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선공약 파기' 그냥 넘길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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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공항 건설,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 등 차질 가시화…대통령 사과 받아내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3.04.09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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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서산공항 예타 통과가 무산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충남지역 대선공약 파기 1호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더 큰 문제는 서산공항 예타 통과가 무산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충남지역 대선공약 파기 1호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딱 한 가지 고맙게 느끼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며 원안 추진을 고수한 사실 말이다. 당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나름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세종시 원안을 지켜내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목숨 건 단식 농성을 했던 양승조 당시 국회의원(전 충남지사)과 도지사직을 던진 고(故) 이완구 국무총리까지 정당을 초월해 충청권이 이처럼 하나가 됐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공식화하며 원안 추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물론 충청인의 입장에서는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형국이었지만 역대 대통령 중 충청인을 상대로 한 대선공약을 뒤집은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세종시 수정안 막은 박근혜…이명박, 충청인과의 대선공약 공식 사과 첫 사례

물론 박 전 대통령 역시 ‘세종시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지에 대해 끝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세종시 원안 사수에 큰 힘이 됐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하며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무산됐지만, 충청 정치사에 있어 반드시 기억돼야 할 순간 아닌가 싶다.

뜬금없이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를 언급한 이유는 대선공약 파기라는 점에서 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서산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무산될 거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지역의 주요 인사들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기정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맞물려 서산공항 예타 통과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완섭 시장은 급히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올라가 서산공항 예타 통과를 비롯한 지역 6대 과제 해결을 촉구하고 돌아왔고, 집안 싸움에 한창인 서산시의회(의장 김맹호) 역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국회의원(서산‧태안)을 만나 결의문을 전달하는 등 지역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산지역 곳곳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의 책임을 묻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되겠지” 하며 기대감 속에 지켜보고 있던 지역사회에서는 그 충격과 허탈감을 측량조차 하기 힘든 분위기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은 “다른 지역은 훨씬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5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서산공항은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건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전국의 수많은 공항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왜 유독 서산공항만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아해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서산공항 예타 통과는 대선공약 파기 1호 가능성…윤석열 대통령 사과해야

더 큰 문제는 서산공항 예타 통과가 무산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충남지역 대선공약 파기 1호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선공약 파기는 전국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공약이 이처럼 헌신짝처럼 여겨져도 되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왜 하필 공약 파기의 첫 번째가 사례가 서산공항이어야 하는지 또한 의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과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물론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까지, 무엇 하나 시원하게 추진되고 있는 대선공약이 보기 드물 정도다.

만에 하나 서산공항 예타 통과가 무산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그냥 넘어가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만에 하나 서산공항 예타 통과가 무산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그냥 넘어가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그렇다면 우리 충청인은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 답은 분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에 대해 침묵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우습게 보이기 십상이다. 우리의 분노는 정당하고 명분도 충분하다. 이런 일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리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충청인이 분노하는데 이를 참으라고 하는 세력이 있어서도 안 된다.

둘째, 아직 대안을 내놓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현재 큰 흐름은 사업비를 500억 원으로 낮추자는 것인데 자칫 간판만 있는 서산공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 특히 대선공약을 이행해야 할 주체가 분명히 있는 만큼 충남도나 서산시 차원의 대책보다는 정부가 먼저 나서도록 압박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여기에도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셋째, 만에 하나 예타 통과가 무산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야만 똑같은 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대선공약 무용론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책임이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선공약에 있어 큰 약속과 작은 약속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서산공항 예타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 파기의 첫 사례가 서산공항으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 이럴 때 분노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깔보이기 마련이다. 정부여당은 2010년 지방선거 참패의 교훈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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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 2023-04-09 20:41:35
금번 서산공항의 예타통과 실패 시, 대통령 대선공약파기 1호 라는 점을 분명히 명문화 해야 합니다. 시의회, 도의회 차원의 공약파기 규탄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방안도 괜찮구요. 충청도민은 핫바지가 아닙니다. 언제까지 영호남 지역 수조원 예산이 쏟아부어지는 상황에서 겨우 500억 예산도 확보를 못하는 변방으로 남아야 하나요? 지금은 정치 이해관계를 따질 시기가 아닙니다. 당장 내지역 발전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당에 표를 줄 필요가 없습니다. 분노가 차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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