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인사이드] 청와대와 주변이 살아나려면
[컬쳐 인사이드] 청와대와 주변이 살아나려면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1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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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주변 지역이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살아있는 권력이 청와대 안에 있어야 한다. 단지 간혹 벌어지는 행사만이 아니라 거주 공간일 때 더욱 의미가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청와대와 주변 지역이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살아있는 권력이 청와대 안에 있어야 한다. 단지 간혹 벌어지는 행사만이 아니라 거주 공간일 때 더욱 의미가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10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을 내렸다. 두 마을이 한국의 대표적 역사 마을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는 전통적 주거문화 전승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이 계속 살고 문화를 이어 가고 있는 점을 가치 있게 본 것이다. 즉, 마을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으면서 생활과 신앙에 관계된 무형유산이 세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청와대 개방의 결과는 예상대로 흘러왔다. 개방 초기 두어 달은 많은 국민이 몰려 한때 5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5월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오히려 개방 전보다 30%가량 줄어든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주변 상인들은 처음에는 반색했었지만, 지금은 바뀐 다른 처지를 호소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다. 어쩌면 앞에서 예로 든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의 가치 평가에 견주어 보면 짐작할 수가 있다.

특정 공간에서 정주성은 매우 중요하다. 청와대를 포함해서 경복궁과 서촌 일대 나아가 광화문 자체가 큰 가치를 가졌던 것은 살아있는 권력 대통령의 집무 공간은 물론이고 숙박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경복궁만으로는 생명력 있는 가치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매력을 갖지 못한다. 과거의 권력 공간과 현재의 권력 공간이 같이 있으므로 그 가치가 남달랐다. 연속성과 확장성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변은 많은 외국인도 방문하는 대표성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경복궁 수문장에 관해서조차 외국인 관광객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그들이 정말 병사들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아니지만, 대다수 외국인은 실제 군인이라고 생각할수록 더욱 매력에 빠지게 된다.

처음에 공개했을 때는 일종의 ‘개업빨’이 작용할 수 있었다. 어디나 웬만하면 새롭게 문을 연 공간이 주목 받기 마련이다. 더구나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청와대라면 쇄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 공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무엇보다 이미 살아있는 권력이 없는 공간은 아우라가 없다. 드라마 세트장도 드라마 끝나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을 때 팬들도 그 공간에 가고 싶을 뿐이다.

더구나 그 드라마가 매우 인기를 끌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가 재미있고 팬이 되지 않고는 멀리 가볼 여력은 나지 않는다.

아무리 한옥이 많아도 북촌에도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으므로 더욱더 각별한 의미를 지녀 방문 욕구를 자극한다. 가까운 예로 벽화 마을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구나 마을 사람들이 있을 때 그 공간은 더욱 잘 관리가 되고 개성 넘치는 공간이 된다. 즉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

다음에 와도 매번 같지 않다. 주인이 떠난 공간은 바로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더구나 세계적인 트렌드는 직접 정주(定住) 공간에 방문하는 것이다. 단기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이나 단지는 한번 방문 후 재방문 의사를 가질 수가 없다. 물론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방문 욕구와 비례하여 소음과 쓰레기 양산으로 피해를 볼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오버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이 주목받은 게 괜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버투어리즘의 근원도 살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변 상인들의 문제를 보자. 청와대를 마음대로 관람할 수 없을 때는 그 주변에 사람들이 머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막상 공개하면 주변에 머물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만 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주변 상인들 처지에서는 청와대가 개방되지 않았을 때 더 경제 효과가 있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청와대와 주변 지역이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살아있는 권력이 청와대 안에 있어야 한다. 단지 간혹 벌어지는 행사만이 아니라 거주 공간일 때 더욱 의미가 있다. 공연이나 전시를 해도 살아있는 권력과 함께해야 더욱 방문 가치를 지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편의 시설과 교통이 원활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당연히 그 살아있는 권력은 국민에게 인기가 있다면 더욱 그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들 것이다. 결국, 청와대라는 공간의 가치는 그 공간 자체로 갖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때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었고, 그 주변에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먹고사는 문제를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그것이 단기간에 무가치해지고 주민 생계에 타격을 준다면 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도 재현되어서도 곤란한 케이스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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