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6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폐지해야 한다'는 당론에 근거해 표결에 임할 예정"이라고 26일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어서 결과가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전날까지 찬성 표결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이정미 대표는 일부 정의당원들이 '어떻게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믿고, 이재명 대표 구속에 찬성할 수 있냐'며 반발하는 당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미 대표는 문자 메시지에서 "체포동의안 찬성이 곧 이재명 대표 구속 찬성이 아니다"라며 "체포동의안은 회기 중인 국회의원이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법원이 구속수사 여부를 판단(구속영장실질심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를 방문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한 발언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당시 한 장관은 "체포동의안이라는 말의 어감상 구속을 결정한 것처럼 들리는 면이 있어 국민들께서 오해하시는 것 같다"면서 "구속 여부를 국회에서 결정해 달라는 게 아니라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판사 앞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판사 앞에 가게만 해달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미 대표는 "정의당은 일관되게 주장한 방침에 따라 표결에 임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도 국민에게 약속했던 '특권'을 내려놓고, 일반 시민들처럼 당당하게 법원에서 구속 사유를 다투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정미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특검 주장과 관련해서도 "지금은 검찰이 김건희 소환 수사를 하도록 압박해야 할 때"라며 검찰의 '선수사'를 거듭 강조했다.
또 이정미 대표는 "현재 '특검을 하자'고 한다면 검찰의 수사 부담만 줄여주고, 국회는 무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면서 "검찰이 권력자 눈치를 보느라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의당은 특검뿐만 아니라 미완의 검찰개혁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 가지가지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당원들의 의사도 무시하는 지도부가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이 아니라 검찰이 김건희 소환 수사를 하도록 압박해야 할 때라는 말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안 하고 계속해서 늑장을 부리고 있으니까 특검을 하자고 외치는 것이다. 이미 그 압박을 한 게 몇 년째인가?
정치 검찰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물어뜯었던 ‘윤석열의 난’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니 벌써 햇수로 4년이 다 됐다. 주가조작 외에도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 등 갖가지 논란거리에 대해 수사를 하라고 압박을 한 것이 말이다. 그러나 그 4년 동안 검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의 수장이 바로 지금 대통령인 윤석열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4년 동안 국민들의 요구를 마이동풍으로 흘려들었던 게 지금 검찰인데 김건희 소환 수사를 압박하라고 한들 귓등으로나 들을까? 도대체 정의당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김건희 특검법에 자꾸 어깃장을 놓는 것인가? 22일 발표된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찬성 여론이 60%를 기록했다는 걸 보고도 그런 행위를 하나?
또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찬성과 구속 찬성 여부는 별개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다는 것 자체가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찬성한다는 뜻 아닌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 그 즉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는 걸 아는가? 아니면 모르는 것인가? 입만 열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폐지해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 권리가 왜 생긴 것인지 알고나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본래 그 법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수사기관이 함부로 야당 의원들을 불법으로 체포, 구금하는 일이 잦았다보니 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바로 당신들 선배 의원들을 정치 탄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말이다. 이게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된 이후로 비리 국회의원들의 방탄용으로 악용되어 논란이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청구가 과연 당신들은 정당하다고 보는 것인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그 불체포특권을 써야하는 시점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서로 앞뒤가 안 맞아 말이 꼬이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즉, 이는 명백히 정치 탄압이라는 뜻이다. 이럴 때 정치 탄압으로부터 야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불체포특권을 써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따위 소리를 하나?
지금 국회가 해야할 일은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니 마니 하는 것에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지금 저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미 주간조선 기사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대통령실 하명수사임이 반쯤 드러났다.
참 정의당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간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정말 누군가의 말대로 노회찬 전 의원이 타계한 이후 정의당은 급속도로 망가졌다고 본다. 필자가 보기에도 그렇다.
왜 정의당이 공들여 영입했던 인재들이 하나둘 다 떠나고 있겠는가? 또 왜 작년 지방선거에서 원외정당인 진보당도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김종훈 후보가 구청장으로 당선되는 성과를 냈는데 정의당은 아무 것도 건진 게 없을까? 다른 게 아니다. 정의당 본연의 색채가 점점 없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 정의당을 ‘진보정당’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의당이 최근 무슨 진보적인 아젠다를 내놓았는가?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란 목소리는 이미 다 사라져버린지 오래고 페미니즘만 주구장창 외쳤다. 또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만 사로잡혀 어떻게든 민주당 엿 먹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기 싫으면 본인들이 한 층 더 진보적이고 한 층 더 개혁적인 법안을 내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최근 3년 간 정의당은 그런 행보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민주당 엿 먹이기에만 충실해 국민의힘과 손을 잡는 촌극을 벌이기까지 하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20년 간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나 경기도 고양시 갑 등 몇 개 지역구와 비례대표 몇 석이라도 얻었던 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교차 투표 덕분이었다.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춘다고 그 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에 교차 투표를 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냥 적당히 이용해먹다 버리면 그 뿐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정의당에 교차 투표를 할 가능성은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한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인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정의당의 평판은 역대 최악이다. 실제로 23일에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의 지지율은 고작 1.8%에 그쳤다. 이 정도 지지율이면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1석도 당선시킬 수가 없다. 비례대표 1번 후보가 당선되려면 정당 득표율이 3%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지역구도 사실상 심상정 의원 이외에는 경쟁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게 정의당이다.즉, 심상정 의원만 날려버리면 지역구도 당연히 단 1석도 챙길 수가 없다. 현실이 그러한데 도대체 왜 자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정무 감각이란 건 있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