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전우용 역사학자] 호흡기 내과 전문의에게 들은 말이다.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 열에 아홉은 “어떤 걸 많이 먹으면 되나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처음엔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음식은 없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묻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나중엔 “감자를 많이 드십시오.”라고 얘기하게 됐단다.
많이 먹어도 그나마 덜 유해한 음식이 감자이기 때문이라나? 사람들은 머리에 좋다는 이유로, 간에 좋다는 이유로, 콩팥에 좋다는 이유로, 특정 음식을 맛이 있든 없든 ‘약’처럼 먹는다.
특정 음식물에서 유효한 ‘약성분’을 얻으려면 하루 한 트럭 분량을 섭취해야 한다는 ‘과학적 설명’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음식은 때로 ‘독’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구제역에 걸린 소의 고기라도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아무리 명백해도, 이 병이 창궐하는 기간 중에는 쇠고기 소비가 확 줄어든다. 그래서 구제역 창궐은 축산농가들을 ‘재양적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한국 정부가 지지하고, 친여 ‘지식인’들이 적극 옹호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물에서 방사능을 분리제거하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처리수’라는 말을 쓰는 것도 희한한 일이지만, 바닷물에서 방사능이 ‘희석’되고 해류가 순환하니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람은 바닷물을 먹지 않는다. 바닷물은 일차적으로 바다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친여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방사능 물질은 바닷속에서 ‘희석’되고 해류를 따라 ‘순환’하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모든 바다 생명체가 해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설령 ‘대부분의 바다 생명체’가 방사능 물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부 바다 생명체’의 체내에는 방사능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물고기나 해조류 ‘일부’에 축적된 방사능 물질은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인간’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체내에 방사능이 축적된 물고기나 해조류를 분간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 수가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방사능 물질이 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음식’을 피하기 마련이다. “구제역에 걸린 소의 고기라도 익혀 먹으면 안전해요”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대다수 사람은 굳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음식’을 먹으려 들지 않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방사능에 오염될 물고기가 1억 마리 중에 1마리 나올까 말까 하다 해도, 사람들은 그 ‘1억분의 1’이라는 확률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1억 분의 1, 아니 10억 분의 1의 확률이라도, 재수없게 그 확률에 ‘걸린’ 사람은 인생 전체가 파괴되는 끔찍한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친여 지식인들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한국 어민과 수산업자 생계에는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때문에 발생할 한국 어민과 수산업자의 피해에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그저 “안전하니 믿으라”는 우격다짐 격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게 일본 정부가 할 주장이지, 어떻게 한국 정부가 할 말인가?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만약 우리나라 원전에 사고가 생겨 방사능 오염수를 동해나 남해에 방류한다면, 일본 정부는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 정부를 대신해서 ‘방사능 오염수라도 처리했으니 안전하다’고 일본 국민을 설득해 줄까? 세상에 다른 나라 정부를 위해 자기 국민을 설득하려 드는 정부는 없다.
설령 방사능 오염수도 바닷물에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명백하다고 해도, 일본 어민과 수산업자들은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해 자기들이 입을 피해, 또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이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자국민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일본 정부는 국제기구의 승인이나 ‘과학적 증거’와는 별도로 자국 어민과 수산업자가 입을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먼저 약속해야 방류를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을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말에 동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예정되어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그런가? 우리 어민과 수산업자들이 입을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했는데, 우리 세금으로 우리 어민과 수산업자들을 지원하거나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불안감을 억누르고 억지로 물고기와 수산물을 먹어줘야 하는가? 그게 ‘애국’이라면, 그 ‘애국’의 대상이 우리나라인가 일본인가?
우리 어민과 수산업자들의 ‘예상되는 피해’를 외면하고 우리 국민들을 윽박지르면서 ‘일본 좋은 일’만 하는 정부가, ‘우리 정부’일 리 없다.
문명화된 대한민국에서 미개한 조선의 선비정신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