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1등급은 4%
2등급은 7%
네가 속한 곳이 너의 가치야
너의 등급이 너의 힘이야
등급이 올라갈수록 네 가치는 올라가고
너의 존재감도 커질 거야
꿈을 가지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해
지금부터
아래는 내려다볼 필요가 없어
애써 옆을 보려 하지 않아도 돼
젖 먹던 힘을 다해 위로, 위로만 올라가
네가 우물쭈물하는 순간
누군가는 너를 앞지를 거야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되는 게
세상 이치고,
자연의 섭리란다
말라비틀어진 낙엽으로
바닥을 구르는 삶을 살고 싶진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아
1등급은 4%
2등급은 7%
너의 등급이 너의 가치야
얼마 전 중·고등학교의 반장선거 치러졌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맘카페는 물론이고, 아이들 사이에서 학급 임원 ‘가산점’과 ‘생활기록부’가 이슈였다.
중학교 학급 반장에게 주어지는 ‘0.5점’은 등급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고등학교에선 생활기록부에 ‘리더십’을 기록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실제 친구에게 “특목고 진학을 위해 가산점이 꼭 필요하니 나를 뽑아줘” 하며 선거운동을 한 친구도 있었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입 안이 씁쓸해졌다.
그리고 문득, 아이들에게 마전리 느티나무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전리 느티나무는 꼿꼿하게 줄기를 세우며 자라지 않았다. 비스듬히 줄기를 키워내, 나란히 자라고 있는 다른 나무가 더 넓게 가지를 뻗어낼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두 나무는 어깨동무한 듯 사이좋게 공간과 하늘을 나누며 자라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에 자리 잡은 둥지까지 더해져 정답기 그지없다.
나무도 생존경쟁을 한다. 빽빽한 숲속, 큰 나무 아래 묻혀 햇살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무는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때때로 아름드리나무는 햇살을 찾아 안간힘을 쓰는 여린 나무를 위해 가지의 방향을 틀어주기도 한다.
생존경쟁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나무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교실 속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아이들이 서로에게 온전히 진심을 쏟아부으며, 행복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등급보다 꿈이, 형식보다 진심이 우선이 되는 교실을 감히,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예산군 대술면 마전리 167 느티나무 346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