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소금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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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 추모식에 나타난 극우 단체들의 망동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4.0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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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4.3 사건 추모식에 어느 극우 단체 회원이 서북청년단 이름을 부착한 차량을 몰고 나타난 사건이 발생했다.
4.3 사건 추모식에 어느 극우 단체 회원이 서북청년단 이름을 부착한 차량을 몰고 나타난 사건이 발생했다.

1948년 4월 3일에 있었던 제주 4.3사건. 75년 전에 있었던 이 사건은 아직도 제주도민들의 가슴 속에 한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참상을 잘 기록한 문학 작품이 바로 소설가 현기영 씨의 명작인 『순이 삼촌』이다. 주인공인 순이 삼촌은 4.3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군경의 제주도민 학살 당시 간신히 살아남은 피해자였다.

그녀 또한 그 당시 뱃속의 딸을 제외하고 그 총격에서 남편과 쌍둥이 남매를 잃는 참변을 겪었다. 그 뒤 아이를 낳은 다음 옴팡밭을 일구면서 그날 그날 생활을 영위하던 그녀는 그 상처를 잊기 위해서 서울로도 올라왔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제주도는 전국을 통틀어 기독교 신자의 비중이 낮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불교세가 강한 영남권보다도 더 기독교 불모지가 바로 제주도라 할 정도다. 그 이유는 바로 구한 말에 있었던 이재수의 난과 1948년에 있었던 이 4.3 사건 때문이다. 그 사건 당시 평안도 출신 개신교인들이 주축이 된 서북청년단이 제주도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4.3 사건이란 제주도민들에게 아직도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소금을 뿌리는 몰지각한 자들이 출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제주도에는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들이 나붙었다고 한다.

그 현수막을 내건 주체는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4개 정당과 자유논객연합이다. 제주도청이 나서 일제히 철거했지만 이미 현수막을 본 유가족들의 마음은 참담했다. 현수막을 내건 정당들은 도리어 '현수막 철거로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제주도지사 등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3일 오전에는 4.3 당시 도민학살을 주도한 단체를 추종하는 '서북청년단' 명의로 행사장 진입로에서 집회신고가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북청년단 회원들은 유족청년회원 등의 반발로 타고 온 승합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한 채 되돌아갔다. 유족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서북청년단 재건과 이름을 오르내리냐"며 절규했다. 서북청년단은 앞서 말했듯이 평안도 지역 친일 개신교 집단들이 결성한 악명 높은 반공단체로 4.3 사건 당시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던 집단이었다.

거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4.3 사건 추모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전직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했건만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추념사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제주를 세계인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관광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족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창범 제주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추념식은 왜 이리 썰렁하기만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온이 낮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춥다"면서 "윤 대통령이 참석해 4.3을 온몸으로 겪은 체험 세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셨다면 얼마나 마음의 위로가 됐겠냐"고 지적했다.

김 유족회장은 "진실 왜곡의 망언과 현수막 게첨은 역사 퇴행의 단면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제주도민과 13만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다"라며 "하지만 굴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성주 제주 4.3 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윤 대통령이 야구장에서 깜짝 시구를 할 시간은 있지만 추념식에 참석해 13만 유가족의 마음을 달랠 시간은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와 국회에 가족관계 특례조항 마련, 4.3 기록물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트라우마센터 설치, 조속한 직권 재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추념식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열렸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불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으로 지난 해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가 작년 추념사를 재탕했다는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올라왔다. 2022년에 윤 대통령은 추념사로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도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이런 극우 집단의 망동의 진원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여권이 악의적인 역사왜곡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해임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징계, 극우단체 처벌 등을 촉구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오후 논평을 내고 "제주 4.3항쟁 75주기를 맞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겨 계신 유가족과 제주도민께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4.3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제주도 곳곳에 '4.3은 공산폭동'이라는 극우단체의 현수막이 걸리는가 하면, 서북청년단을 계승했다는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가 오늘 평화공원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소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말로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극우단체들의 망동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정부 여당에 유가족들은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명예를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극우단체의 망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4.3은 폭동'이라던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4.3은 김일성 지시'라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거론하며 "4.3폄훼의 진원지가 바로 정부여당"이라고 일갈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면, 4.3에 대한 악의적인 역사왜곡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부는 김광동 위원장을 해임하고, 극우단체들의 4.3 폄훼와 망동을 강력하게 처벌하시라. 국민의힘도 태영호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다른 논평에서 전광훈 목사, 10.29 이태원 참사 폄훼 유튜버 등이 활개 치는 상황도 우려하며 "정부여당은 극우와 결별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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