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인사이드] '모범택시 Ⅱ'는 왜 검사를 걷어냈을까?
[컬쳐 인사이드] '모범택시 Ⅱ'는 왜 검사를 걷어냈을까?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3.02.23 0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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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드라마 ‘모범택시’는 핫도그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 핫도그 스토리텔링은 핵심적인 서사를 중심에 두고 여러 에피소드를 감아놓는 대본 구성을 말한다. (SBS '모범택시 Ⅱ' 공식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기자)
애초에 드라마 ‘모범택시’는 핫도그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 핫도그 스토리텔링은 핵심적인 서사를 중심에 두고 여러 에피소드를 감아놓는 대본 구성을 말한다. (SBS '모범택시 Ⅱ' 공식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기자)

[굿모닝충청=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애초에 드라마 ‘모범택시’는 핫도그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 핫도그 스토리텔링은 핵심적인 서사를 중심에 두고 여러 에피소드를 감아놓는 대본 구성을 말한다. 핫도그 안에 소시지가 있고 빵과 온갖 채소, 소스가 부가되어 들어가는 모양이다.

한동안 미드 영향 탓인지 이런 스토리텔링이 유행했다. ‘모범택시’에서도 주인공들이 범죄 피해자의 복수를 도와주는 가운데 각각 에피소드가 전개되지만, 난데없는 열혈 검사가 범죄자 실종을 수사하면서 끝내 복수 대행 서비스팀을 징벌하게 되는 딜레마도 보여준다.

다만, 복수 대행의 통쾌함이 이런 검사의 수사 진행 때문에 밤고구마 먹듯 답답하게 해 몰입을 방해했다.

비슷한 사법 관련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각각 수임 사건 에피소드가 펼쳐졌고, 중심에 우영우의 성장과 친모를 둘러싼 갈등 구조가 펼쳐졌지만 결국 그것은 우영우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면서 마침내 공동체적인 인간적 결말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서사가 ‘모범택시’ 같은 드라마에서는 사법부의 한계로 빚어지는 현실을 커버하기에는 버거웠다. 더구나 인간적인 검사이거나 우호적이고 동정적인 검사 모습을 그려내는 장면들보다는 시청자들은 사법체계에 대한 통쾌한 작렬을 기대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에피소드 자체에서 애환과 대안을 더 충실하게 다뤄냈기 때문에 명확한 몰입도와 공감을 매회 불러일으켰다.

요컨대 ‘모범택시’에서 검사 캐릭터는 필요 없거나 과잉이었다. 핫도그 방식이 필요하다면 사법기관의 각성에는 경찰 수사 정도의 얼개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새롭게 ‘모범택시 Ⅱ’에서는 아예 검사 캐릭터를 걷어냈다. 처음부터 복수 대행 서비스 팀만이 온전히 다시 결합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

‘모범택시 Ⅱ’에서는 이전에 남아 있던 검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드라마 속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 시청자 나아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하게 읽은 것이다. ‘모범택시 Ⅱ’ 방영 직전 선보였던 드라마 ‘법쩐’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검찰은 권력형 부패의 온상으로 그려진다. 그것도 서민들의 피눈물이 배어 있는 주가 조작의 주범과 밀착된 커넥션과 카르텔을 유지한다. 특히, 특수부검사들의 조작과 협잡의 부패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렇다고 검사를 모두 그렇게 묘사하지는 않지만, 신출내기 검사는 원칙을 강조할 뿐 무협 주인공처럼 활극을 벌이거나 열혈 영웅으로 활약하지도 않는다. 인생 경험 많은 형, 누나들의 산전수전 경험을 공무원 마인드로 받아 법리를 잘 구현하려 한다.

사실 그에 앞서 방영된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는 1995년 ‘모래시계’의 열혈 정의 검사가 환생한 듯했다. 권력형 부패의 중심에 검사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도 검사 영웅이다.

북치고, 장구치고 모든 것을 다 검사가 한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법쩐’이나 ‘모범택시 2’는 진일보한 면이 분명히 있다. 이를 통해 검사를 각성한 존재로 영웅으로 그리는 것이 그들의 경제적 공동체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이 있는 한 온전히 그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체득하고 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유주의적 시선은 오히려 세상의 모순을 덮거나 심화시킨다. 권력과 금력의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 토머스 L. 프리드먼 (Thomas L. Friedman)은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상이 이제 수평적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이념의 시대가 저물었고, 경제를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세계의 흐름을 지적하는 면이다. 이는 인터넷은 균일하다는 말을 연상시킨다. 모든 지식과 정보가 수평적으로 흐르는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까지 언급했다. 너무 수평적이고 균일한 세상이 되니 소유도 안 하고 빌려만 쓰는 시대가 되었다고 매우 앞서는 지적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소유욕은 여전하거나 더 강화되었다.

아파트는 임대가 아니라 똘똘한 한 채 신드롬으로 영끌을 낳으면서 부동산값 폭등을 일으켰다.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권력에 대한 욕망도 여전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대만을 통해 더 격화되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리버럴한 이들은 오히려 리버럴하지 않다. 자유롭게 말하지만,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모순에 빠지고 만다. 현실은 여전히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속박으로 누군가에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주어진 것은 뺏으면 큰 저항을 낳는다. 부여 효과(Endowment effect), 이는 복지 예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번 주어진 권력을 쉽게 회수할 수가 없으며, 다른 대체 권력이 없다면 스스로 자가발전을 꾀하게 된다.

권력은 그 한계를 시험하며 끊임없이 확장을 모색하게 된다. 그들을 영웅으로 그리는 것은 이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그 영웅은 탈 권력 속에서 영웅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망이 있을 때만 콘텐츠에 존재한다.

‘법쩐’이나 ‘미끼’에서 일반 서민들이 관심을 두는 경제 범죄이다. 주가 조작, 다단계 사기나 암호 화폐 사기이건 가공할만한 피해를 낳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시대는 마약 범죄에 관한 관심보다 빌라왕 사기나 보이스 피싱 범죄에 더 민감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고비용 사회로 치달아가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경제 범죄에 더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은 아마도 영웅 검사 드라마에는 잘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 일은 고되고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하지만 현실 어디에선가 영웅적이거나 반영웅 적이거나 권력과 경제적 이익 공동체 형성과 거리를 두고 사건 해결에 고군분투하는 그들을 법과 제도적으로 인센티브 하지 않으니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만이라도 주목해야 한다.

다만, 대중적 당의정을 좀 입혀야 하는 문제는 배제할 수 없으니 이점은 항상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 공무원을 영웅으로 만들던 시대는 없었고 경찰의 영웅화도 생각할 수 없는데 검사의 영웅화도 비웃을 날이다. 이 때문에 영웅 검사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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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23-02-23 09:45:38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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