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2] 우리, 버드나무처럼…공주시 유구읍 신달리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2] 우리, 버드나무처럼…공주시 유구읍 신달리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5.1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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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연둣빛 새잎 그득한 버드나무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듯 일렁인다.

촘촘한 가지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에 봄 내음이 묻어나는 듯하다.

공주시 유구읍 신달리 ‘한마음 쉼터’ 옆을 지키고 선 402년 수령의 버드나무에도 어느새 봄이 찾아왔다.

부지런히 틔워낸 새잎을 매단 채 낭창낭창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보고 있자니 새삼 그 유연함에 감탄이 인다.

한때 소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적이 있다.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꼿꼿함을 잃지 않고,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뽐내는 소나무의 기백이 닮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버드나무의 유연함이 지금의 내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여갈수록 내가 가진 아집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집은 때때로 독선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연함으로 세상을 품는 버드나무가 떠올랐다.

버드나무는 식물의 특징인 향일성(向日性)을 벗어 던지고 가지를 늘어뜨리며 자란다.

땅을 향해 뻗은 가지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데 마치 바람에 몸을 맡긴 듯 자유롭다.

그리고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맞바람이 휘몰아친다 해도 가지끼리 엉키는 법이 없다.

태풍이 불면 혼이 쏙 빠질 만큼 흔들리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 데다 바람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을 찾는 게 버드나무다.

이를 보면서 나는 버드나무의 유연함이 버드나무를 다른 나무와 분명하게 구분 짓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나이만큼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경력만큼 능력을 키워야 하고, 내가 서 있는 위치만큼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등바등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은 늘 긴장 상태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나이와 경력과 위치가 더해질수록 힘을 빼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수한 성적을 내는 운동선수에게 승리의 비결을 물었을 때 “힘”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몸이 가벼웠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태권도나 유도. 복싱 등 힘을 있어야 하는 선수들도 매 순간 몸에 힘을 주지 않는다.

경기 내내 몸에 힘을 주고 있으면 경기가 끝나기 전에 모든 에너지를 다 써서, 실제 힘을 써야 할 순간 힘을 내지 못해 실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은 필요한 순간, 그 찰나에 사용해야 힘이 된다.

버드나무는 이러한 힘의 법칙을 잘 아는 나무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힘을 살짝 풀고, 바람이 그치면 온 힘 다해 몸을 키운다.

그런 버드나무처럼 우리도 조금은 유연하게 살아보면 어떨까? 힘들게 살지 말고, 힘을 좀 빼고, 유하게...

공주시 유구읍 신달리 556 버드나무 402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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