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인사이드] 대통령이 유치? 넷플릭스 투자 진실은
[컬쳐 인사이드] 대통령이 유치? 넷플릭스 투자 진실은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3.04.26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실은 간단하다. 넷플릭스는 계속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나 대통령 수반이 그들의 마케팅에 활용당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진실은 간단하다. 넷플릭스는 계속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나 대통령 수반이 그들의 마케팅에 활용당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진실은 간단하다. 넷플릭스는 계속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통령 수반이 그들의 마케팅에 활용당했다고 봐야 한다. 정작 여론을 챙겨야 하는 점에서 국내 업계는 냉랭한 상황이 되었다. 왜 이런 기묘한 상황이 되었으며,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6일 2023년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열고 국내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주제는 'OTT 등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와 대응'이었다. 국내 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과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 제작비는 상승하고 적자는 쌓여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적자 규모를 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데이터를 볼 때, 티빙은 2022년 119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762억 원이었는데, 2배 가까이 늘었다. 웨이브도 지난해 121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서, 또한 2021년 558억 원의 적자와 비교하면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248억 원의 적자를 낸 왓챠는 2021년 적자를 이어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매각설까지 나왔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비등했다.

이날 업계 주요 인사들은 OTT 투자받기 어려운 상황이고, OTT 시장은 경쟁적 상황과 플랫폼 시장 경쟁구조가 치열해서 민간 자본 투자가 어렵다며 플랫폼 사업자나 콘텐츠에 대한 투자에서 정부에서 지원 사업화할 수 있는 신규 사업 마련을 요청했다. 아울러 콘텐츠 분야에서는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적 지원이 적은 점이 개선되어야 하고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 등을 요구했다.

그간 토종 OTT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중소 제작사, 신인 작가 등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들과 해외에 진출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각고의 노력을 위해 뭉쳐서 대응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글로벌 OTT와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점을 말해주고 있다.

얼마가 지난 뒤인 4월 25일,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첫 성과로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를 발표했다. 25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3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 여기에 영부인의 기여를 강조했다. 이런 내용은 각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넷플릭스의 서랜도스 대표는 "이 금액은 저희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이르는 액수”라고 했다.

3조 원이 넘는 돈이니 매우 파격적인 투자액이라서 대단한 성과로 보인다. 상전벽해, 미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제작에 투자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제는 투자 유치가 콘텐츠 산업에도 미치고 있으니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 기간을 보면 진실이 드러난다. 서랜도스 대표는 "앞으로 4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그리고 리얼리티쇼의 창작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1~2년이 아니라 4년간이라는 대목은 넷플릭스의 전략을 알 수 있게 한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1조 원에 가까운 투자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혀 왔고, 갈수록 투자 액수를 증가시켜왔다. 즉, 대통령이 방문했기 때문에 투자액을 늘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컨대, 4년간 3조3000억 원의 투자는 유치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의 해소 등으로 넷플릭스가 세계적으로 가입자나 수익 면에서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갑자기 제작 투자액을 한국 대통령 방문 때문에 늘릴 수 없다. 아무리 흥행에 성공한 사례라도 수익 배분도 철저하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계약하는 넷플릭스가 10원 한 장 손해 보는 일을 하거나 사전 계획에 없는 지출을 할 리 없다.

난조를 겪는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은 오히려 넷플릭스가 대통령을 이용한 셈이다. 자신들의 한국 투자 전략을 알리면서 다른 국가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손을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다. 지금 구도나 역학은 넷플릭스를 자신의 치적을 위해 이용하다가 결국 글로벌 OTT에 활용당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OTT 업계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국내 OTT들은 자신들의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호소는 정부가 외면한 듯 싶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력한 글로벌 OTT만 추켜세우는 정책 행위로 보인다. 그것도 따로 한국을 위해 선심을 쓴 것도 아닌데 오히려 활용당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영부인이 나서지 않아도 넷플릭스는 한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드라마 ‘더 글로리’와 ‘피지컬 100’에 이어 영화 ‘길복순’, 드라마 ‘퀸메이커’도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오히려 한국에 매달려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벌게 해주고 있다. 이런 지적은 편해 보이지만, 제작 인력들의 뼈를 깎는 노고의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인센티브에도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넷플릭스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열악한 제작진들에게 대통령과 영부인은 얼마나 관심을 평소에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오늘도 불철주야 뛰고 있는 현장의 인력들을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그것이 공공 정책가들의 수장이자 국정 수반이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정해진 투자액에 숟가락 얹기에 불과하다.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 팝 가수들을 데려다가 공연을 하며 생색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넷플릭스가 아니라 제작 인력, 그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 정부는 그들의 노동 시간을 늘린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 구조에 주목하지 않고 치적을 위해 프레임을 오도할 때 또다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