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또 다시 시작된 역사 왜곡
[청년광장] 또 다시 시작된 역사 왜곡
국민의힘 태영호의원의 망언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2.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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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잊을 만하면 5.18 민주화항쟁과 관련해 역사 왜곡 망언을 일삼아 빈축을 샀던 국민의힘 의원이 또 다시 대형사고를 쳤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태영호 최고위원 후보가 제주 4·3평화공원을 참배하며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망언을 일삼은 것이다. 이에 4.3 사건 유가족 단체들은 태영호 의원의 이 같은 말에 크게 분노를 표했다.

태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전날 평화공원 위령탑을 참배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직접 밝혔다. 태 의원은 “4·3 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다 탈북한 북한 외교관 출신이다.

태 의원은 이날 제주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합동연설회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은 규탄 성명을 내고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태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태 의원은 4·3 사건이 김일성 지시에 따라 행해진 것으로 교육받았고, 그 정권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사과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말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일 뿐이고 심지어는 북한으로 다시 반품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송환이 아니라 아예 물건 취급을 하며 반품하라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태영호 의원의 이 같은 망언으로 인해 지역구인 강남구민들을 향해서도 비난이 오가고 있다.

이런 대국민 분노에 태영호 의원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자유를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는데 집단린치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날 "제주 4.3사건에 대한 김일성 지시설은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4.3사건은 남로당의 무장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유족들에 대한 국가폭력이 지나쳤다는 것과 남로당 봉기론이 양립해야 후손들에게 역사의 교훈이 정확히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역사적 사실도 부인하고 오직 자기만의 주장을 절대화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망언'으로, '극우 색깔론'으로 악마화 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지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역사적 사실 앞에서 후퇴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사과 없이 궤변으로 일관한 태영호 의원
사과 없이 궤변으로 일관한 태영호 의원

태영호의원에게 북한에서 배웠던 사실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모르면 그냥 차라리 입을 닫고 있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역사 연구가 취미인 사람이라 북한 쪽에서 발표한 역사 연구 결과도 종종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북한 쪽 논문을 보면 항상 일정한 서식이 있다.

항상 수령 김일성의 훈시 내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 수령 김일성의 이런 것 같으니 한 번 연구를 해보라고 지시하여 자신들이 연구를 추진했다는 말이 들어간다. 그리고 결론은 항상 수령 김일성의 말씀이 맞았다 혹은 이치에 부합한다 식의 말이 들어간다. 비단 역사학 외에도 다른 학문의 논문도 마찬가지다. 북한 학계의 논문을 보면 김일성은 그야말로 모든 학문에 정통한 대천재다.

그 뿐만이 아니다. 김일성이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의 활약상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의 활약상을 굉장히 뻥튀기해 선전하고 있다. 여러 굵직굵직한 항일 투쟁에 김일성이 관여했다는 식으로 가르치고 있는 곳이 북한이다. 그런 만큼 북한 교과서의 근현대사 내용을 액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4.3 사건 또한 북한에서는 이를 김일성이 남한 단독의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반대하도록 촉구한 것에 호응하여 남로당 제주지부에서 일으킨 무장 인민봉기로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교과서에서 이렇게 서술했다고 해서 과연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우선 4.3 사건 당시에 남로당의 봉기로 인해 시작되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무장봉기를 한 남로당 제주도당은 중앙당과의 협의가 없이 독단적으로 일으킨 것이었다. 극우 세력들은 박갑동의 말을 인용해 '제주 4.3은 북한 공산당 주도 폭동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이른바 '남로당 중앙당 폭동 지령설'을 계속 퍼뜨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6월 항쟁 이후 제주도 지역신문사인 제민일보에서 '남로당 중앙당 폭동 지령설'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 도쿄에 가서 취재, 인터뷰해본 결과 박갑동 자신도 '나도 그 근거는 모른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중앙 지령설은 내 글이 아니고, 1973년 중앙일보에 연재할 때 정보기관에서 고쳐서 쓴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4.3 사건의 촉발점이 된 남로당 제주도당은 북한과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4.3 사건이 아직도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것은 무장공비 토벌이라는 미명 하에 제주도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제주도민들을 죄다 빨갱이로 몰아서 때려잡은 자들이 누구였는지 태영호 의원 당신은 아는가?

바로 당신 같이 북에서 내려온 극우 반공 성향의 개신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서북청년단이었다. 필자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4.3 사건에 대해 배울 때마다 이 서북청년단의 만행에 이가 갈렸다. 그런데 북에서 내려온 태영호 당신도 그 때 서북청년단들처럼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4.3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주 지역에선 의원직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송재호·김한규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제주 지역 국회의원들은 15일 국회 의안과에 태영호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위 수석부대표는 제출 후 취재진을 만나 "태영호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느닷없이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됐다'는 망발을 하고, 다음날에도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지금도 (똑같이)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막말에 대해 국민의 사과 요구가 있었지만 '4.3 관련 팩트를 말했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34.3진상보고서에서 '제주 4.3은 군경에 의해 양민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남로당(봉기)도 김일성 지시가 아니라고 했다""태 의원은 사과 없이 잘못된 주장을 반복하고 희생자를 모독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곤, 송재호, 김한규는 태 의원의 명백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징계안을 제출하고, 태 의원의 공식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다""(국민의힘) 지도부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태 의원을 징계하고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좌)과 위성곤 의원(중), 김한규 의원(우). 세 사람 모두 제주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다.
태영호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좌)과 위성곤 의원(중), 김한규 의원(우). 세 사람 모두 제주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다.

송재호 의원은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대량 학살이란 진상보고서가 나왔고, 문재인 정부 때 배·보상을 결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제주에 가서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겠다고 국정과제로 약속했다""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적, 반국민적 망언이다. 의원직, 최고위원 후보 다 그만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 또한 "대체 최고위원직이 뭐길래 제주 4.3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가"라고 일갈했다.

태 의원을 비판해온 박용진 의원도 재차 국회의원·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태 의원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향해서도 엄청난 무례를 저지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왜 김일성에게 배운 역사를 '알리겠다'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존중해야 하나"라며 "표 좀 받자고 철 지난 색깔론을 들고나와 제주도민과 유가족들을 욕 보이는 건 대한민국 국민도 욕보이는 것이고 국민의힘 당원들조차 욕보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으키는 문제점 중 하나가 극우적 망언을 하여 역사왜곡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4.3 사건 왜곡 망언을 일으킨 태영호 외에도 그 이전에 5.18 민주화항쟁에 북한 인민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고 증언한 임천용 같은 인물도 있었다. 심심하면 대북 전단 살포로 소란을 일으키는 박상학이나 일베저장소 회원임을 인증하며 색깔론 망언을 떠들었던 정성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부류의 인물들이 계속해서 저런 망언을 내뱉는 것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배신자의 심리다. 어떤 진영에 속해 있었다가 반대 진영으로 넘어간 경우 이 사람은 배신자라는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럼 새 집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에 있었던 집단을 더욱 맹렬하게 공격하게 된다

탈북자들이 극우적인 발언을 계속 하는 이유에는 이 배신자의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북한을 떠나 새로이 남한에 왔으니 남한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자 북한을 향해 필요 이상의 비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남한 사회에서 빨리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몸만 남한으로 건너왔을 뿐 사고방식은 북한식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북한식 마인드에서 편만 바꾼다고 남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북한은 사실 엄밀히 말하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이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오래 전에 헌법에서 삭제한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의 통치 이념은 주체사상이고 이 주체사상은 공산주의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사실상 종교국가라고 보는 게 맞을 나라가 북한이다.

그런만큼 사상의 자유가 없고 매우 획일적이다. 하지만 남한은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다. 북한에서는 남한을 이라는 1가지 시각만 갖게끔 교육하지만 남한에서는 북한을 여러 가지 시각으로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획일화된 북한식 교육에 익숙했던 탈북자들에게 사상의 자유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앞서 말한 배신자의 심리와 결합하여 이젠 남한으로 건너왔으니 북한에서 했던 것과 반대로 북한은 무조건 죽여야 할 적이라는 사고만 갖게 되는 것이다.

북한에서 몸만 건너왔다고 해서 남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남한에 왔으면 남한의 국민들이 1945년 해방 이후 약 80년 동안 어떻게 해서 지금의 자유민주주의를 성취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걸 성취하기까지 어떤 시련과 투쟁을 겪었는지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망언에 대해 역사적 진리타령하면서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원인이 바로 태영호 의원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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