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우선 닭부터…꿩도 반드시
[노트북을 열며] 우선 닭부터…꿩도 반드시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 포기 해석은 무리…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를 호기로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3.04.30 16: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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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용산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육군사관학교와 함께 국방 관련 5개 기관의 충남 이전·신설 필요성을 전달하고 온 김태흠 지사는 “국방미래기술센터(센터) 논산 신설 확답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지난 24일 서울 용산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육군사관학교와 함께 국방 관련 5개 기관의 충남 이전·신설 필요성을 전달하고 온 김태흠 지사는 “국방미래기술센터(센터) 논산 신설 확답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만은 못하지만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를 뜻한다. 일종의 대체재란 얘기다.

그러나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즉, 눈앞에 바로 취할 수 있는 닭이 있는데도 그걸 내팽개치고 당장 잡기 힘든 꿩만 쫓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우선 닭부터 잡고, 나중에 좋은 기회를 봐서 꿩까지 잡는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아니겠는가?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27일 공주 고마아트센터에서 가진 김태흠 충남지사의 도정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대해 “꿩 대신 닭?”이라고 제목을 뽑은 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영 마음에 걸려서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육군사관학교와 함께 국방 관련 5개 기관의 충남 이전·신설 필요성을 전달하고 온 김 지사는 “국방미래기술센터(센터) 논산 신설 확답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육군사관학교 대신 국방미래기술센터 유치?…무리한 해석

센터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산하 연구기관으로, 논산지역 39만6000㎡ 부지에 3000억 원을 투입, 2030년까지 들어설 전망이다.

주요 기능은 ▲인공지능 무인체계 운용·실험 ▲로봇체계 시험 ▲군용전지 특수성능 평가·연구·시험 ▲국방 극한물성 연구 등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미래 군 전력 향상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국방AI센터나 방위사업교육원 등 나머지 기관의 경우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과 맞물려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육사 이전 문제는 성우회 등 관련 단체의 반발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추진이 쉽지 않은 문제”라며 “도민과 논산시민의 의견을 들으며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나가면서, 우선적으로 우리가 먼저 취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취하면서 투트랙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몇몇 언론은 마치 충남도가 육사(꿩) 논산 이전을 포기한 대신 센터(닭) 유치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뉘앙스로 보도하면서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상태다.

4박 6일 미국 출장 이후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내외 일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인지 김 지사는 이날따라 피로가 누적돼 보였고, 육사 이전에 대해 평소와 달리 강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은 측면은 있었지만 이를 포기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지금까지 김 지사는 “육사 이전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 지사가 “중장기적인 시각”을 언급한 것은 그동안의 스탠스와 크게 달라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센터 설립은 육사 논산 이전을 위한 또 다른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충남도가 강조해온 3군 본부와 국방대학교, 육군훈련소 등 ‘대한민국 국방수도’ 논산·계룡이 가진 군 관련 인프라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김태흠 지사 “중장기적 시각”은 달라진 게 아냐…육사 이전 명분 강화

인공지능 무인체계 운용·실험 등 센터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할 때 국방 관련 업체들이 추가로 입주할 경우 그에 따른 파급효과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육사가 꿩일지, 센터가 꿩일지 나중에 가 봐야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육사 이전 논의가 중단될 리 만무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육사 유치전에는 이미 충남을 비롯해 경기, 경북, 강원, 전북, 전남지역 시·군들이 대거 나선 상태다.

만에 하나 국방부가 육사의 대체제로 충남에 센터를 조성해주겠다고 했다 하더라도 타 지자체가 이런 요구를 중단할 리 만무하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 등 전국적인 선거가 있을 때마다 육사 이전 문제는 주요 정당의 핵심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센터 유치를 육사 논산 이전을 위한 호기로 삼아야 할 이유다. 그 과정에서 김 지사와 충남도,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이다. 

흔히들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게 충청인의 대표 기질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안은 명분과 실리를 구분해서 볼 일이 아니다.

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실리를 챙기는 길인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육사 이전이라는 명분까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 혹여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면 김 지사 또는 충남도 정무라인 쪽에서 분명하게 입장 정리를 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 

신의를 중시하는 충청인이 자칫 약속 포기로 인식할 경우 민선8기 남은 도정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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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ㆍ 2023-05-17 18:06:35
경제 활성화측면이면 육사가 닭일거 같은대 인원이 몇이나 된다고. 나참

육군사관학교 2023-04-30 19:48:30
단기적으로 국방관련 기관이 한데 어우러지면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할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구요, 중장기적으로 계획하더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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