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4] 어부의 자서전…태안군 고남면 누동리 팽나무 3그루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4] 어부의 자서전…태안군 고남면 누동리 팽나무 3그루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5.22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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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뱃머리에 서면 두려웠다

생(生)과 사(死) 그 어디쯤이

바다라는 걸,

칠흑 같은 밤

대왕고래를 닮은 검푸른 파도 앞에서

깨달았다

빛 좋은 양지에 앉아

그물을 손질하며 나눴던 이야기가

멸치 떼처럼 튀어 오르고

가슴팍에 넣어둔 가족사진이

집어등 불빛에

바다 위에 펼쳐진다

철썩, 처얼썩-

배를 뒤흔드는 파도에

마당 한 켠 채반에 말려놓은 참조기처럼

꾸덕하게 말라가는 입술

 

만선을 꿈꾸며 내렸던 그물에

이승과 저승,

생과 사를 오가는 숭어가 펄떡이고

얼룩무늬 뒤집어쓴 놀래미가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짠 공기를 휘젓는다.

만선이오!

만선이오!

어스름 밝아오는 동녘

설렘을 안고 뱃머리에 섰다

삶과 꿈이 닿아있는

뭍으로 가는 길,

머리카락에 스민

검푸른 바다의 짠 내가

삶의 증거다

태안군 고남면 누동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 팽나무 3그루가 서로를 껴안듯 자라고 있다.

400년 넘는 긴 세월 바다를 내려다보며 살아온 팽나무의 모습이 마치 뱃머리에 선 어부 같다.

바다에 맞서 함께 생을 낚는 어부...짠 바닷물을 견디는 팽나무에서 어부의 옷깃에 밴 바다 냄새가 나는 듯하다.

태안군 고남면 누동리 1543 팽나무 3그루 407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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