’입니다. 이것이 ‘우문(uma)’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면은 ‘tub’이고, 중군(中軍)은 ‘tubtu’입니다. 이것이 ‘탁발(tuba)’임도 한눈에 보이죠. 동쪽은 ‘dorona’이고, 왼쪽이 ‘sologai’, 뒤쪽이 ‘honia’입니다. 각각 ‘단(段, duan)’과 ‘흘복’에 대비시키면 될 듯한데, ‘흘복’이 거슬립니다. 왜냐하면 고대 터키어에 이와 비슷한 말이 있거든요. 즉 고대 터키어에서 남쪽을 가리키는 말이 ‘kïble’여서 ‘乞伏([kʰǐətbǐwək>qifú])’과 비슷합니다. 몽골족 중에 터키족이 섞여 산 것이거나, 아니면 터키계에서 부르던 호칭을 몽골족들이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은데, 이건 좀 더 연구해봐야 할 듯합니다.

몽골어로 왼쪽이 ‘sologai’라고 했습니다. 현재 몽골에서 고려를 말할 때 ‘솔롱고스’라고 하고, 이것이 무지개를 뜻하는 말이어서 마치 이상향을 나타내는 듯한 어감을 줍니다. 왜 이런 말이 붙었는지는 ‘sologai ulus’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왼쪽을 뜻하는 말이고, 초원지대의 유목민에게 왼쪽은 해가 뜨는 곳이어서 ‘높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퉁구스족도 터키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우의정보다 좌의정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몽골보다 더 동쪽에 있는 나라라는 뜻으로 고려를 ‘sologai(東)+ulus(國)=solongus’라고 한 것인데, 이것이 무지개를 뜻하는 솔롱고와 맞아서 ‘무지개 같은 나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흠정 만주원류고』(남주성 옮김)을 보면, 백제의 여러 성을 설명하는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옵니다. 

왕도로서 동서에 두 개의 성이 있으며 고마성(固麻城) 또는 거발성(居拔城)이라고 한다. 만주어로 이를 고찰해보면 고마는 격문(格們:gemen)의 음이 변한 것이고, 거발은 만주어로 탁파(卓巴:zhuoba)로서 두 곳이란 뜻이다. 두 개 성은 모두 왕도임으로 고마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340쪽) 

백제의 왕성 이름인 ‘고마, 거발’은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도 그대로 나옵니다. ‘gemen’은 만주어로 왕경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것을 ‘고마, 격문’이라고 표기한 것입니다. ‘zhuoba’는 한 눈에도 ‘중심, 정면’을 뜻하는 몽골어 ‘tuba’의 구개음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몽골어가 만주어로 자리 잡은 게 아닌가 합니다. ‘탁발’과 ‘탁파’는 거의 같은 음입니다.

문제는 ‘모용’입니다. 모용은 ‘morong(mùróng)’인데, 방향을 나타내는 말 중에서 이와 비슷한 말이 없습니다. 아마도 터키어나 퉁구스어에서 온 말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선비족의 세계에 다른 혈통이 섞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동물 토템으로 ‘말(馬)’을 뜻하는 ‘morin’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강 이름을 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몽골어로 강을 ‘무렌(mören)’이라고도 하기 때문입니다. 요하의 상류 이름이 ‘시라무렌’입니다. 발음이 비슷합니다. ‘무렌’은 우리말 ‘미르(龍), 물(水)’과 같은 어원에서 갈라진 말입니다.

소리를 한자로 적어놓으면, 한자는 뜻글자여서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탁발이나 우문은 어떤 소리를 뜻글자로 적었ᅌᅳᆯ 것이므로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모용 씨의 경우는 뜻이 또렷해서 뜻 글씨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쉽게 뒤따릅니다. 이렇게 뜻글자인 한자가 주는 인식의 관행과 착오 때문에 옛 지명 국명 인명을 연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만조선은 그 앞의 단군조선이나 기자조선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단군이나 기자는 조선 안에서 스스로 왕이 된 사람들인데, 위만은 외부에서 들어와서 그 전의 왕을 쫓아내고 스스로 왕이 된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조선으로서는 외부의 세력이죠. 실제로 사마천도 『사기』에서 연나라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위만조선의 지배층은 터키어를 썼습니다. 위만이 섬기던 연왕 노관은 흉노로 도망쳤지만, 위만은 그를 따라가지 않고 조선의 변방으로 흘러들어 두 나라 사이의 완충지대 노릇을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그 뜻을 밝히지 못했던 ‘위만’이라는 이름도 터키어로 보아야만 그 뜻이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과연 어떤 터키어를 ‘위만’이라고 옮겨 적었을까요?

위만은 연왕의 수하였습니다. 이런 직위를 ‘참모’나 ‘부관’ 또는 ‘고문관’ 정도로 볼 수 있겠죠. 터키어로 ‘참모’를 뜻하는 말은 3가지가 있습니다. ‘Danışman, Müşavir, Kurmay’. 이 중에서 위만에 가장 가까운 말은 무엇일까요? ‘衛滿’의 衛는 지킨다는 뜻이고, 滿은 ‘Danışman’ 같은 낱말의 끝소리를 적은 것입니다. 터키어에서 ‘방위, 방어’를 뜻하는 말은 ‘korunma’입니다. 위의 세 낱말 중에서 ‘korunma’에 가장 가까운 소리가 나는 말은 ‘Kurmay’입니다. 따라서 터키어로 참모를 뜻하는 ‘Kurmay’를 기록자가 ‘korunma’로 잘못 알아듣고 위만(衛滿)이라고 번역한 것입니다. 연왕 노관의 참모 노릇을 하던 사람이 조선으로 흘러들어 사람들을 모아 세력을 키우자, 터키어로 ‘Kurmay’라고 한 것인데, 그를 따르던 다른 부족 사람들이 ‘korunma’라고 부르며, 자신들을 지켜줄 수호자로 여긴 것이죠. 이를 한자로 ‘위만’이라고 적은 것입니다.

참모(Kurmay)급인 위만이 자신을 따르는 백성의 수호자(korunma)가 되어 기자조선의 준왕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korunma와 왕을 겸직한 것이죠. 하지만 백성들이 부르는 호칭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호자 조선’ 즉 ‘위만조선’으로 불린 것입니다. 그런데 후대로 가면 당연히 왕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습니다. 아들을 지나 손자에 이르면 이름이 우거(右渠)가 되는데, 앞서 ‘거’는 ‘걸’로 보고 중심, 또는 우두머리 왕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 흉노족의 우현왕으로 풀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터키어로 풀어보겠습니다.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역사학자들께서는 저더러 한 입으로 두 소리를 한다고 핀잔하시면 안 됩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씨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그 여러 가지 정보를 제가 다 알려드린다고 해서 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한발 더 나아가 모순이니 이율배반이니 하는 고상한 말로 저를 공격하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여러분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터키어 ‘sağlamak’은 ‘굳게 지키다(衛)’입니다. 이제 여기서 ‘우거’라는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터키어로 우(右)는 ‘sağ’이고, ‘도랑(渠)’은 ‘dere’입니다. 이름에 도랑이 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다른 말의 오기라고 봐야 합니다. 터키어로 자손은 ‘torun’이고 손자는 ‘erkek torunu’입니다. 이 말을 기록자가 ‘dere’로 잘못 알아듣고 渠(도랑)로 적은 것이죠. 따라서 ‘우거’는 ‘sağ-dere <sağlamak-torun’를 적은 것으로, 터키어로 ‘수호자의 자손, 또는 손자’를 뜻합니다. 실제로 우거는 위만의 손자(erkek torunu)죠.

이름에 도랑(渠)을 쓴 것은, 앞서 살펴본 적이 있듯이, ‘도랑’이 ‘돌(石)+앙(접미사)’의 짜임이기 때문입니다. ‘돌’은 터키어로 자손을 뜻하는 말이고, 실제로 우리말에서도 ‘돌이, 돌쇠, 돌석이’라는 식으로 살아 쓰이는 말입니다. 알타이어를 쓰는 여러 민족의 이름에서 ‘돌’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유선방송 ‘칭(ching)-TV’에서 방영중인 『대청풍운』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니 ‘파달, 아리달’ 같은 이름이 나오더군요. 이 ‘달’이 바로 자손을 뜻하는 터키어이고, 북방어에서는 공통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고구려의 ‘온달’도 이 계통의 말이죠.

TV 유선방송 이름이 ‘칭(ching)’인 게 신기하죠? ‘주르친’의 그 ‘친(čin, qin)’입니다. ‘chin’에 2음절 접미사 ‘ᄋᆞ’가 붙으면 ‘china’가 되고, 이것을 한자로 표기하면 ‘지나(支那)’가 되며, 이것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챠이나’가 됩니다. ‘중국’은 말 그대로 ‘복판 나라’를 뜻하는데, 이것을 인정하기 싫어했던 신채호는 ‘지나’라는 말을 많이 썼고, 이 유산은 1980년대 국수주의자들에게 넘어와서 마치 중국을 깎아내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말로 썼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말은 그들에 대한 존칭임을 알아야 합니다. ‘친’은 황금부족을 뜻하고, 하늘의 뜻을 받아서 지상에 왕국을 세운 주인공들이 스스로에게 붙이는 이름입니다. 우리는 ‘지나’라며 그들을 깎아내리지만, 정작 내용으로는 그들을 존중하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우거’는, 고대 터키의 관직 이름과도 닮았습니다. ‘öge’는 고대 터키의 벼슬 이름인데, 슬기롭다는 뜻입니다. 현자, 현인이죠. ‘우거’는 이것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ge’는 몽골어에서도 존자를 뜻하는 말이죠. 하지만 우거가 왕이 되었는데 이 직책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 좀 이상하므로, 앞의 풀이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만조선의 지배층은 터키어를 썼으므로, 같은 언어를 쓴 흉노족과 한통속입니다. 그래서 연왕 노관이 흉노로 들어간 뒤 위만조선과는 더욱 관계가 돈독해졌ᅌᅳᆯ 것입니다. 결국 한 무제가 흉노 정벌로 그치지 않고 국고가 바닥났는데도 조선까지 치는 원인이 됩니다. 이 무리수로 한나라는 망하죠.

앞서 단석(檀石) 씨 얘기를 했습니다. 터키어 ‘torun’을 향찰표기로 적으면 ‘돌(石, tor)’이 됩니다. 우리가 어린아이를 똘이라고 하는데, 옛날에 병에 걸리지 말고 돌처럼 단단하게 자라는 뜻으로 그렇게 붙였습니다. ‘檀石’의 뜻은 터키어로 ‘박달(檀)의 자손(石)’입니다. 단석괴는 단군이 통치하던 조선이 망한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입니다. 당연히 단군의 자손이라고 스스로를 여겼음이, 이런 이름에서 드러납니다. ‘단군’은 한반도에 웅크린 우리 겨레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위만’은 부관이나 참모(Kurmay)를 뜻하는 터키어였는데, 나중에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수호자(korunma)를 뜻하는 말이 되었고, 그것을 번역한 말이 그대로 왕조를 뜻하는 말(衛滿)로 자리 잡았습니다. ‘위만’은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가 맡은 직책을 뜻하는 말이 그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굳은 것입니다.

위만의 성격을 더 또렷하게 해주는 것이 고대사의 분류입니다. 고조선을 우리는 흔히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으로 나눕니다. 그 분류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것이 ‘위만’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단군’은 사람이 아니라 임금을 뜻하는 말(퉁구스어 계열)입니다. ‘기자’는 은나라 현자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대로 큰 사람(王=기장)을 가리키는 말(몽골어 계열)입니다. 북방 민족들은 지도자를 ‘대인(大人)’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의 연장선에 있는 호칭입니다. ‘단군’과 ‘기자’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직책이나 지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 뒤에 ‘조선’이라는 말을 붙여서 그 왕조의 성격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위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만조선’이라는 말로 앞의 두 왕조와 같은 이름을 붙인 의식을 이면에는 ‘위만’이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그가 맡았던 어떤 직책이나 지위를 나타낸 말이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방금 알아본 대로 ‘위만’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연왕 노관 밑에서 그가 맡았던 직책의 이름(부관, 참모)이 그를 가리키는 명사(수호자)로 일반화한 것(터키어 계열)입니다.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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