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21] 무정세월(無情歲月) …아산시 염치읍 방현리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21] 무정세월(無情歲月) …아산시 염치읍 방현리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3.01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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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방현리는 맑은 샘이 많아 방수물 마을로 불리던 곳이었다.

샘이 많다 보니 밭농사를 많이 지었고 화훼단지도 생겨났다.

방수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 고목 두 그루가 300년 가까운 세월 마을 초입을 지키고 서 있다.

버드나무는 흔히 여성의 아름다움에 비유되곤 한다.

나무를 여성에 비유하는 건 오래전부터 무척이나 흔한 일이었다.

매화는 젊고 아름다운 선녀(仙女), 벚꽃은 숙녀(淑女), 버드나무는 재주가 있는 여자, 재녀(才女)에 비유되었는데 특히 버드나무는 섬세한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넓게 펼쳐진 호숫가에 버드나무 가지가 춤을 추듯 흩날리는 모습이 가냘픈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인의 버들잎 같은 눈썹을 유미(柳眉), 고운 여인의 맵시를 유태(柳態), 늘어뜨린 머리카락 유발(柳髮)이라 칭했다.

그러나 버드나무를 유약한 나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버드나무는 두세 달 만에 1m가 훌쩍 넘게 자랄 만큼 성장 속도가 빨라 그 크기만으로 수령을 짐작할 수 없다.

생존력 또한 무척이나 강해 습기가 있는 곳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심으면 열 개 중에 다섯 개는 다시 살아난다.

나무는 일반적으로 물에 약하지만, 왕버들의 경우 아예 호수에 잠긴 채 자라는 경우도 있다.

물을 좋아하는 나무다 보니 목질은 무른 편이다.

그래서 나무속이 잘 썩고, 줄기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많은데 날벌레가 우연히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았다.

나무 구멍 속에 쌓인 벌레 사체에서 나오는 인(燐) 성분이 반짝임을 만들어 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빛이 훨훨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여 ‘도깨비불’이라 불렀다.

방현리 버드나무는 물가가 아니라 마을 입구 정자 옆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라난 버드나무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에 가지가 꺾이고, 줄기에 상처가 생겨났지만, 그 풍모는 여느 버드나무에 뒤지지 않는다.

줄기를 그득 채웠을 나이테만큼 품을 넓혔고, 심장을 향해 뻗은 미세혈관처럼 잔가지를 뻗어냈다.

생존력이 강하고, 빨리 자라지만 그에 반해 수명이 길지 않은 버드나무는 300년 혹은 그 가까운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앙상하고, 가냘프기 그지없어 보이는 버드나무 가지는 지금 이 순간, 새잎을 틔울 준비가 한창이다.

빠르게 지나는 세월을 속절없이 흘려보지 않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무, 그것이 버드나무가 아닌가 싶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선 버드나무 두 그루를 감싸는 바람에 봄 향기가 묻어난다.

아산시 염치읍 방현리 323-1 버드나무 301년 (2023년)

아산시 염치읍 방현리 522-1 버드나무 271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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