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Ⅱ]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수영에 풍덩
[염우의 환경이야기Ⅱ]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수영에 풍덩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3.0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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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수영장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충북대학교 수영장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년활동가 시절에 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을 간과하였다. 숱한 나날 야근하고 회식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하지 않고 안정적인 휴식을 취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나보고 신이 내린 체력이라 감탄했다. 하지만 누적되는 피로에는 장사가 없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개울에서 헤엄도 쳐 보았는데 잠수 공포증이 있을 정도로 물을 어려워했다. 그랬던 내가 수영에 처음으로 도전한 건 2003년 말이다. 활동 9년차, 결혼 5년차 때다. 나이 35살 되던 해 이미 체중이 늘고 인격은 충만해져 갈 무렵 수영이 내게로 다가왔다. 우연히 다시 만난 선배가 수영을 권하였다. 친히 수경까지 사주며 강권하는 정성을 뿌리칠 수 없어 그만 수영에 입문하고 말았다.

사실 시간이 고민이었다. 전형적인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아침 수영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야근 아니면 모임 때문에 저녁 시간을 빼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와이프를 설득하여 베이커리를 개업한 지 1년도 되지 않던 때였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5시 반 퇴근이었다. 쌍둥이체육관 수영장 오후 6~7시 강습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야근이나 모임이 있는 날은 그것으로 근무시간을 대체하기로 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다음날 30분 일찍 출근하기로 하였다.  

나이는 내가 중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물속에서의 만남은 모두를 쉽게 친하게 했고 이틀이 멀도록 회합을 했다. 초급과정이 3개월 단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흡법을 익힌 뒤 수영장 바닥에 앉아 잠시의 사색 시간을 가졌던 것은 내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잠수 공포증을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찬찬히 초급과정을 마치고 자유형에 입문할 무렵, 3개월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나는 수영장을 떠나야 했다.

수영장은 떠난 이유는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보전운동 때문이었다. 2003년 말 시민환경단체들은 전열을 재정비하여 새롭게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대책위원회의 실행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2004년 1월, 공사강행에 대비하여 시민행동단을 발족한 어느 다음날 새벽 산남3지구 택지개발 시행업체는 일제히 공사를 강행했다. 그로부터 현장에서는 매일 새벽 6시 밀고 막는 싸움이 펼쳐졌다. 대책위원회는 곧바로 천막을 설치했고 현장농성을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약 10개월 가량 현장을 지켜야 했다.

청주 최대의 현안으로 현장에 충돌하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 수영장은 사치였다. 나는 수영장에 나가지 못했지만 동료 강습생들은 두 차례나 지지방문을 와주었다. 상황은 일파만파 심각해졌고 우리는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여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출범시켰다. 대응 활동의 하나로 원흥이방죽으로부터 청주지방법원·검찰청, 충북도청, 청주시청, 한국토지공사충북지사로 향하는 3일간의 삼보일배를 시작하였다. 다들 무릎이 아프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3개월 동안 수영으로 연마된 체력이 받쳐주었던 것 같다.

2022년 겨울, 그로부터 19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환경운동을 하고 있지만 두 청년의 아버지이고,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역시 저녁에는 모임이 많고 이제는 야근 대신 새벽에 작업을 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담배를 끊은 지도 11년이 넘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흐른 세월만큼 모든 것들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이나 충분한 휴식은 취하지 못하고 있어 늘 건강과 체력이 걱정이다. 친구들이나 동료 활동가 중 건강을 잃는 일들이 잦아진다. 출퇴근 20분 걷기로는 역부족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술을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날씬하고 몸도 꽤 좋아 보였다. 비결을 물었더니 이십여년 수영쟁이란다. 풀꿈환경재단 회원 가입을 부탁했더니 내가 수영장을 다닌다는 조건으로 가입해 주었다. 참 좋은 친구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걱정이다. 작업 효율이 높은 아침 시간을 포기할 순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동물들에게 더욱 귀중한 저녁 시간을 수영하느라 허비할 수도 없다. 그럼 수영을 포기해야 하나?

새벽 수영장 가는길.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새벽 수영장 가는길.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저녁을 투자하려니 사회적 인간관계와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못할 것이고, 아침을 투자하려니 글쓰기 등 밀도 있는 작업과 공부가 소홀해질 것이다. 결국 아침을 선택했다. 19년 전에 삼보일배 때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건강한 체력을 획득하게 된다면 피로는 줄어들고 작업 효율은 다른 시간에도 더욱 좋아질 수 있다. 결심이 섰다. 2022년 12월 최근 새로 개장한 충북대학교 수영장 초급반 등록을 마쳤다. 5천원 재학생 할인도 받았다.

처음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파 중 뭐가 날숨이고 뭐가 들숨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침 7시 타임은 월·수·금반과 화·목반이 있다. 나는 화·목반을 선택했다. 일요일은 휴관일이니 나머지 6일 중 이틀은 강습을 받고 나흘은 열심히 연습하여 따라가자는 작전이다. 구내 스포츠샵에서 수경과 수모, 수영복, 스포츠타올과 가방을 구입했다. 가장 중요한 것, 그것들을 담아 둘 목욕탕바구니는 다이소에 가서 샀다. 이제 모든 준비는 마쳤다. 하지만 유난히 쌀쌀한 이 겨울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궁금하면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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