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진정한 사회보장은 저소득층 변화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진정한 사회보장은 저소득층 변화
엘시스테마는 세계 문화복지 확충에 기여…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문학
  • 김세원 대전과기대 교수
  • 승인 2023.05.0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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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홀바인의 대사들(1533). 그림 속의 두 사람은 프랑스인들이다. 영국 왕 헨리 8세가 로마카톨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방국가 땅을 밟았다. 왕이라 할지라도 교황의 허락 없이는 이혼을 할 수 없었던 시절, 헨리 8세는 왕비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로마카톨릭과 결별했다. 그림을 통해 두 사람의 나이, 로마교황청과의 결별, 신교와 구교의 화해, 인생은 헛되고 헛되니 신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읽혀진다. 인문학적 지식이 없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김세원 교수 제공)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1533). 그림 속의 두 사람은 프랑스인들이다. 영국 왕 헨리 8세가 로마카톨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방국가 땅을 밟았다. 왕이라 할지라도 교황의 허락 없이는 이혼을 할 수 없었던 시절, 헨리 8세는 왕비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로마카톨릭과 결별했다. 그림을 통해 두 사람의 나이, 로마교황청과의 결별, 신교와 구교의 화해, 인생은 헛되고 헛되니 신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읽혀진다. 인문학적 지식이 없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김세원 교수 제공)

[굿모닝충청=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가난한 이들은 마치 포위망 속에 갇힌 물소 떼들과도 같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여유 없이 즉각 적으로 대응하고 맙니다. 공황 상태에서는 단순한 대응만이 가능할 뿐이지요. 포위망 안에서는 폭력이 난무하게 되는데, 그것이 외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하게 됩니다.”

사회비평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얼 쇼리스(1936-2012)가 미국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여성 재소자에게 “왜 범죄를 저지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악순환을 끊고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매진했던 그에게 일대 각성을 준 문답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먹을거리와 잠자리도 필요하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와 자존심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고,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야말로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클레멘테 인문학 코스다. 쇼리스는 1995년 뉴욕 남부동에 노숙인, 마약중독자, 재소자,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했다. 그는 교육에서 소외된 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일반 대학 교육 수준으로 철학, 문학, 예술 등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연히 주위에서는 격려보다는 우려와 비난, 헛된 일에 정력과 돈·시간을 낭비한다는 질책과 비아냥도 뒤따랐다. 그러나 성과는 놀라웠다. 클레멘트 첫 학급에서 치과 의사, 간호사, 패션디자이너 등이 배출됐다. 클레멘트 코스를 거친 사람들 중 55% 이상이 사회복귀에 성공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인문학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한국에서도 2005년 클레멘트 코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성프란시스 대학’이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을 통해 청소년을 삶을 변화시킨 프로그램은 1975년에도 있었다. 바로 엘 시스테마(El Sistema)다. 영어의 시스템(system)과 뜻이 같은 스페인어지만, 이제는 베네수엘라의 공공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음악가이면서 경제학자, 교육자, 정치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의 제안으로 탄생됐다.

마약과 범죄에 찌든 베네수엘라 청소년들의 인성을 바꾼 클래식 음악교육 프로그램은 도시 빈민이나 농가 출신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클래식을 가르쳐 사회를 변화시킨 교육혁명이기도 하다. 시스테마에서는 악기를 잡을 수 있고 희망하는 아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악기를 지급한다. 연주하겠다는 아이들의 약속만 있으면 수업료, 외출비, 음악, 그리고 사회적인 지지가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공급된다. 레슨은 그룹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아이들의 실력은 눈부시게 향상된다고 한다. 격려, 애정, 상호원조, 그리고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 음악에 대한 즐거움이 가득 찬 분위기가 놀라운 성취를 이루는 키포인트다. 폭력과 마약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쥐어 주자 거짓말처럼 사람이 변화되고 감성적이며 능력 있는 연주자로 탈바꿈하는 것을 볼 때 누군들 감동과 환희를 느끼지 않겠는가?.

엘 시스테마의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예능교육을 통해 인성을 바로잡고 건강한 직업인으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체득하고 향유시키는 문화복지가 주목받았다. 대전 중구에서도 극단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장 진입형 자활사업으로 지정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시행해 재범률을 낮추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도소 내 대학인 바드칼리지(BPI)의 정책 및 학술 국장이며, 법과 인문학 담당 교수인 대니얼 카포위츠(Daniel Karpowitz)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교도소 내 대학 설립을 육성하는 조직인 교도소 자유교양학협력단 공동 창립자이며, 교도소에서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미국의 수용자는 230만 여 명으로, 전 세계 수용자의 4분위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년의 미국 흑인 3명 중 1명은 교도소 수용 이력이 있고, 모든 교도소는 포화 상태라 한다.

공부할 기회 없던 수용자들에게 대학 교육을 시켜 재범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발한 교도소 대학을 거친 수용자들의 재범률은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미국 수용자들의 재범률은 40%에 달하는데, 바드칼리지에서 15년간 행했던 대학교육을 받고 재범을 일으킨 사람은 4%였다.

쉴 곳과 먹을 것 못지않게 소외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힘이다. 인문학적 성찰은 가난한 모든 이들이 사유하게 하고,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식하게 하며, 치유의 힘을 갖게 한다.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엘시스테마나 클레멘트 코스, 바드 교도소 대학의 공통점은 인문학을 통해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자, 복지에 대한 전복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인간다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밝혀야 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과제다.

Sainsbury는 빈곤 구제, 욕구 충족, 소득 유지와 대체, 재정적 자원의 재분배, 보상 등을 고전적인 사회보장이라 했다. 또 고용 확대와 저소득층의 행동 변화를 새로운 사회보장이라고 주장했다.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변화와 자립, 자유와 안정, 그리고 치유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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