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기업 공사현장 용접인부의 쓸쓸한 죽음
[노트북을 열며] 대기업 공사현장 용접인부의 쓸쓸한 죽음
  • 한남희
  • 승인 2015.06.0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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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희사회팀장

[굿모닝충청 한남희 사회팀장] 최근 충남 서산 대산에 있는 한화토탈에서 근로자가 추락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40대 가장인 근로자 이씨는 건설업체 직원으로 한화토탈 내 발전설비 증설 공사현장에 18일 아침 일찍 용접공으로 투입됐다가 7m 높이에서 미끄러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씨의 죽음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뻔 했다.

통상 산업현장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사고로 분류돼 경찰과 고용노동청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만큼 심각한 사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방이나 경찰 당국 역시 사건담당 기자 등에게 발생상황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고 발생 만 하루가 지난 19일 오후에서야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본보는 19일 오전 서산 지역의 한 독자로부터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 기사화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다른 사건을 취재할 때와는 무언가 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인명사고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119 구급대가 출동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충남소방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출동신고는 받았지만 곧바로 취소해 현장으로 가다 돌아와 자세한 것은 모르고 경찰이나 한화토탈 쪽에 문의하라는 답변이 전부였다. 소방은 출동시간도 사고 당일 정오께로 알고 있었다. 사고 시간은 오전 8시 55분께다.

이어 접촉한 경찰 역시 무언가 숨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강력사건을 처리하는 담당 과장은 직접 찾아와서 물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얘기해줄 수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경찰과 함께 사고 현장을 조사했던 고용노동청 관계자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망자의 인적사항을 말할 수 없다는 등 극도로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고를 당한 이씨가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는지 아니면 다른 탈 것으로 후송됐는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국가안보와 관련돼 있는 것도 아닌데 이들이 왜 이렇게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려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의문이 풀리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어렵게 접촉한 한화토탈 관계자로부터 (삼성토탈로부터) 인수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좋은 인연을 맺어보자는 ‘압력’과 함께. 그와 전화 통화 20여분전 이미 기사는 출고된 상태였다.
본보는 앞서 제보자로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발주처인 한화토탈 차원에서 사건을 은폐하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본보 보도 이후 해당 사건은 국내 수십여개의 언론사의 후속취재로 만천하에 알려졌다.
전국플랜트노조 충남지부는 해당 사망사고가 안전장치가 없는 현장에서 발생한 예견된 인재였다는 진단을 내렸다. 나중에 사측도 현장 확인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측은 건설업체다. 그러나 건설업체에 일감을 준 발주처인 한화토탈은 그 시간까지도 사건을 숨기는데 급급하기만 했다. 이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 안타까운 근로자의 죽음 앞에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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