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탄압 '모내기' 작가 신학철 화백, 천안서 전시회
국가보안법 탄압 '모내기' 작가 신학철 화백, 천안서 전시회
삼성 이건희 회장도 작품 소유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3.03.20 15: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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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천판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간행 140주년 기념전시
22일(수) 오후 7시 ‘신학철 작가와의 대화’ 시간 마련

[한국근대사-백산 일어서다] 2020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작품 앞에 선 신학철 화백./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굿모닝충청 노준희 기자] 대표적인 민족미술 화가 신학철(80) 화백이 지난 13일(월)부터 31일까지 충남 천안 불당동 신불당아트센터 2층과 3층 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목천판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간행 140주년을 기념하고자 개최했다.

신 화백이 그림에 매진하기 위해 천안에 내려온 후 처음 여는 전시다. 

신학철 화백은 국가보안법을 적용, 탄압의 대상이 된 ‘모내기’ 그림의 작가로 유명하다.

1987년 완성한 모내기 그림은 민족미술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통일염원 주제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협회는 1989년 달력의 7월 그림으로 모내기를 사용했다.

같은 해 인천 민주시민단체가 기금 마련을 위해 만든 부채에도 모내기 그림을 실었는데 북한을 찬양한 그림이라는 이유로 작품을 압수당하고 경찰조사를 받았다. 

1심과 2심에서는 무죄로 판결했으나 대법원에서는 유죄성격이 있다며 서울지법으로 환송했는데 선고유예를 내렸다.

그는 “당시 북한 간첩이 완전히 전향해 서울시경 대공수사과 직원이 되었는데 내 작품을 한반도로 보고 위는 북한, 아래는 남한으로 분석해버렸다. 난 그저 고향 산천과 풍경을 떠올리며 통일이 된 우리나라를 무릉도원으로 표현했을 뿐”이라며 기막혀했다. 

약 10년에 걸친 법정 다툼은 끝났지만, 신 화백은 아직도 작품을 돌려받지 못했다.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있으나 전시는 불가하다. 

논란만 있던 게 아니다.

신학철 화백의 작품은 삼성 이건희 회장도 알아봤다.

신 화백은 “이건희 회장이 내가 그린 ‘한국 근대사 분단상황’과 ‘한국 근현대사 종합’을 갖고 있다. 분단상황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상태고 근현대사 종합만 광주를 거쳐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현대사 종합은 높이가 3m 90c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이번 천안 전시를 열게 된 건 필연이다.

신 화백은 조용한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자 택한 목천읍(옛 목천현)은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을 제작한 장소인 김은경 접주가 살던 마을이다.

더구나 그동안 1권도 발견되지 않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계미중춘판 진본을 동학교도인 김찬암이 비밀스럽게 항아리에 묻어 소중히 보관했던 마을이었다. 

신학철 화백의 작품 '모내기'

신 화백은 통일을 염원하며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그림으로 기록해온 작가이다.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내려온 곳이 만인의 평등을 위해 싸웠던 동학농민운동의 경전이 발견된 바로 그곳이었다. 

올해는 마침 목천판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간행 140주년이다.

신 화백은 이를 기념하고자 그동안 그린 작품 20여 점을 내놓았다. 

우리 근현대 삶의 모습을 관통하는 민족의 수난사를 줄곧 그리는 이유에 대해 신학철 화백은 “분단상황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분단시킨다고 본다.

이전에는 콜라주 작품을 하기 위해 잡지 등 사진을 많이 봤는데 대량 소비사회로 변한 우리 사회 그동안의 역사가 한눈에 보였고 가슴에 남았다”며 “특히 동아일보사의 ‘사진으로 본 한국백년(寫眞으로 본 韓國百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으로 본 한국백년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 관동대지진이다. 그에 관한 작품을 벌써 해야 했는데 무게가 느껴졌었다. 이게 한국 근현대를 줄곧 그리는 동기일 수 있다. 이번에 그리면 그동안 그리지 못한 빚 갚음을 하는 게 될 거 같다”며 회고했다.

[한국근대사-갑순이와 갑돌이(밑그림)] 1998 collage 각 80x104cm (8p) 한국근대사를 콜라주로 표현한 직품. 캔버스 8개을 이어붙여 스토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제작했다.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특히 길이 6m가 넘는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밑그림 작품을 눈여겨보길.

어떤 역사의 현장이 그의 창작력으로 기록됐는지 세세하게 발견할 수 있으며 직관의 감동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앞으로 이 작품보다 최소 두 배는 더 길고 큰 초대형 작품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9월 관동대지진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몰두하는 작품이다. 

22일(수) 오후 7시 신불당아트센터 2층 갤러리에서 ‘신학철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우리나라의 서글픈 역사를 받은 느낌대로 표현했다’는 민족미술작가 신학철 화백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알 수 있고 궁금증을 풀어볼 좋은 기회이다.

더불어 작품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다. 

전시문의 : 신불당아트센터 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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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픈뫼 2023-03-21 16:31:27
냉전과 분단 구조 속에서 군사 독재가 판치며 민초 시민들을 압살하던 그 때, 무참히 억눌리고 짓밟힌 상황을 그리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그릴 수가 있었단 말인가. 빨간색안경을 끼고 온세상을 흑백으로 나눠 철권 지배하던 시대를 신학철 화백님 그림속에서 다시봅니다. 요즘의 과거회귀 이상 현상이 그림속 상황에 그림자로 비치는 걸 봐야만 하는 이 심정 또한 미어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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