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범벅되도 즐겁다"… 계룡산 고왕암 견진스님 이야기
"새똥 범벅되도 즐겁다"… 계룡산 고왕암 견진스님 이야기
견진스님 "만물은 불성이 있다. 모든 생명체에 자비 함께 하길"
동체대비(同體大悲), 산새와 도반되어 자연을 설파…산문시집도 발간
  • 전철세 기자
  • 승인 2023.05.26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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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스님이 고왕암 유래를 설명하며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다.(자료사진=전철세 기자)
견진스님이 고왕암 유래를 설명하며 잠시 명상에 잠겨 있다. (굿모닝충청=전철세 기자)

[굿모닝충청 전철세 기자] 만물은 불성이 있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게도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계룡산 고왕암에 거처하면서 철이 되면 찾아오는 나비, 산새들과 어울리며 자연과 교감을 통해 깨우침을 구하는 견진 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굿모닝충청>과 인터뷰에서 밝힌 법어(法語).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도 소개되면서 산새 친구로 더 알려진 견진스님은 최근에는 ’, ‘나비’, ‘산새’, ‘자연, 곤충·문화·사찰’, ‘깨우침5개 주제로 구성한 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 라는 제목의 산문시집을 내면서 세상을 향해 자연을 설파하며 끊임없이 불법을 전하고 있다.

계룡산 신원사 벽암 대종사를 은사로 모시고 출가한 견진스님은 중앙승가대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복지학과를 수료하고,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에서 연수국장·교육국장, 한국문화연수원 템플스테이 사무국장, 15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자연속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수행자로 살아가고 있다.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 견진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와 깨달음의 길을 물었다.

견진스님 인터뷰 모습(자료사진=전철세 기자)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 견진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와 깨달음의 길을 물었다.

[다음은 견진스님과의 일문일답]

- 스님께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모든 만물이 다 불성이 있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게도 포교가 필요하다.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하길 기원한다는 말씀을 내려주셨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주신다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의미는 무명과 번뇌에 얽매여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해 마음의 평화를 열어주시고, 이 세상에 자비광명의 등불을 밝히기 위함이다.

나무 하나 돌 하나도 소중히 여기고 모든 생명체의 존귀함을 알리는 것이 부처님 뜻이고, 이 세상 모든 생명체를 대하는 예의라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산에 살면서 온갖 나비들의 사진을 찍고 새들의 습성까지 연구해 최근 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는 산문시집을 발간했다. 관보현행법경(觀普賢行法經)에는 모든 사람을 부처님이라 여기고, 모든 중생을 부모라 얘기하라는 구절이 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모든 생명체에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 한다는 말이다."

신원사에서 고왕암 오르는 길(자료사진=전철세 기자)
신원사에서 고왕암 오르는 길.

- 고왕암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 중 하나인 신원사의 부속 암자다. 660(백제의자왕 20)에 의자왕의 명으로 등운스님이 창건했다. 공주읍지에 따르면 의자왕이 이 암자를 창건하도록 명했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당나라 소정방과 신라 김유신이 백제를 침공하였을 때, 백제의 왕자 융()이 이곳에 피난했다가 붙잡혔기 때문이다. 암자 이름을 고왕(古王)이라 한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창건 이후부터 조선초까지의 연혁은 전해지지 않는다. 1419년 세종때 서함(西函)이 중건하고 1928년에 청운(淸雲)이 다시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연유로 고왕암에서는 매년 10월 셋째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백제를 건국한 온조왕부터 마지막 의장왕까지 31명의 역대 왕들의 넋을 위로하는 백제 31대왕 추모문화대제를 봉행한다.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고왕암 약사여래불(자료사진=전철세 기자)
고왕암 약사여래불.

고왕암에는 숨은 보배와 보물들이 있다는데.

"고왕암 사방에는 수호신이 있다. 동쪽에는 베롱나무, 서쪽에 모과나무, 남쪽에 느티나무, 북쪽에 왕송이다. 베롱나무는 목백일홍이라 붉은 기운을 내려주고, 모과열매는 황금이라 재산을 늘려주며,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이라 천수로 씨앗을 뿌려 천마리 되새를 부른다.

눈 내린 어느 겨울이었는데 어찌된일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천여마리의 새가 백왕전에서 해우소까지 새까맣게 찾아와 무언가를 찾아 먹고 있었는데 바로 느티나무 씨앗이었다. 새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더니 스칸디나비아에서 날아온 철새로 이름은 되새라고 했다.

약사여래불 위에는 둘레가 185cm가 넘는 노송이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데 아직도 푸른 청춘과 젊음을 뽐낸다. 노송은 비가오면 약사여래불의 우산이 되어주고 해가 뜨면 약사부처님의 일산이 되어 신장처럼 도량을 지킨다.

이외에도 의자왕 아들인 융()이 피난와서 머물렀다는 융피굴과 원효대사가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원효굴, 바위로 이어진 통천문 등 옛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든 곳이다. 나무도 몇백년이 아니면 명함도 못내민다."

고왕암 부처님 앞에 산새가 찾아와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자료사진=견진스님 제공)
고왕암 부처님 앞에 산새가 찾아와 기도하고 있는 듯한 모습(자료사진=견진스님 제공)

고왕암 산새 친구, 견진스님이라는 별칭처럼 산새들과 도반되어 살아가다보니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1126)’라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걸로 아는데 산새를 통해 무엇을 깨우치는가?

"자연의 이치, 세상 섭리를 깨우친다. 산새들이 오월 짝짓기철에 자기 짝을 데리고 와 먹이를 주고 다시 찾아와 먹이를 들고 함께 날아가는 걸 보면, 산새들도 짝과 자기 후손들을 책임있게 키우고 노력하는 걸 보며 세상 섭리를 돌아본다

새들과의 인연은 어떤 거사가 절에서 백일기도를 하면서 땅콩을 새에게 밥으로 주는데 1미터 안으로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거사가 집으로 돌아간 후 곤줄박이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을 하고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십수년간 산새들이 문구멍으로 방안에 들어와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해마다 방에서 잠도 잔다. 온 방안이 새똥 범벅이 되어도 마냥 즐겁다. 산새들 재롱잔치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새와 함께 명상도 즐긴다.

산새들과의 약속은 믿음이다. 서로 해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방안을 거쳐 간 산새들은 곤줄박이, 동고비, 박새, 쇠박새, 딱새 등이다. 마당이나 손과 신발에 스쳐 간 새들은 직박구리 휘파람새 노랑할미새 큰유리새 되새 진박새 등이다. 팔색조는 계룡산이 맞이한 최고의 귀빈이다. 산새와 저는 아직도 신뢰를 쌓고 해마다 번갈아 가면서 함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긴다."

견진스님 손위로 산새가 내려와 앉아 날갯짓을 하며 스님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자료사진=견진스님 제공)
견진스님 손위로 산새가 내려와 앉아 날갯짓을 하며 스님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자료사진=견진스님 제공)

- 행자시절 차를 타지않고 홀로 걸으면서 108개 사찰을 찾아 수행했다는데, 스님의 화두가 궁금하다.

"나이 스무살에 출가했다. 당시에는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바르게 살 수 있는가' 그것이 화두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108개 사찰을 차 한번 타지않고 걸어다니며 도를 구하는 수행을 했다. 하루는 광덕 큰스님을 만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냐'고 질문하니 스님은 '사람답게 살려면 스님이 되라'고 하셨다. 이후 줄곧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를 화두 삼아 깨우침을 구하고 있다."

견진스님이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인 ‘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도서출판 흔들의자)’ 라는 산문시집에 사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전철세 기자)
견진스님이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인 ‘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도서출판 흔들의자)’ 라는 산문시집에 사인을 하고 있다.

- 최근 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도서출판 흔들의자)’ 라는 산문시집을 출간하셨는데, 독자들에게 시 한편 소개해주신다면?

"자연·곤충·문화·사찰을 소개한 시 가운데 있는 차와 문화를 추천하고 싶다.

다반사(茶飯事, 밥먹고 차마시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말함)란 말처럼, 차란 우리 문화에 없어서는 안될 전통이다. 다례가 차례로 변해 우리는 부처님께 다기에 차를 올리고 조상님께 차로 제사를 지낸다. 조주스님도 모든사람에게 끽다거(喫茶去, 조주스님에게 손님이 찾아와 불교에 대해 질문을 하면 차한잔 마시고 가라고 권했다는 데서 유래된 말)를 권했다.

차의 글자 속에 숫자가 108을 나타내지만 우리는 차를 마심으로 인해 속박된 번뇌를 씻어낸다. 석굴암의 문수보살도 찻잔을 바치고 본존불에게 차 공양을 올린다. 차나무는 신라의 대렴이 당나라에서 차 씨앗을 가져와 선덕여왕이 지리산에 차나무를 심으로 하였다니 천년의 차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차꽃은 순백색의 꽃망울 속에 금가루를 간직한 채 초의 선사의 차 문화가 꽃을 피우고 우리 가슴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는 것 같다.

다선일여(茶禪一如)라 했던가요? 차 문화속에는 보배같은 지혜광명이 우리 건강을 지켜준다. 동방예의지국의 차 문화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공자가 죽기 전에 한번 가보고 싶어 했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고왕암 견진스님(자료사진=전철세 기자)
고왕암 견진스님.

- 이밖에 전하고 싶은 말씀은?

"최근에 새로 지은 시 두편으로 대신한다.

선정과 지혜(견진종사 찬)// 마음이 평온해지면/ 흔들림이 없어지고/ 선정의 꽃송이/ 소리없이 피어난다// 화두를 삼켜서/ 머리를 짜내면/ 지혜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 춘원 이광수 시인의 육바라밀이 불교계를 강타했는데, 저도 육바라밀을 지었다.

견진스님의 육바라밀// 님 이라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그 마음 보시가 되고/ 님 이라면 예쁘게 보이고자 단정하는 그 마음 지계가 되고/ 님 이라면 칭찬이나 비방을 떠나는 마음 인욕이 되고/ 님 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 마음 정진이 되고/ 님 이라면 화 애(和 愛)하며 공순한 그 마음 선정이 되며/ 님 이라면 고통이나 기쁨을 함께하는 그 마음 지혜가 되느니라./ 님 덕분에 웃고/ 님 덕분에 사랑하고/ 님 덕분에 미안해하고/ 님 덕분에 고마워하고/ 님 덕분에 함께하여야/ 님 의 자비가 충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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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2023-05-28 23:09:03
온누리에 자비를.
멋진모습.
멋진동행.
하찮은 미물도 함께하는 자비의 정신.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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