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
[청년광장]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안을 받아 든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2.0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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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10.29 참사 주범으로 꼽히는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결국 8일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현직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도 가결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됨과 동시에 이상민 장관은 즉시 직무가 정지되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기각 혹은 각하가 되면 직무에 복귀하지만 인용이 되면 그 즉시 파면이 확정된다.

국회는 이날 출석 의원 293명 중 179명 찬성으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탄핵소추 가결 요건인 재적 의원 과반수(150)를 넘겼다. 반대는 109, 무효는 5표였다. 국회 과반 의석을 둔 더불어민주당(169)을 비롯해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이 대부분 찬성하고, 여당인 국민의힘(115)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무기명 투표이지만 당론을 이탈한 투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을 붙이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을 붙이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탄핵소추 사유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 위반이다.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사전 재난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한 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하고 수습본부는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을 하고 유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도 지적됐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2015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2019~2020년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3,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2번으로 총 6번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있었지만 모두 표결 없이 폐기되거나 표결에서 부결됐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책임 회피와 모르쇠로 일관하니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법 절차에 따라 가결하게 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안전은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우 이지한 씨의 부친이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장은 민주당과 만나 정부가 철저히 침묵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역할을 이제라도 해줘 감사하다부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오늘의 일을 통해 그 동안 유가족들의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씻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이상민 장관의 탄핵소추안은 결론부터 말하면 자업자득이다. 만일 필자가 이상민 장관이었다면 탄핵소추안 표결을 부치기 전에 먼저 사임을 했을 것이다. 선택지가 제 발로 내려오느냐 혹은 강제로 끌려내려오느냐 두 가지 뿐이라면 전자를 택해야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지킬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장관은 뭐가 그리도 자리에 미련이 남은 것인지 끝까지 버티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국회가 제출한 해임건의안을 묵살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유가족들을 포함해 국민 모두가 괘씸하게 생각한 부분이 이것이었다. 이미 참사는 벌어졌고 그로 인해 무려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런 엄청난 인재(人災)가 발생했다면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저 말단 인사들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며 사건을 대충 덮으려 했다. 이에 대해 비판을 하면 애도를 핑계로 비판을 원천봉쇄했다.

그러니 책임지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여론은 나날이 악화되었고 이는 결국 오늘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제 국회에서의 일은 끝났고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부디 이라는 영역에서만 사안을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안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이 이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경호 인력을 대폭 축소한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희생자의 명단을 받았으면서도 못 받았다는 위증을 하는 등 그는 전반적으로 행정안전부의 수장으로 있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다. 중대한 법 위반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본래 탄핵심판이란 게 그 인물이 이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나 없나를 따지는 게 아니었나?

설령 탄핵이 기각 혹은 각하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일은 없다. 이미 한 번 파면 위기를 겪었는데 이 장관이 직무에 복귀한다고 한들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말발이 먹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복귀한다고 해도 허수아비 수장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이 장관을 직무에 복귀시켜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B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심을 수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고 하며 빈축을 샀다. 이렇게 정무감각이 꽝인 사람이 어떻게 20년씩이나 국회의원을 했는지 의문이다. 왜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초를 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이 어려울 때는 항상 엉덩이 뒤로 빼고 있으면서 언론에 나와선 혼자 마치 존경받는 정치 원로인 양 행세하며 선각자인 양 뻗대는 모습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다. 왜 더불어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거라 생각하나? 이상민 장관의 탄핵안이 기각되면 역풍은 법리 해석에만 골몰하여 민심을 외면한 헌법재판소가 맞는다. 이미 공은 헌법재판소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펄펄 뛰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해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의정사에 유례 없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점에 대해서 국무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차관과 재난안전관리 본부장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본연의 업무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의회주의 포기를 운운할 자격은 있는지 모르겠다. 사사건건 본인의 대권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표를 검찰을 앞세워 찍어누르기에 골몰하고 매번 만나자는 제안도 거절하는 사람이 무슨 의회주의 포기를 운운하나? 의회주의 운운하려면 야당을 존중하는 모습부터 보이고 그런 말을 해야 와닿기라도 할 것 아닌가?

심지어 대통령실은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비해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을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임명하는 걸 검토하기도 했다. 명분은 국정 공백의 최소화인데 문제는 이 두 사람이 검사 출신이란 점이다. 도대체 일평생 검사로 살았던 사람들이 무슨 행정안전부 일을 한단 말인가? 행정안전부는 경찰을 통제하는 정부 부처인데 이는 곧 경찰을 검찰의 예하에 두겠다는 소리가 아니면 무엇인가검사가 무슨 슈퍼맨인가?

결국 대통령실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 장관이 직접 나서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하자 검사 출신 실세차관임명 검토를 철회했다. 허무개그도 아니고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허무개그는 나름의 재미라도 있지 이건 재미도 의미도 없다. 예정대로 이 장관의 직무정지 기간 동안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여당은 여당대로 난리다. 국민의힘은 표결 후 본회의장 앞에서 야당이 법적으로 소추 요건이 되지 않는데 다수의 횡포를 부렸다고 규탄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른 민주당 의회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또 전가의 보도처럼 이재명 대표 방탄용운운하는 추태를 부렸다. 이재명 대표와 이상민 장관 탄핵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나 먼저 설명해보기 바란다.

이제 진정한 참사의 주범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에 첫 걸음을 뗐다. 그 첫 걸음을 떼기까지 참사 발발 이후 무려 102일이나 걸렸다.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 일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진짜 시작이다. 탄핵심판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여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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