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⑪] 쓰레기 덕분에 바뀐 삶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⑪] 쓰레기 덕분에 바뀐 삶
정대위 청주광림교회 목사…청주시 청원구 풍산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2.1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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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던 지역이 주민들의 노력으로 깨끗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사진=정대위/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대위 청주광림교회 목사]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에 광림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정대위 목사라고 합니다. 굿모닝 충청을 통해 만나뵙게되어 반갑습니다.

2020년 청주의 작은교회인 광림교회로 사역을 시작되었습니다. 남들보다는 젊은 나이에 담임목회를 시작하면서 부담도 있었지만 젊음의 열정을 가지고 힘차게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열정도 잠시 목회의 시작과 함께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눈앞이 막막해지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교회의 예배도 모임도 줄여갈 수밖에 없었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까지 펼쳐졌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모여서 으샤으샤 해야 할 시점에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쓰레기가 제 삶을 변화시켰고, 수렁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짧게나마 나누고자 합니다.

어느 주택가들이 그렇듯이 불법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곳이 교회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쓰레기는 점차 쌓여가고, 악취도 나고 못 본 체하거나 돌아가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만 여기다가 문득 이 쓰레기를 내가 치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목사이기에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라 고백합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치워보고 민원도 넣어서 쓰레기를 깔끔하게 치웠지만, 깨끗한 모습은 얼마 유지되지 않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왜? 이곳에 쓰레기를 버릴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이 쓰레기 버리는 곳이라고 착각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간 방법을 몰라서 그런가? 남들이 다 버리니 따라 버린 걸까? 또는 주변이 지저분하니 덩달아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는 민원을 넣어 쓰레기들을 말끔히 치웠으며, 지저분한 현수막을 제거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더한 원고지 형태로 내용도 감성적으로 작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어서 중국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들을 안내하는 현수막을 게시하였습니다. 지저분한 풀들을 제거하였고, 헌옷수거함을 옮겼으며, 불법 주차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따금씩 버려지는 쓰레기가 있으면 그 즉시 바로바로 치웠습니다. 또한, 3주 정도 밤마다 보초를 서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시는 분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안내를 드렸습니다.

이후, 놀랍게도 30년 가까이 해결되지 못하였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적어도 교회 주변 주민들은 불법적으로가 아닌 제대로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을 지켜본 당시 동장님께서 청주시 모범시민으로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청주시 모범시민표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사례를 보고 마을 주민자치위원분들이 벤치마킹하여 복대2동 불법쓰레기 투기 지역 10곳을 청정지역으로 변화시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을에 이 청정지역 10곳을 인증하며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줍는 ‘수줍은 챌린지’라는 프로그램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불법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해결된 것은 쓰레기를 줄인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일을 통하여서 그리고 상을 받게 되면서 환경문제에,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회 안에 다양한 환경문제들을 실천(머그컵사용운동/친환경용지사용/텃밭운영/녹색헌금/녹색프로젝트등)하려고 노력했으며 매주 플로깅(줍깅)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청주 안에 제로웨이스트샵 대표들의 모임 ‘GSC(녹색사회청주)’을 만들어 친환경 플리마켓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 사진=정대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주민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 사진=정대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그 결과 2022년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인증하는 녹색교회로 선정되었고, 청주시 환경대상 개인 부분 은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지역 초·중·고·대학생 친구들에게 환경교육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신문 언론 그리고 전국으로 나가는 국민일보, CBS, CTS, 세바시15분 등등에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버려진 것들을 모아 새활용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새활용시민센터와 함께 쓰레기 줄이기 다양한 행사 및 발표를 하였으며, 계속해서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널리 알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쓰레기를 통하여서 제 삶이 변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쓰레기를 치워야겠다는 작은 마음이 들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결단하고 실천하며 나아갔습니다. 누군가는 하겠지, 이거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라는 마음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 않아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지만 결심하고 행동했을 때, 놀라운 일들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것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 뭔가 거창한 일 같지만, 실상은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일이 점점 더 커지며 나비효과처럼 선한 영향력으로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환경문제를 어렵거나 부담으로 느끼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는 도전을 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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