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히키아게샤를 두둔하는 조선일보
[조하준의 직설] 히키아게샤를 두둔하는 조선일보
역사적 사실은 외면한 채 일본의 관점을 앵무새처럼 따라 읊어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28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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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에 나온 조선일보 이한수 문화부장의 사설. 역사적 사실은 외면한 채 일본인들의 시각에서만 바라본 전형적인 친일적인 사설이다.
지난 26일에 나온 조선일보 이한수 문화부장의 사설. 역사적 사실은 외면한 채 일본인들의 시각에서만 바라본 전형적인 친일적인 사설이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우리나라엔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 불리는 집들이 있다. ‘적산’이란 말의 뜻은 ‘적의 재산’ 혹은 ‘적들이 만든’이란 뜻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적산’이라 부르는 것들은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쓰고 남긴 주택이나 공장, 학교 등의 건축물들이 대부분이다. 즉, 적산가옥이란 해방 전 우리나라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집이라는 뜻이다.

해방이 된 후에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은 쫓기듯이 재산을 처분하고 본국으로 도주했다. 그나마 현금이나 채권, 패물 같은 동산(動産)들은 쉽게 처분할 수 있었지만 집이나 토지, 공장, 회사, 학교 등의 부동산(不動産)들은 쉽게 처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남겨두고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곧 적산가옥으로 남게 되었고 미군정 기간이 끝난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귀속되어 ‘귀속재산’이라 불리게 된다.

그런데 26일에 조선일보 사설에 참 재미난 사설이 하나 있었다. 제목은 〈[태평로] “어린 시절, 용산의 옛 집이 그립습니다”〉란 것인데 이한수 문화부장의 사설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을 히키아게샤(引揚者)라고 부른다. 이한수 문화부장의 그 사설은 바로 히키아게샤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글 속에 논란이 되는 내용들이 있어서 문제다. 문제의 사설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1945년 8월 당시 A씨 가족처럼 식민지 조선에 터를 잡고 살았던 일본인은 71만명에 이른다. 살던 집과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고 쫓기듯 귀국선을 탔다. 미군정은 한반도 거주 일본인의 재산을 압류하고 이들을 본국으로 철수시키는 일을 가장 시급한 임무로 삼았다. 광복 직후 일본인이 놓고 간 재산은 약 52억4600만달러로 당시 한국 총재산 가치의 80~85%에 이른다는 연구(이대근 ‘귀속재산 연구’)가 있다. 이 중 민간 기업 및 개인 재산이 81%를 차지했다. 평생 살려고 했던 ‘고향’에 땀 흘려 일군 재산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떠나야 했던 일본인 개인에겐 피눈물 나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남의 나라 빼앗은 업보이니 통쾌한 일이라고 여기는 건 반(反)휴머니즘의 태도는 아닐까. 혹시 이렇게 생각하면 친일파인가.”

마치 이 말을 들으면 그 히키아게샤들이 식민지 조선에 정착해서 자신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군 재산들을 우리가 강제로 압수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 히키아게샤들이 쌓아올린 ‘부’가 과연 정당하게 얻은 부였던가? 휴머니즘을 논하기 전에 역사적 사실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그 다음 단락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는데 이 역시 논란이다. 그 단락에 적힌 글은 다음과 같다.

“국제법은 패전국 국민의 사유재산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서 체결한 ‘국제육전조규’는 제46조에서 ‘점령군은 적지(敵地)의 사유재산에는 절대 손댈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일본은 당초 미군정이 한국 내 일본인의 사유재산을 몰수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본에서 전쟁 배상을 받지 않았으므로 미군정에 귀속된 일본인 재산은 전쟁 배상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948년 8월 수립한 대한민국 정부는 덕분에 미군정이 몰수한 일본인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는 행운을 얻었다. 재산을 영구히 빼앗긴 일본인 개인으로선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을 것이다.”

역시 이 말을 들으면 미군정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식민지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의 재산을 부당하게 강탈한 것처럼 들린다. 조선일보의 친일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지만 정말 너무나도 심각한 친일 기사가 아닐 수 없다. 그 히키아게샤들의 재산은 정당하게 쌓아 올린 자산이 아니다.

일제의 대표적인 경제 수탈인 토지조사사업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 히키아게샤들의 부는 이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수탈한 토지를 토대로 축적한 것이다.(그림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일제의 대표적인 경제 수탈인 토지조사사업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 히키아게샤들의 부는 이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수탈한 토지를 토대로 축적한 것이다.(그림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일제는 대한제국을 경술국치를 통해 강제로 병탄한 후 제일 먼저 ‘토지조사사업’이란 것을 벌였다.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앞세워 벌인 이 사업의 표면적 명분은 토지 소유권을 분명히 하여 조세 수납을 원활히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달랐다. 문제의 토지조사사업이 지금까지도 비판을 받는 이유는 조선 농민의 관습적 경작권이 부정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토지들이 일제에 수탈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제가 수탈한 토지는 당시 일본에서 하층민으로 있던 이들에게 싼 값에 불하했다. 토지를 불하받은 일본 하층민들은 조선으로 건너와 지주 노릇을 하며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사설엔 이 내용은 빠지고 그저 히키아게샤들의 관점에서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겼다’는 것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역사 왜곡에 가까운 사설을 내도 괜찮은 것인가? 히키아게샤들이 식민지 조선에서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은 일제가 조선인들의 부를 빼앗아 그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쌓은 부는 당연히 게워내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나마 남한 지역에 있었던 히키아게샤들은 미군들의 보호로 인해 비교적 안전하게 일본으로 떠났다. 북한 지역에 있었던 히키아게샤들은 소련군에 의해 수용소로 몽땅 다 끌려갔다. 당시 북한 쪽에선 열악한 수용소 시설과 전염병으로 인해 수천여 명의 히키아게샤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다 히키아게샤들 중에서 기술자들은 1949년까지 강제 억류되어 북한에 기술을 전수해야 했다.

끝으로 이한수 문화부장은 마지막 단락에서 진짜 친일파는 따로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광(日光)이란 말은 일본 것이라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이다. 일광 즉 햇빛은 인류가 공동으로 향유하는 자연물이다. 이 말을 일본만 사용해야 한다고, 우리는 이런 말 쓰면 안 된다고 목소리 높이는 이들이야말로 일본에 햇빛을 헌납하는 진짜 친일파 아닌가. 12년 만에 재개된 한일 정상 셔틀 외교에 대해 “굴욕” “매국” 운운하는 일부 사람들이야말로 지금 시대를 아직도 일제강점기로 여기는 진짜 친일파는 아닌가.”

일광 운운한 건 아마도 시민언론 더탐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일 정상 셔틀 외교에 대해 굴욕, 매국 운운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진짜 친일파’라고 매도하는 건 뭘로 봐도 납득이 힘들다. 과연 조선일보가 자랑스럽게 보도하고 있는 그 한일 정상 셔틀 외교에서 한국이 얻은 이익은 무엇이 있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비난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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