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같은 안식처를 찾다
‘우리 동네’ 같은 안식처를 찾다
전통 살아있는 북촌 동양문화박물관
  • 이선희
  • 승인 2012.07.11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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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악산 성곽길 길잡이를 하고 있는 권영두 관장.

▲ 떡메치는 권영두 관장.

▲ 박물관 앞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 동네 공정여행 강의 중인 옥선희 선생.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북촌을 걸었다.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 계동길, 별궁길, 화개길, 가회로로 이어지는 길을 3~4시간에 걸쳐 걷다보니 눈과 마음은 호강을 하는데 다리가 영 고생을 한다. 지친 아이들을 이끌고 북촌의 꼭대기로 향했다. 가회동 31번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닿는 곳, 그곳에 우리를 맞아주는 포근한 보금자리, 따뜻한 안식처 같은 곳이 있다. 바로 북촌 동양문화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세종대왕의 스승이자 그 당시 정승을 지낸 고불(古佛) 맹사성 대감의 집터이다. 세종대왕은 경복궁에서 맹사성 대감의 집을 바라보며, 스승의 집에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스승을 공경하는 마음이 그토록 극진했을 터. 맹사성 대감도 세종대왕도 모두 역사가 된 지금,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통과 예()를 알려주시는 또 한 분의 스승님이 북촌 동양문화박물관에 계신다. 바로 박물관의 권영두 관장님이시다.

관장님은 바쁘시다. 고불이라 이름 지은 서당에서 아이들에게 민화를 가르쳐 주시고 좌우명을 써 주신다. 박물관 소장품을 관리하시고 틈틈이 민화, 목공예도 하신다. 박물관 정원에 심은 상추, 배추, 고추에 거름도 주셔야 하고 가마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펴 온돌방도 덥히셔야 한다. 북악산 성곽길로, 성균관 산책길로 길잡이 역할도 하신다. 아이들의 엉뚱한 말에도 일일이 대꾸를 해 주신다. 관장님 덕분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마치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박물관과 갤러리, 공방이 많은 북촌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다. 관장님은 북촌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품격 높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제대로 만들어 상품화 시켜, 관광객들에게 우리 전통의 우수성을 바로 알려야 한다는 것.

우리 눈에는 전통 한옥으로만 보이는 가회동 31번지 한옥들도 관장님의 매서운 눈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우리 전통 조경이 아닌 일본식 조경을 한 곳, 현판의 글자를 잘못 쓴 곳, 담을 잘못 쌓고 처마를 잘못 올린 곳 등등 훼손된 전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요즘 시대에 옛 것 모두를 고스란히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북촌이 품고 있는 우리 전통의 고유성, 우수성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 그것이 북촌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권영두 관장님과 함께 공감만세의 공정여행을 함께 하는 또 한 명의 북촌 주민이 있다. 바로 영화칼럼니스트이자 <북촌탐닉>의 저자 옥선희 선생님이시다. 지난 1110일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공감만세의 사무실에서 옥선희 선생님이 하시는 북촌 공정여행 강의를 들었다.

15년째 북촌에 살고 있는 선생님은 북촌을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의 개념으로 먼저 봐달라고 하신다. 사람들이 북촌에 오는 이유는 한옥이 있고 고즈넉한 골목이 있고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인 건데, 여러 문제들로 인하여 주민들은 계속 북촌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옥선희 선생님은 북촌을 부르실 때 우리 동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신다. “우리 동네는 모든 종교기관이 다 들어와 있어요.” “우리 동네는 차가 다닐 수 없어요. 걸어 다녀야 해요. 자전거도 안 돼요.” “우리 동네는 잎맥처럼 남아있는 사잇길들이 참 좋아요.”

동네 앞에 우리라는 말이 붙는 것이 익숙한 듯 낯설다. 사는 곳의 명칭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동으로 변해버린 시대에 동네라는 개념이 남아있는 곳, 이웃집의 일상까지 속속들이 아는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곳, 옥선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우리 동네 북촌은 참 정겹다.

선생님의 북촌 사랑은 품 안의 자식사랑이 아니다. 북촌의 문제에 대해 선생님은 단호하시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일관되지 않은 정책, 주민들의 편의시설이 점점 줄어드는 상업화의 문제, 주민들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는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 등에 대해서 소리 높여 말씀하신다.

북촌에 와서 예쁜 풍경 사진만 찍지 말고 북촌과 어울리지 않는 흉한 것들의 사진도 찍어서 알려달라는 옥선희 선생님의 말씀에서 북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이웃 같이 정다운 권영두 관장님과 옥선희 선생님이 살고 계시는 북촌이 우리 동네처럼 정겹다. 우리 동네를 지키는 마음으로 북촌을 지키는 데 우리의 노력을 보태야 할 것이다. 여행자만 행복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의 여행으로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35-91번지(Tel.02-486-0191)

찾아가는 길: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로 700m 거리에 위치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고 e-믿음치과에서 내리면 도보로 2.

개관시간: 오전 10~오후 7(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웹사이트: http://www.dymuseum.com

 

동네에서 고민하는 공정여행강좌 안내

일시: 2011113~125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00~9:00(7)

장소: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489-4번지 3()공감만세 사무실

모집인원: 선착순 20

신청방법: 공감만세 홈페이지(fairtravelkorea.com)

카페(cafe.naver.com/riceterrace)메인 화면 참조

전화신청(이성용 코디네이터: 070-7862-0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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