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재고등학교 개교의 제동을 지켜보며
[기고] 단재고등학교 개교의 제동을 지켜보며
윤병훈 신부, ‘놀체인 양업 사회적기업’ 대표·전 청주양업고 초대교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5.23 15: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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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훈 신부, ‘놀체인 양업 사회적기업’ 대표·전 청주양업고 초대교장. 사진=윤병훈/ㄳ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윤병훈 신부] 1995년 학교 밖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공교육은 사회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학교를 뛰쳐나간 학생들이 십만을 훨씬 넘고 있었다. 교육 현장은 넘쳐나는 학교 밖 학생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들을 문제아, 중도 탈락, 퇴학생이라 이름했고 적절한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공교육은 붕괴되어 갔다. 1997년 IMF 상황에서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했다. 진정한 자유를 체험한 유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외적 통제식 교육 방법을 거부했다.

학교 붕괴 문제가 심각함을 파악한 정부는 대안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국민의 공감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 1998년 양업고를 포함한 다섯 개의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대안학교의 출발이 석연치 않았다. 문제는 공교육이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으로 학생들을 질식하게 만드는 데 있었지만, 정부는 정작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그저 몇 개의 대안학교를 만들어 사회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수용 개념의 대안학교를 세운 것이다. ‘대안학교’라는 명칭이 우리들의 뇌리 속에 부정적 학교로 오랫동안 낙인찍히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8년 대안학교들이 처음 설립된 지 어언 사반세기가 흘렀다. 제 1세대 대안교육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찾아가게 하려는 뚜렷한 교육적 목적이 있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들만의 교육철학과 이론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사랑으로 녹여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언제나 함께 하려 했으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학부모 교육을 매달 실시하며 대안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갔다.

나는 대안교육을 하며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했다. 학생들에게 먼저 놀이를 가르쳤고, 외적 통제가 아닌 내적 통제 능력인 자유를 통해 진정한 교육적 의미를 찾고자 했다. 이로써 학생들은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키웠다. 학원비를 모은 비용으로 동서남북, 위에서 아래로 들로 산으로 우리만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현장으로 돌아다녔다. 높은 산을 오르고 국내에서 동기가 부여되면 국외를 체험했고 높은 꿈을 꾸는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올랐다. 학교와 학원이 지니는 폐쇄적 공간에서 지붕을 열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며 한계를 뛰어넘었다. 대학을 진학하라는 말 대신에 ‘대학은 네가 가고 싶을 때 언제고 가도 늦지 않다’고 말해 주었다. 놀이를 하는 동안 이해력이 높아졌으며 관련 지식이 습득되었다. 숱한 체험은 경험으로 쌓여 응용력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갖도록 했다. 인성을 아름답게 가꾸는 가치들을 실현하자 자동으로 학업성취도도 따라서 높아졌다.

단재고등학교의 개교를 1년 앞두고 충북교육감은 교육과정 문제를 이유로 개교에 제동을 걸었다. 일반고등학교에 비해 입시에서 불이익이 있어 손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단재고가 교육과정상 일반고등학교와 비교해 입시에서 유리하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양업고등학교를 통해서 충분히 경험했다. 단재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미래교육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교육과정이다. 교육철학과 방법론의 밑그림을 그리고 정밀하게 다듬어 여러 차례 심의를 거쳐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교육과정이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일 뿐임을 대안교육 실천가의 한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분명하게 밝혀두고 싶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 만들기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발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며 새로운 학교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교사들의 사기와 열정을 자신들의 기준과 잣대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 왜곡되어 잘못 운영되는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운영을 살펴 이를 바로잡을 일이다.

어설픈 예단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왜곡하지 말라.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과정이라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기 전 그 교육과정의 방향과 부닥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으로 족하다. 선택과 결정은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학생이 할 것이다. 잘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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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2023-05-23 19: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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