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생산금지의 통계학적 의미
번개탄 생산금지의 통계학적 의미
  • 서봉균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23.02.21 22: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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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문제의 드러난 증상만 좋게 보이게 한다거나 보이지 않게 옆으로 치우는 식의 일처리는 결국 문제를 키워 더 큰 악영향을 주게 된다. 사실 국민들은 그런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번개탄 생산금지 계획도 같은 경우다.(굿모닝충청=서봉균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문제의 드러난 증상만 좋게 보이게 한다거나 보이지 않게 옆으로 치우는 식의 일처리는 결국 문제를 키워 더 큰 악영향을 주게 된다. 사실 국민들은 그런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번개탄 생산금지 계획도 같은 경우다.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서봉균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서봉균 성균관대 겸임교수
서봉균 성균관대 겸임교수

[굿모닝충청=서봉균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대학에서 통계학을 가르치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대부분 학생들은 이미 통계학에 선입견을 가지고 수강신청을 한다. 논문을 쓰려고 통계학을 듣기는 하지만, 이미 충분히 싫은 수식과 그래프가 난무할 텐데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항상 신경 쓰는 것이 학생들에게 통계학을 복잡한 수식의 나열이 아닌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통계학은 왜 필요한가? 통계학은 신 중심의 중세봉건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간이 세상이 중심으로 올라서는 르네상스, 다시 말해 과학시대 도래의 산물이다.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의 문제는 관심 밖이다. 인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신의 말씀에 더 부합하는 삶을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일이었다. 이제 인간이 중심이 되면서 우리 삶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신이 아닌 인간의 문제가 주된 관심사가 되면서 어떻게 해야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여기서 나온 것이 과학이라는 이름의 문제해결방식이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당신은 참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그 사람이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칭찬에 가깝다.

그렇다면 과학적이라 건 무슨 의미인가?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어떤 문제를 원인과 결과의 시각으로 보는 사고다. 우리 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 여기서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드러난 결과다. 그리고 결과인 문제를 일으키는 숨은 어떤 원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 원인을 해결해야만 결과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노인 우울증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울증 약을 처방하거나 노래교실을 열어 단기적으로 노인 분들의 기분을 좋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노인 우울증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근본원인인 노인의 경제적인 빈곤이나 독거노인을 양산하는 가족해체 등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인 문제 그 자체야 눈에 보이는 것이라서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여기서 통계학의 필요성이 나온다.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가 이 문제(결과)를 일으키는 원인은 이거 이거라고 주장한다면, 그 원인이 정말 그 결과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맞는지를 증명해주는 것이 통계학이 가장 필요한 첫 번째 이유다.

통계학은 어떤 결과에 대한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통계학을 통해 우리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통계학은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통계학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 깊이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은 통계학이 도울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골치 아픈 원인을 찾기보다 드러난 문제 그 자체에 머무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노인 우울증에서도 약을 처방하는 것에 그치기 십상이다. 원인을 찾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을 알지만, 원인은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렵다. 일반 사람들이야 그런 손쉬운 방법을 선택해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결국 그 개인의 책임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와 같은 큰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책임자나 정책당국자가 이런 식으로 정책을 다루고 내놓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적으로 그리고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문제의 드러난 증상만 좋게 보이게 한다거나 보이지 않게 옆으로 치우는 식의 일처리는 결국 문제를 키워 더 큰 악영향을 주게 된다. 사실 국민들은 그런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번개탄 생산금지 계획도 같은 경우다.

한국의 자살률이 압도적인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니다. 2021년도만 해도 한해 1만 3,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 명당 26명에 해당한다. 대통령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모두가 인정할만한 한국사회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다. 역대 정부에서 많은 방법들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신통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13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에서 자살수단으로 빈번하게 이용되는 번개탄에 대한 생산금지가 포함되어 논란이다. 사람들이 자살하는데 번개탄을 많이 사용하니 번개탄을 살 수 없도록 만든다면 자살이 막아질까? 번개탄이 자살이라는 문제의 근본원인인가? 이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당국자가 자살방지를 위해 심사숙고해서 내놓은 해결책인가?

통계학을 빌려 원인과 결과를 증명할 것도 없이 번개탄은 자살의 원인이 아니다. 한국의 심각한 불평등,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극심한 경쟁, 경제적인 것만이 유일한 삶의 목표가 된 물신주의,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과도한 입시 등 이 모든 것들이 세계최고 수준 한국 자살률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모두가 아는 사실을 번개탄 생산금지를 해결방법으로 제시한 책임자만 모를 리 없다. 다만 해결할 자신도 없고 골치 아프기 싫었을 것이라 짐작은 된다.

사실 별 거 아닌 일일 수도 있다. 당연히 번개탄은 자살의 원인이 아니니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다고 해서 자살이 줄지도 않겠지만 늘지도 않을 것이다.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그것을 건드리나 건드리지 않으나 문제해결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별 영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일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걱정이다.

필자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다. 화물노동자 파업을 대하는 태도나 시장개입 방식을 봤을 때 윤석열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최소한 익숙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상명하복에 철저하고 깊이 고민하는 것에 약한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낯선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익숙한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뀌기를 바란다. 이제는 검사 윤석열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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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야 2023-02-22 05: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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